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나보코프 최후의 소설 <할리퀸을 보아라!> 독서일기-소설

내가 원한 Harlequins

현실....교보 ㅅㅂㄴㅁ


할리퀸을 보아라! 놀아라! 세상을 창조하라! 현실을 창조하라!

나보코프의 마지막 소설 <할리퀸을 보아라!>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은 작중 V.V.의 고모가 어린 V.V.에게 알려준 가르침일 것입니다.

세상과 현실을 창조하고, 그것을 갖고 노는 것, 그것이 곧 할리퀸을 보는 행위이며, 작가가 작품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죠.

나보코프는 자신의 마지막 소설의 주제를 '자기자신'으로 잡았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가상의 자신'이죠.

소설 속 V.V. 혹은 바딤 바디모비치는 여러모로 나보코프 본인을 연상시키는 인물이지만, 나보코프는 곳곳에서 블라디미르 블라디로비치 나보코프 본인과
V.V. 는 다르다고 암시합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진정으로 나보코프 팬들을 위한 작품이란 점입니다.

곳곳에서 나보코프의 이전 작품들의 요소들이 튀어나와, 나보코프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우선 가상의 '자신'을 다룬다는 점에서, 나보코프 본인의 소설적 자서전인 <말하라, 기억이여>를 상당히 연상시키죠.

그러면서도, 자신의 ''도플갱어''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의 초기작 <절망>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또한 V.V.의 교수생활은 <프닌>을 연상시킵니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V.V.가 자신의 익명의 네번째 아내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일종의 자서전입니다. 

실제 나보코프와는 다르게, V.V.는 총 4번의 결혼을 하였고, 그의 삶은 여러 여인들에 의하여 지배됩니다.

이 여인들은 마치 각각의 나보코프의 소설 속에 나오는 여인들과 같죠.

V.V. 본인은 전형적인 나보코프 소설의 주인공과도 같습니다.

그의 첫번째 아내의 죽음은 나보코프 본인의 아버지의 죽음을 연상시키며,

두번째 아내와의 이별은 험버트 본인의 이혼을 연상시키더군요.

또한 V.V.가 자신의 친딸과 떠나는 여행이나, 훗날 자신의 친딸과 꼭 닮은 네번째 아내를 맞는 모습은 <롤리타>를 연상시켰고요.

시적인 편지와 주석을 다는 형식은 마치 <창백한 불꽃>을 연상시킵니다.

작품 곳곳에서 시들과 희곡들이 쏟아지는 것은 시인이자 희곡가이기도 했던 나보코프의 특기를 잘 발휘하였고요.

V.V.는 또한 험버트처럼 1인칭으로 소설을 쓰고 있지만, 그는 상당히 정서적으로 불완전합니다.

마치 <롤리타>나 다른 그의 몇몇 소설들처럼, 결코 우리는 진짜 '진실'을 알 수 없고, 그가 보여준 불완전한 사실만을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 빵터졌던 부분 중 하나는 작중 V.V.가 자신의 책을 파는 서점을 방문하면서, 서점 주인이 틀린 제목을 말하자, 전부 올바르게 고쳐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서점 주인이 말하는 틀린 제목들이 전부 나보코프 본인의 진짜 소설들 제목이란 점이죠.

이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V.V.는 나보코프 본인을 연상시키면서도, 실제로는 거의 겹치는 것이 없는 인물입니다. 마치 평행선과도 같죠.

그러면서도 작품 내내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설들에 대한 의견들을 피력하기도 하죠.

어쨌든 확실한 것은 나보코프는 이 최후의 소설을, 마치 할리퀸을 보아라!를 외치듯이, 세상과 현실을 창조하고, 거하게 한 판 놀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읽는내내 즐거운 소설이었습니다.

나보코프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의 고별사처럼 느껴지더군요.

이것으로 나보코프의 작품들을 끝났고, 그의 펜은 멈춰섰습니다.

그의 최후의 소설을 읽었으니, 이제는 그의 최후의 러시아어 소설 <재능>을 읽을 차례군요.

이 잡글을 ㅄ같은 구판 표지로 배달해준 교보에게 바칩니다.

지옥에서 보자, 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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