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제임스 헥토르 <이온의 죽음>- 예술은 필요한가? ???


모더니즘 작가 중 하나인 제임스 헥토르의 <이온의 죽음>이란 소설입니다. 사실 작가도, 작품도 상당히 듣보잡인데, 은근히 평이 높습니다. 타임즈에서 뽑은 20세기 100대 소설 안에 들어간다든지,
파운드가 조이스의 <율리시스>, 윈덤 루이스의 <신의 원숭이들>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최고의 소설들 중 하나, 라고 칭찬도 했는데, 인지도는 슬프죠.

네, 이 인간도 파운드의 친목질 라인 중 하나이자, 파운드가 키워준 작가 중 하나입니다.

<이온의 죽음> 자체는 300여쪽 밖에 안 되는, 비교적 잦절한 분량의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플라톤의 대화편 중 하나인 <이온>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군요, 마치 조이스가 오디세이아에서 영감을 얻었듯이 말입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이온>은 소크라테스와 음유시인 이온의 대화입니다. 이온은 스스로를 호메로스를 가장 잘 아는 음유시인이라고 말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런 이온을 바르죠. 시인은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라, 단순히 '영감'을 통해서 작품을 쓰는 자고, 결국 이온은 호메로스의 시에 대해서 어떠한 것도 알지 못 한다. 시인은 그저 모방자들의 모방자에 불과하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마차에 관한 부분은 이온보다는 마부가, 의학에 관한 부분은 이온보다는 의사가, 이런 식으로 항상 이온보다는 다른 '기술'을 가진 자가 더 잘 알고, 결국 이온은 어떠한 기술도 알지 못 한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죠.

이온은 결국 스스로 옹호하려고, 멘붕하지 않기 위해서, 호메로스의 시를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전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스스로가 가장 훌륭한 장군이라는 궤변을 말하고 말고요.

이처럼 헥토르의 <이온의 죽음> 또한 멘붕하는 예술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무명의 화자로서 조각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의뢰를 하나 봤죠. 그는 '자신의 아내'를 조각해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부조리하게도 '아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의뢰인은 막무가내로 이 알 수 없는 '아내'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조각을 해달라는 터무니없는 의뢰를 하죠.

이런 점에서는 상당히 카프카의 작품을 연상시킵니다. 

처음에 터무니없는 의뢰에 당황하는 주인공은 결국은 많은 돈에 홀려서, 자기 마음대로 조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번번히 의뢰인은 퇴짜를 놓죠.

그러면서 주인공은 점점 멘붕을 시작합니다.

친구나 탐정을 고용해서 이 의뢰인과 의뢰인의 아내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지만, 그것도 번번히 실패하죠. 

그러면서 이 의뢰인은 괴기스럽게 주인공을 압박하고, 결국 이 의뢰인과 주인공의 관계는 극단까지 도달하고 맙니다.

상당히 독특한 소설인 것은 사실입니다. 줄거리 자체를 보면 카프카 같은데, 은근히 카프카스럽지는 않아요. 오히려 스릴러를 읽는듯한 기분입니다.

모더니즘 소설이기는 하지만, 의식의 흐름 기법은 거의 없고, 다만 점차 주인공이 멘붕하는 과정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 굉장히 시적이게 묘사를 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예술가'는 무엇인가, 그가 만드는 예술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등 예술가, 그 자체에 대한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온에 동조할지, 소크라테스에 동조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이겠죠.


<나는 이온이 결국에는 자살을 했을 것이라 믿어. 예술가에게 예술을 부정하는 것은 곧 죽음이야. 예술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어. 설령 예술이 아무 의미없는 행동일지라도. 그렇기에 소크라테스는 살인자야.>

<말해보세요, 조각가 양반. 자네가 하는 일이란 무엇이지? '무엇'인가를 보고, '모방'하는 것. 그것이 전부요. 자네는 그저 모방하면 되는 것이요. 내 아내의 형태를 말이야. 내 아내가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소. 당신은 그저 조각만 하면 되는 것이야, 아름다운 조각을.>

소설 속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 짧은 잡글을 마치겠습니다.

댓글 달아주세요.

---------------------------------------------------------

심심해서 구라로 없는 작가, 없는 책에 관해서 독후감 썼는데,

알바가 낚였네잉?

덧글

  • 9625 2012/04/28 23:30 # 답글

    나이스ㅋㅋㅋㅋ
    근데 재밌는데요.
  • JHALOFF 2012/04/29 22:37 #

    뻘글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준영 2012/04/29 18:01 # 답글

    아!내가낚였다!
    스토리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이란 책을 연상시키네요. 좋은 장난 잘봤습니다.
  • JHALOFF 2012/04/29 22:37 #

    뻘글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준영 2012/04/29 18:17 # 답글

    그러고보니 며칠간 디씨 도갤러들이 제 블로그가 님 블로그인 줄 알고 엄청 들어온 적 있습니다. 그냥 그렇단 얘기지만 잠깐 디씨 아이디를 만들까 생각도 들더군요.
  • JHALOFF 2012/04/29 22:38 #

    헉,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네요. 혹시나 폐가 되셨다면 죄송합니다.
  • 이준영 2012/05/01 10:29 #

    폐 같은 건 아니고요ㅋ, 그냥 재밌기도 하고 잘로프님 관련된 일이기도 해서 말씀드려봤습니다. ㅋㅋㅋ 도서갤러리 꽤 재밌는 곳 같네요.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2389
577
60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