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필립 라킨 시 모음집 독서일기-시


필립 라킨은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시인이지만 읽을 기회가 좀 처럼 없었다.

2012년 1월 즈음에 페이버 앤 페이버 출판사(저명한 출판사이자 믿을만한 출판사. 나중에 한 번 정리해서 언급해야지)에서 시 전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 시 전집판을 지르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직접 확인해보니 별로였다. 반 이상이 단순히 해설에 불과하고, 아마존 평 중 와닿은 평처럼, 편집자체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평이 추천해준 책이 있는데, 1988년에 나온 시모음집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 이 시 모음집을 찾았는데, 발견했긴 했지만, 생각보다 비싸서 사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나 운좋게도 다른 곳에서 훨씬 싼 가격에 훨씬 좋은 상태로 발견하여 바로 구입하였다.  이런 것도 중고책을 사냥하는 묘미 중 하나겠지.

전반적으로 시를 다 읽고 난후의 느낌은 아주 아주 만족스럽다.

자연이나 무언가 사색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시를 느끼면서 가장 뼈에 와닿게 느낀 것은 시 전체에 배여있는 '우울함'이었다.

고향은 즐거운 곳이 아니다. 나의 옛 추억이 담긴 고향은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 지금의 고향과 그때의 고향은 다르다. 고향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모든 것은 그저 숙명적이다. 어떠한 것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마냥 라킨이 절망적으로 절망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시 그 시들의 묘미는 그 우울을 노래하는데 있다고 본다.

책 자체도 굉장히 만족스럽지만, 한가지 불만은 후기시들을 앞에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후기시들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초기시들은 그저 그랬다.

후기시들을 읽은 만족도가 높아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기대치를 높여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볍게 라킨을 읽을 사람은 그의 묘미인 후기시들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필립 라킨의 경우도, 시 전집이 나올 예정이라고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 뒷편에 써져있지만,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다.

라킨의 삶 자체는 거의 모르지만, 한가지 아는 특이한 사실은 계관 시인 자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거부한 계관시인의 자리는 또다른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 테드 휴즈가 차지했다.

물론 라킨 본인이 계관시인 제의를 받은 이후 1년 만에 사망하여, 테드 휴즈도 계관시인이 됐을 예정이었겠지만. 특이하다면 특이한 일화다. 그만큼 시인 본인이 상당히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같은데.

언젠가 전기나 편지들도 읽어보고 싶다.

또한 시들 자체가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되고, 여러번 곱씹으면서 읽고 싶은 시들이다. 다음에 또 우울할 때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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