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의 <돈키호테 강의> 독서일기-비평

-돈키호테 속 스페인은 엄밀히 따져서 현실의 스페인과는 괴리감이 심히 골룸하다. 그러면서도 돈키호테는 가장 스페인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나보코프는 저자 세르반테스의 삶 자체가 돈키호테를 분석하는데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하며 간단하게 요약한다.

-나보코프는 우선 작품의 가장 중요한 두 캐릭터,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에 대한 분석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돈키호테는 '순수한' 광인

- 산초 판자는 여러모로 돈키호테와 대조되기 위한 캐릭터지만, 굉장히 모순적이며 복잡하다. 멍청해보이면서도, 어떤 때는 똑똑한 면모를 보이며, 돈키호테에게 휘둘리면서도, 역으로 그를 (다시 광인의 길로 역관광시키는 것으로) 휘두른다. 돈키호테가 광인으로 시작하여 정상인으로 최후를 맞이했다면, 역으로 산초 판자는 정상인에서 돈키호테와 같은 광인이 되어버린다. 어찌보면 조낸 사악한 새퀴라 할 수 있다. '정상'이 될 수도 있었던 돈키호테를 다시 광인의 구렁텅이로 모는 산초 판자의 위엄.

-1부/2부의 괴리감. 사실 세르반테스는 단순히 '오락소설'로서 돈키호테를 쓰려고 했지만, 이것저것 판이 커지면서, 1부 자체는 상당히 난잡하고, 크게 서로다른 4부분으로 이루어진다면, 2부는 아예 하나의 거대한 주제를 가지고 전개되기 때문에 난잡하지 않다. 다만 2부 집필 당시, 1부를 직접 보진 않고, 그냥 자신의 기억력에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자잘한 오류가 많다.

-나보코프는 <돈키호테>라는 소설이 '최고의 소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이란 수식어에 동의하진 않는다. 위대한 소설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기법상으로 아직 크게 미숙한 부분들도 드문드문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돈키호테가 몇몇 소설기법의 시도 자체는 좋았고, (후에 플로베르 등에 의하여 '완성'되었다고 평가) 돈키호테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장 위대한 캐릭터 (중 하나)란 것에는 서슴치 않고 동의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리어 왕>과 상당히 비교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두 작가 모두 역사에 길이남을 대작가들이고, 둘 다 쓰인 시기도 비슷하고, '광인'을 다루고 있기에 재밌는 비교거리. 다만,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같은 년도, 같은 날에 죽었다는 떡밥이 있지만, 이것은 짜가. 역법 자체가 달라서, 실제로 죽은 날은 10일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세르반테스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소설'에 재능있는 실패한 극작가였기 때문에, 돈키호테에서 그의 '대화'들은 힘차고 신선함-!

-세르반테스의 자연에 대한 묘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서브스토리들 중 상당수도 데카메론과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에서 따온 것들. 세르반테스 본인이 상당히 데카메론과 같은 작품들을 좋아했기에, 돈키호테에도 이러한 영향이 보인다.

-'기사도 문학 풍자'로서의 돈키호테에 관해 나보코프는 의구심을 품는다. 레알? 미미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 이미 돈키호테 집필 당시 기사도 문학 자체가 유행 지나버렸고, '3류 기사도 문학'을 깔지언정, '기사도 정신' 자체를 깐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기사도문학의 그로테스크한 점과 돈키호테의 그로테스크한 점이 유사하며, 돈키호테는 사실상 기사도 문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돈키호테에게는 상대가 될 적 기사가 없을 뿐이다.

-세르반테스는 '기사도 문학' 자체가 '대중에게 진실을 왜곡'한다고 싫어했는데, 정작 본인이 '로맨스에 자주 쓰이는 가짜 역사가를 등장시켜 등장인물의 일대기처럼 꾸미는 기법' 등등 기사도 문학과 유사한 기법들을 사용했다.

-나보코프의 독특한 관점 하나는 돈키호테의 '잔혹성'에 초점을 맞춘다. 돈키호테는 절대, 절대, NEVER, NAVER 기존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육체적, 정신적 잔혹함의 한계를 보여준다. 나보코프는 가장 (주인공에게) 잔혹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고 캄. 다만 사디스트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예술로까지 승화시킨 잔혹함'을 코믹하게 만든다. 나보코프는 대충 세르반테스가 독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칸다. "길거리의 개를 학대하기를 좋아하는 독자들, 경건한 교회를 가면서 길거리의 부랑자를 죽기 직전까지 매질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신나게 웃어주었으면 합니다."

-1부가 주로 '육체적 가학성'으로 인한 웃음에 초점을 맞추면, 2부는 '정신적 가학성'에 초점을 맞춘다. 난잡한 1부의 주요 웃음포인트가 기사놀음하면서 얻어터지는 돈키호테라면, 주된 주제가 있는 2부는 정상인이 될 수도 있지만, 산초 판자 등 주변인물의 삽질로 인하여 결코 자신의 광기와 가상의 연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을 보여준다.

-돈키호테, 그것은 예술로까지 승화시키는 잔혹의 미학. 육체의 약함이 본연의 약함은 아닐지언데

-돈키호테가 출판되고 나서 대충 3,5년 안에 영국, 프랑스 등에서 이미 번역본이 출현했다는 것에 놀랍긴 했다.


덧글

  • 셰익스피어 2012/06/14 04:50 # 삭제 답글

    죽은 날을 어떻게 압니까? 셰익스피어요. 가상의 허구의 인물이고 누가 셰익스피어인지 그 실체도 모르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단정지으신건 아닌지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후대에 상당한 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걸 아셔야돼요. 성서도 후대에 상당히 개작됐고 성서의 주인공인 예수의 실존여부는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큽니다. 사람에 대한 기록이 허위의 날조일 가능성이 있는데 마치 존재함을 전제하고 세르반테스와 죽은 날짜까지 정.확.하.게. 차이가 남을 짚어주시는데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기회되신다면 셰익스피어의 실제 존재여부에 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찾아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귀하의 블로그에서 많은 정보 얻어갔습니다만......
  • JHALOFF 2012/06/14 10:51 #

    '셰익스피어'란 작가의 정체에 관해 많은 썰도 있지만, 결국 '정설'은 우리가 아는 스트렛포드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죠. 물론 베이컨이다, 에드워드 드 비어다 등등 여러 썰은 있지만, 결국 썰입니다. 그 썰들에 관한 반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기서 말하는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그 셰익스피어를 말한거고요. 스트렛포드의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그 '셰익스피어'란 썰에 대한 옹호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뒤집을만한 음모론이 없으니까 정설이고요.
  • 셰익스피어 2012/06/14 20:33 # 삭제 답글

    일단은 음모론으로 보신다니 할 말은 없습니다. 애매하지만 정설이라니 수긍하고 이만 민폐 끼치겠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세상에 절대불변의 진리란 것은 그 수가 상당히 적다는 것을요. 과학의 절대법칙의 가짓수만큼이나, 또 반증에 의해 뒤집히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 만큼이나, 지금의 정설이 오류가 될 수 있다는 것 말에요. 네 알겠습니다. 쟐롭님의 말씀이 보편타당하게, 지금까진, 여겨질테니 동의하는 것이 저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다 치죠 뭐.^^
  • JHALOFF 2012/06/15 18:31 #

    뭐 '셰익스피어'의 정체에 관해서는 언젠가 연구가들이 밝힐 수도 있겠죠. 사실 저 같은 경우 그렇게 신경쓰진 않습니다. 어차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대로니까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김승훈 2012/07/04 23:37 # 삭제 답글

    첫번째 글만 보면 셰익스피어의 실존을 간접적으로 긍정한게 무슨 대단한 오류인것처럼 지적하더니...(경악 운운)
    두번째 글에서는 수긍한다고 하면서 '그렇다 치죠 뭐. ^^' 이지랄...
    졸렬킹이신듯;
    담담하게 응하시는 주인장님 멘탈이 놀라울 뿐.
  • JHALOFF 2012/07/06 00:59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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