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마법사>- 롤리타의 원형, 페도필리아의 시작 독서일기-소설

내가 원했던 <The Enchanter>

내가 받은 결과.....

페도필리아 떡밥을 가장한 본격 독자조롱퍼즐 <롤리타>는 소설의 일부인 서문으로 시작하여, '<롤리타>라고 제목이 붙은 책에 관하여'란 현실세계의 작가의 후기로 끝을 맺습니다.

한마디로 이거 다 페이크고, 네들은 걍 내 말장난에 놀아났다, 정도로 요약되는 나보코프의 독자 조롱이라 할 수 있죠.

어쨌든 그 후기에서 나보코프 본인은 롤리타의 원형이 되었지만, 스스로 없어졌다고 믿었던 어느 님펫과 험버트의 관한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그 이야기가 일종의 롤리타의 시초라고 말하면서요.

나중에 나보코프는 자신이 그저 이 원고를 잃어버렸다고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집정리하다가, 이 원고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쓰인 이 소설을 꽤 마음에 들어하며, 주위 지인들에게만 보여주고, 죽었죠.

다행히(?) 나보코프의 아들인 드미트리 나보코프의 영어번역으로 나보코프 사후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은 러시아어로 된 제목 그대로, <마법사>죠.

소설 자체는 나보코프가 러시아어로 쓴 마지막 소설이며, 실제 분량을 생각하면, 중편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확실히 여러모로 롤리타를 연상시키는 점이 많습니다. 험버트나, 롤리타나, 롤리타의 엄마 샬롯, 이렇게 세 사람의 원형이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되죠.

<롤리타>를 생각하자면, 샬롯이 죽고난 후, 호텔여행까지만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중편이다보니.

다만, 이 세 사람 모두 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저 '남자' 나 '과부, 여자, 아내', '여자아이'란 명칭으로만 등장하죠.

내용도 조금 롤리타와 유사한 부분은 있습니다. 페도필리아 남자는 '여자아이'에게 반하여, 일부러 과부와 결혼을 하고, 과부가 병으로 죽은 이후, 여자아이를 차지하려고 애쓰다가,

나보코프의 특기인 예술가의 파멸로 끝나는 부분은 어느 정도 롤리타스럽습니다.

다만, 뒷부분에 드미트리 본인이 쓴 '<마법사>라고 제목이 붙은 책에 관하여'란 후기에도 나와있고,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듯, '롤리타'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많은 소설입니다.

우선 가장 극명한 차이점은 우리의 두 페도, '남자'와 '험버트'의 차이점이 있겠죠. 둘 다 훌룡한 전자발찌 대상자지만, 험버트가 '선'을 완전히 넘어버린 반면, '남자'는 자신의 페도 성향에 대해 은근히 죄책감을 갖고 있습니다.

폭력의 가해자의 시점만 나오는 것은 두 소설 모두 비슷하지만, <롤리타>가 험버트의 탐미적인 말장난이라면, <마법사>의 경우, 일단은 3인칭 시점이라 여러모로 그 느낌은 다르죠.

험버트의 눈과 말빨로 인하여 마성의 여자가 되어버린 로라와는 달리, <마법사> 속 '여자아이'는 님펫스러운 면이 묘사는 되지만, 여러모로 그 '현실'이 적나라하게 들어납니다.

특히 호텔씬이 백미죠. 작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호텔씬은 가히 험버트의 시점이 아니라,3인칭으로 보는 롤리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법사> 속 남자는 마치 체스선수처럼 논리적인 계획을 실현하려하지만, 결과는 뭐, 퀼티만 없을뿐, 현실은 냉혹하죠.

단순히 '롤리타'가 될 뻔한 책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롤리타'의 씨앗이 어느 정도 숨겨져있고, 비슷한 소재지만, 그 이야기의 방향성과 표현은 완벽하게 다른 소설이라고 칭하고 싶군요.

물론 표현적인 부분도 아무래도, 러시아어를 번역한 것이다보니, 롤리타가 훨씬 쩔죠. 다만, 드미트리나 나보코프 본인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어 원본이 시적으로 쩐다는데, 러시아어를 할 줄 모르니 슬프군요.

아, 제목이 왜 <마법사>냐고요? 물론 영어로는 <The Enchanter>입니다. 똑같은 마법사지만, 'magician'같은 단어도 있지만, 나보코프 본인이 이 단어를 원했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동화에 나오는 마법사, 같은 이미지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작중 빨간모자와 얽힌 비유들도 나오고요. 빨간모자와 늑대와의 프로이트적 관계를 생각하면 됩니다. 어쨌든 마법사들은 언제나 자신의 마법봉, 매직스틱을 가지고 다니죠.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 크고, 아름다운 검열삭제. 이거 레알 나오는 비유입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쨌든, <롤리타>의 원형이면서, 서로 다른 소설 <마법사>의 짧은 감상입니다.

이 감상을 핥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신판 말고, 존나게 꾸진 구판커버로 해외주문해준 빌어먹을 교보놈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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