버지니아 울프 <파도>- 죽음에 대항하여, 나 자신을 내던지리라 독서일기-소설




영국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파도> 입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과 파도 너머로 사라져버린 숙녀에 대해 애기를 해봅시다.

일단 이 작품은 울프의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자 가장 작가로서의 역량이 들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됩니다.

일단 외적인 평은 그렇고요.

확실히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총 여섯 명의 주인공들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져있고, 소설도, 시도 아닌 사실상 산문시와 같은 형태로 되어있으니까요.

그 대신 울프는 실험과 작가로서의 역량을 재물로 바치고, 애미래스한 난이도를 소환했습니다.

일단은 울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댈러웨이 부인>보다 어렵고요, <율리시스>와 동등하진 않지만, 대충 1:2 정도의 난이도라고 보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는데,

1. 애미래스한 의식의 흐름

2. 여섯 명이란 상당한 수의 주인공과 그들의 의식만으로 이루어진 구성, 이렇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주인공을 '여섯'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인물은 총 8명입니다.

독백을 담당하는 버나드, 수잔, 로다, 네빌, 지니, 루이스, 그리고 작중 독백은 등장하지 않지만, 이 여섯명의 의식을 지배하는 퍼시발,
그리고 작중 중간중간 삽입되어 해돋이부터 해질 때까지의 파도치는 해안가를 바라보는 제 3 자의 독백.

일단 글 자체는 정말 '시적'인 작품입니다. 울프 본인이 일종의 시라고 표현했다고 서문에 나오지만, 확실히 그 표현이 제일 잦절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작위적인 느낌도 적잖게 들었습니다.

<파도>의 이야기는 여섯 명의 친구들의 어릴 때부터 장년까지의 독백들을 서술합니다.

사실 제일 문제는 이 여섯 명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닌데, 여섯 명의 독백이 상당히 불규칙적인 순서로 바로바로 이어지니까, 은근히 줄거리파악하기 힘듭니다.
집중해야하는 잉간이 여섯 명이란 점도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고요.

등장인물들에 대해 짤막짤막하게 설명하자면,

버나드는 작가 같은 인물로서, 언제나 무엇인가 이야기를 찾으려하고, 루이스는 아웃사이더로 성공을 원하고, 네빌은 사랑을 원하며, 지니는 사교계 명사고, 수잔은 도시를 피해 시골로 이주하고,
어머니이기를 원하면서, 거부하는 여자고, 로다는 불안과 자기혐오감이 좀 있는 숙녀입니다.

이 여섯 명은 어릴 때 친구이지만, 그 이후로 서로 만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떨어져있죠.

그리고 이 여섯 명의 삶을 지배하는 퍼시발이란 친구도 있습니다. 이 여섯 명이 갈망하는 일종의 불완전한 영웅적인 친구입니다. 하지만 파멸하죠. 그럼에도 끝없이 유령처럼 영향력을 발휘하고요.
다만 이 퍼시발은 독백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다른 친구들의 의식 속에 모습을 드러낼 뿐이죠.

울프는 이 여섯, 아니 여덟명의 인물들을 통하여 상당히 많은 것들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비판이든, 여성에 대한 무엇인가든, 참으로 많죠.

그렇지만 그런 것보다도, 사회나 정치를 떠나서, 여성이나 남성이란 성을 떠나서, 그저 '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그려내고 싶었단 인상이 저는 무척 강합니다.

비록 여섯 명의 독립적인 친구들이지만, 오히려 한 사람의 분열된 여섯 개의 의식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굉장히 강하게 들더군요.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실질적으로 단 한 사람의 독백만이 등장하지만, 결국 여섯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의구심이 듭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제 3의 화자 같은 경우가 오히려 더욱 독자에게 혼란을 줍니다. 과연 이 제 3의 화자는 누구일까? 란 의구심도 굉장히 강하게 들어요.

확실히 쉬운 작품 아닙니다, 절대. 완독은 했지만,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음에 더 읽어봐야할 듯 합니다.


어째서 울프가 제목을 <파도>라 지었는지 꽤 고민해보았습니다. 작중 제 3 자의 독백 자체가 파도치는 해안가를 바라보는 의식의 흐름이지만, 어째서 <파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추정은 가능하죠.

파도가 어느 때는 세차게, 어느 때는 약하게 몰아치지만, 끝없이 바위에 부서지며 이어지고, 해안가를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모습이 우리의 인생 그 자체를 닮았기에 <파도>란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의 인생이란 이름의 파도.

애당초 울프가 이 작품의 초고에서 <모두의 인생>이란 제목을 붙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너에게 대항하여 나 자신을 내던지리라, 패배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으며, 오 죽음이여!

해안가에 파도가 부서진다.>


울프의 묘비명이자 파도의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집니다.


이것으로 울프의 <파도>의 잡다한 애기는 끝마칩니다.




덧글

  • 9625 2012/04/09 00:50 # 답글

    오홍, 시간나면 이 할머니 작품도 읽어봐야겠네요!! 재밌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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