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말로의 파우스트 (1)- 감상 독서일기-희곡

영국의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는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활동했던 인물이자 셰익스피어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중 하나였습니다.
만일 말로가 일찍 죽지 않았거나, 셰익스피어가 말로 나이 때 죽었다면,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위치에는 말로가 있을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죠.

파우스트 박사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은 독일 전설이자 여러 작가들이 돌려먹었던 소재고, 가장 유명한 것은 괴테의 <파우스트>일 것입니다.

그러나 괴테가 쓰기 이전, 이미 영국 극작가 말로 또한 <파우스투스 박사의 비극적 역사>란 비극을 썼고, 이 영국판 파우스트가 독일로 역수출되어,
인형극으로도 만들어지고, 괴테에게도 상당히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말로의 <파우스투스 박사> 비극은 총 두 가지 판본이 있고, 상당한 분량의 차이 및 여러 차이점을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 읽었던 것은 비교적 짧은 판본인 1604년 판본이었습니다.

뭐 일단 굉장히 훌륭하다, 정도로 표현하고 싶군요.

역시 읽으면서 가장 의식된 것은 괴테의 <파우스트>였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이야기라면, 말로의 비극은 말 그대로 '파우스트'의 단독적인 비극입니다.

메피스토는 단순히 계약된 노예악마,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어찌보면 딱 전형적인 악마죠. 몰개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서는 희대의 매력적인 악마 메피스토를 탄생시킨 괴테의 재능이 엿보이는군요.

다만, 파우스트란 인물 자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말로의 파우스트는 상당히 능동적입니다. 그 또한 어느 정도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원하고, 신과 같은 위치에 서고 싶어하죠.

다만, 괴테는 메피스토가 신과의 내기로 인하여 먼저 접근하게 만들었지만, 말로의 파우스트는 스스로 악마를 소환하며 그와의 계약을 실천합니다.

파우스트는 세속적이며 스스로의 욕망을 감추지 않습니다.

다만 물욕적인 욕망보다는 인간의 의지를 초월한 무엇인가를 추구합니다. 물론 처음에 아름다운 아내를 요구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메피스토에게 끝없이 우주의 비밀에 대해 묻는 상당히 소박한 모습을 보면 귀엽더군요.

아무래도 분량의 차이도 있다보니, 괴테의 파우스트보다는 여러모로 좀 소박하다는 느낌이듭니다.

또한 파우스트의 구원과는 달리, 기독교적 가치관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파우스트는 파멸하죠.

처음에는 초인과 같은 파우스트도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죽음이 다가오면서 공포와 구원을 바라는 상당히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서는 작가 본인이 상당히 염세적인 인간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봅니다.

다만, 오히려 '무신론'적인 부분이 많다고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시대 때문에 신의 구원이 최고다, 란 가치를 내세우지만, 그 속에는 오히려 신을 비웃고 있다는 생각이 읽으면서 계속 들더군요.

오히려 신이란 존재가 억압을 하지만, 파우스트는 악마로 인하여 스스로 해방된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 정도로.

파우스트 또한 중간중간 '회개'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인간의 나약함이란 한계 덕분에 번번히 실패하죠.

그래도 '초인'을 추구하는 파우스트의 모습이나, 작품 말미에 헬레나 소환-!! 등을 보면, 확실히 괴테가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란 생각이 듭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 원형이 된 작품 중 하나이므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1616년 판본을 읽어야겠군요. 해설에 따르면, 좀 더 희극적인 부분도 추가되고, '파우스트의 지옥 모습' 도 나온다고 하니 상당히 기대됩니다.



덧글

  • ㄱㄱㄱ 2012/06/01 12:43 # 삭제 답글

    헬레나를 소환하는 부분은 원래 전승에도 있던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 JHALOFF 2012/06/07 21:18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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