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시인의 진혼곡 - 셰이머스 히니 <구역과 원> 독서일기-시

초록색과 노란색이 District과 Circle 노선이다.

아일랜드의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나온 시집인 <구역과 원 District and Circle>이다.
여기서 District 와 Circle은 런던 지하철 노선 두 곳을 말하며, 한글 번역본에서는 <구역과 원>이라는 직역을 했으므로 나도 그렇게 표시한다.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는 시집이자, 그의 죽었던 형에게 바치는 시집이라고 한다.

사실 우연히 헐 값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구입하였다. 물론 히니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구입할만한 가치는 있었다.

히니가 누구인가?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4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영미시인 중 하나가 아닌가?

이 시집은 단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진혼곡이다. 사실 위키의 설명이 없었어도, 이 시집의 주제 자체가 누군가를 위한 '애도'라는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노 대가는 이미 죽어버린 자들을 회상한다. 그 상대는 제각각이다. 자신의 형이나 친구들부터 테드 휴즈나 파블로 네루다 등의 친분이 있던 문인들까지.

시집 제목이 '구역과 원'인 이유도 어찌보면 간단하다. 물론 같은 제목의 시가 수록되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지하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마치 파운드의 <지하철 정거장에서>가 생각나는 시다. 파운드가 지하에 있는 지하철에서 저승의 모습을 그려내었듯이 히니 또한 이 지하철을 통해 삶과 죽음을 그린다.

그가 수많은 지하철들, 또한 런던의 수많은 노선 중에서 District과 Circle 라인을 선택한 것도 얼핏 이해가 간다.

두 노선은 상당부분 겹치며, 사실상 순환선이다. 삶과 죽음또한 하나이며 결국 순환한다는 시인의 생각이 아닐까?

히니는 뛰어난 시인답게, 또한 노년의 대가답게, 비록 죽음과 삶이라는 암울할 수도 있는 소재를 다루지만, 절망하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그려나갈 뿐이다.

나에게 있어 히니에게서 떠오르는 인상은 아일랜드 시골풍경이다. 이 노 대가는 마치 죽음을 앞에 둔 담담한 노인처럼 자신의 어릴적 시골풍경을 그려나가기도 한다.

문학동네에서 셰이머스 히니의 시전집을 번역하여 출간하기도 하였다. 비록 가격은 시집치고는 비싸지만, 2011년에 출판한 시집까지 말 그대로 시 전집이므로 한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히니가 시집을 출간하는 주기를 보면, 대략 4~5년에 한 권 정도 출판하는데, 이 노 대가의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많아야 한두권 정도 더 출판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지만,
뭐 독자로서야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해주는 것은 좋은 것이고.

이미 이 노 대가가 쓴 작품들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덧글

  • 2012/09/04 03: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07 21: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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