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나보코프 <재능>, 러시아 문학을 향한 고별사 독서일기-소설

나보코프의 <재능>은 나보코프가 출간한 마지막 러시아어 소설로서 마치 자신의 러시아 작가 생활에게 던지는 고별사와 같은 작품입니다.

사실 이제까지 모든 나보코프의 소설들이 그러하듯, 소재의 다름만 제외하면 비슷한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술가와 예술, 그리고 재능.

'재능' 혹은 '선물'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은 그러한 예술가 주인공의 재능이자 주어진 선물을 의미하고요.

그렇지만 여러모로 난해하면서도 독특하고, 나보코프의 최고 러시아어 소설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부분은 <말하라, 기억이여> 나 <할리퀸을 보아라!>를 연상시킵니다.

상당히 나보코프의 자전적인 부분을 소설로 쓴 모습이 드러나죠.

그렇지만, 굉장히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난해합니다. 이 소설을 과연 작중 화자가 썼는지, 아니면 다른 익명의 누군가가 썼는지부터 시작하여,

여러모로 꼬이고 꼬인 소설입니다. 또한 작중 삽입되는 주인공이 직접 쓴 러시아 작가 체르니셰프스키의 전기도 등장하고, 상당히 중요하죠.

체르니셰프스키는 러시아 작가로, 도끼가 그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비판하여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썼고,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원형이라 불릴만큼 레닌이 좋아했다는 작가입니다.
작중 주인공과 나보코프는 이러한 체르니셰프스키를 비판적이게 바라보고 그를 조소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으로 인한 나보코프의 고향 러시아문학을 향한 빠심입니다.

나보코프가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의 히로인이자 예술은 러시아 문학 그 자체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혁명 이전의 '위대한' 러시아 문학이죠.

푸슈킨과 고골, 레르몬토프 등 여러 작가들에게 보내는 나보코프의 빠심이 담긴 연애편지와도 같습니다.

작중 주인공은 결국 마지막에 마치 이 소설 <재능>을 연상시키는듯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하며 끝나죠. 그렇기에 마치 이 <재능> 자체가 소설속 주인공의 소설로 해석할 수도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주인공의 다짐이나 고별들을 보면, 마치 나보코프가 스스로 러시아와 완전히 이별하고, 새로운 작품을 쓸 것을 다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나보코프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저로서는 러시아 문학을 향한 그의 고별사로 느껴졌습니다. <할리퀸을 보아라!>가 마치 자신의 소설 모두에게 향한 고별사처럼 말이죠.

<잘 가라, 나의 책들이여! 필멸의 시선처럼 공상의 책들은 언젠가 덮어야지. 오네긴은 다시 일어서겠지만, 그의 창조자는 사라졌다네. 
아직 귀는 음악과 분리되서 들을 수 없고, 이야기들이 사라지도록 허용하지만, 운명의 화음은 계속 연주되며 결말에는 현자들을 향한 방해물이 없지.
 나의 세계의 그림자들은 내일의 아침 안개만큼 푸른 페이지의 하늘 저 너머까지 뻗어있다네. 이것이 이 구절을 없애뜨리리라.>

마지막 구절을 대충 의역한 것을 인용하면서 끝을 내겠습니다.

이로서 나보코프 소설은 앞으로 하나 남았군요. 이 정도면 평범한 독자로서 어디가서 나보코프 좀 읽어봤습니다, 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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