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콘라드 <어둠의 심연>- 지옥의 묵시록 독서일기-소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가 심연을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본다. - 니체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는 단편이나 장편, 어느 한쪽에 포함되기 애매한 100 여쪽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끝까지 읽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소설이 지루하거나, 못 쓰여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밌다. 또한 너무나도, 너무나도 잘 썼다. 책의 재미를 넘어서, 읽는내내 잘 썼다고 감탄하는 작가가 몇 명있지만,

콘라드 또한 그런 부류였다. 더군다나 이 작가가 폴란드 태생이며 20대 후반에 가서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도, 왠만한 본토 작가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재능의 벽을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읽는내내 머리가 아프며, 마음 어딘가가 고통스러웠다. 주인공 말로가 커츠를 찾아, 어둠의 심연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더욱 그 과정은 험난해졌다.

<어둠의 심연> 자체는 현대의 유명한 영화 한 편으로도 각색되었다. <지옥의 묵시록>이 바로 그 영화다. '지옥의 묵시록'이란 또다른 제목만큼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물론 원제는 Apocalypse Now지만.)

베트남과 달리, 원작은 19세기 콩고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에 굳이 배경이 중요할까?

아, 물론 커츠의 몰락 등을 통하여, 제국주의의 열강들의 추악한 모습을 비판한다, 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많이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쪽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이 책의 진가를 너무 축소시키는 짓이다.

커츠의 몰락은 영웅의 몰락이자 서구 제국주의의 추악한 진실이며 인간의 본성의 고발일 것이다.

어둠의 심연은 아프리카 대륙의 정글이면서도 인간의 모든 것이 그대로 벗겨지는 곳이다.

그곳은 욕망과 증오, 야만이 지배하는 땅이다.

한때는 영웅적이었던 커츠 또한 어둠의 심연으로 들어갔고, 몰락했기에 그는 비극적이다.

독자는 소설 속 말로의 주절거림을 통하여 이성과 과학의 사도인 커츠가 야만과 잔임함의 괴물로 변해버린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목격하기까지의 과정을 모험으로 빙자하여 고통스러울정도로 치밀하게 글로 풀어쓴다.

마치 글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커츠처럼 어둠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러나 더욱 무서운 사실은 커츠나 말로 또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어둠의 심연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저 "끔찍해! 끔찍해! The horror! The horror!"를 외친 커츠의 최후는 당연한 것이다. 그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문명인이라고 믿었던 자신이 어둠의 심연에 의하여 괴물로 변해버리고, 모든 것을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평범한 인간이 지옥을 견딜 수는 없다. (저 The horror! The horror!를 솔직히 딱히 대체될 말은 없는 것 같은데 보통 저렇게 번역하는 것 같다.)

이러한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유언 중 하나인 커츠의 외침은 그렇기에 마치 읽는 독자의 머릿속을 후려갈기는 망치질과 같다. 커츠는 영웅이나 괴물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너와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영웅이나 괴물의 모습으로서 나온 커츠에게 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로처럼, 이 책을 읽은 나처럼.

콘라드와의 만남은 즐거웠다. 이걸로 또다시 더 읽을 작가리스트에 한 사람이 추가되었다. 로드짐이나 노스트로모, 비밀 요원 등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똥폼 잡으니까 어색하다.

1줄 요약:

이히히 인간은 똥이야 똥-!! 이히히 오줌 발사 발사-!!


덧글

  • philoscitory 2012/05/15 23:11 # 답글

    끔찍해! 끔찍해!랑 the horror! the horror! 랑 느낌이 완전 또 다르네요. 마지막 1줄 요약에 깊은 공감이..
  • JHALOFF 2012/05/22 20:52 #

    어감이 좀 다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철갑상어 2012/05/15 23:34 # 답글

    아, 몇주 전에 <노스르노모>를 읽고 콘라드는 정말 굉장한 작가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번역기를 돌린 듯한 악명높은 누멘판 번역으로 읽었어도!!) ㅎ
    정말 끔찍한 번역이었지만 뭐랄까 걸작의 아우라의 찌꺼기 정도는 느낄 수가 있더라구요
    (그 찌꺼기마저도 대단하다고 여겨져서 ㅋ)

    <지옥의 묵시록>말고도 <어둠의 심연>을 원안으로 영화화된 작품이 하나 더 있는데,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에요
    말하자면 콘라드가 상대적으로 마지막의 "the horror! the horror!"에 방점을 찍었다면, 헤어조크는 역시 상대적으로 "무서워라! 무서워라!(민음사판 <암흑의 핵심>의 번역은 이렇지요 ㅋ)에 이르는 과정에 더 집중한 느낌
  • JHALOFF 2012/05/22 20:52 #

    영화추천감사합니다.
  • 샤유 2012/08/26 01:10 # 삭제 답글

    짧은 분량에 무거운 분위기를 잘 담아냈죠. 발라드의 '크리스털 세계'에도 이 소설을 오마주한 부분이 있다능.
  • JHALOFF 2012/08/26 07:34 #

    그렇군요. 발라드도 확실히 맛을 봐야하는데 ㅎㅎ
  • 메이 2012/10/03 16:44 # 삭제 답글

    콘라드 어둠의심연 책 구입하려 하는데 사도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까요,?
  • JHALOFF 2012/10/03 21:37 #

    뭐 개인별 취향차가 있겠지만, 저로서는 충분히 돈 이상의 가치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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