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나보코프 <왈츠의 발명>,<시와 문제> 독서일기-희곡

나보코프는 소설가로서 유명하지만, 꽤 많은 희곡과 시들도 썼습니다. 그 중에서 이 <왈츠의 발명>은 나보코프가 러시아어로 집필했던 것을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한 희곡 중 하나입니다. 이 <왈츠의 발명>의 경우, 사실상 절판본이라 구할 길이 없었는데, 호갱짓으로 구입하였다는 포스팅을 저번에 했었죠.

줄거리 자체는 비록 간단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주인공 왈츠의 ""발명""에 관한 이야기죠.
(이 '발명'은 사실 희곡을 끝까지 읽으면 상당히 여러 의미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일단은 명목상 발명이라고 칭합시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개인이 핵폭탄을 소유한 경우, 에 관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희곡은 핵폭탄이 나오기 이전에 집필되었지만, 소설 속 왈츠의 발명품인 무기 자체가 사실상 핵처럼 위협적인 무기고, 소개글에서도 핵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무기를 발명하여 소유한다면?

우리의 주인공인 왈츠는 바로 그런 인간입니다. 그리고 가상의 국가에서 정부와 ''협상''을 벌이려고 하죠.

처음에 이 희곡 자체는 얼핏 사회비판적인 부분으로 나아가는 듯 해보입니다. 
결국 왈츠 개인은 자신의 발명으로 독재자의 위치에 오르고, 당시 시대(나치나 파시스트의 도래, 소련)을 생각하면, 당대 상황의 풍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죠. 마침 작중 배경도 가상의 국가이지만, 1935년이고. 왈츠 본인은 결국 이런 무기를 이용하여 독재자가 되어, 여러 방탕한 생활과 함께, 이상사회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나락에 빠뜨리는 인물이니까요.

그러나 역시 나보코프는 나보코프입니다. 이 희곡은 결코 어떠한 형태로의 정치적인 색깔을 띄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타 다른 나보코프의 소설들처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예술가 왈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죠. 총 3막으로 구성된 희곡에서 2막까지가 주로 왈츠의 발명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지막 3막은 그의 내면과 그를 '''조롱'''하는 외부 세계의 기괴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러한 무시무시한 독재자 왈츠를 '''조롱'''하는 것이 가능한가? 독자로서는 굉장히 희극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죠. 무엇보다 이 왈츠의 무시무시한 발명은 도대체 무엇인가?

결국 이 희곡 또한 일그러진 예술가 왈츠의 희비극적인 파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희곡이라서그런지, 소설과는 달리, 주변 인물들의 상황까지 더 잘 묘사되기도 하고요.
책소개에서는 나보코프의 소설 <눈>과 유사하다고 광고를 했는데, 오히려 저는 가장 정치적인 소설인 <밴드 시니스터>가 생각나더군요.

아직 겨우 한 편만 읽었지만, 극작가로서의 나보코프도 나쁘진 않습니다. 소설만큼의 그러한 점은 없었지만, 그저 나보코프의 소설들을 그대로 희곡으로 만든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사실 이게 맞는 말이지만.

<소련에서 온 사나이>를 비롯한 나머지 나보코프의 희곡들도 읽어봐야죠.

역시 절판본인 나보코프의 <시들과 문제들>입니다. 나보코프의 러시아시, 영어시, 그리고 체스 문제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시는 번역과 함께 원문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나보코프가 시도 썼냐, 란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나보코프는 소설들만 봐도, 시도 괜찮게 쓸 것 이란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롤리타와 같은 작품의 시적인 표현이나, 또다른 걸작 <창백한 불꽃>의 경우, 아예 999행의 장시에다가 주석을 다는 형식으로 소설이 진행되고요.

나보코프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여기 수록된 시들은 자신이 쓴 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고향에 대한 향수나 서정적인 사랑 등을 그리고 있지만, 일그러진 예술가들과 같이 그의 앞으로의 소설들의 예고처럼 보이는 시들도 더러 있더군요.

체스 문제들의 경우, 그냥 문제만 읽었지, 풀진 않았습니다. 나중에 체스판을 만질 기회가 있으면 그때 풀어보도록 시도는 해봐야죠.

왜 하필 체스 문제냐, 란 생각을 가질법도 한데, 나보코프 본인이 퍼즐광이니까요. 체스에 관한 소설인 <루진의 방어>를 쓰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러한 퍼즐 자체가 그의 작품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보코프는 퍼즐을 만들고, 독자가 끙끙대며 퍼즐을 푸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죠.



파리 여행 당시 구매한 책은 율리시스 1922년도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초판 텍스트 복제판입니다.
뭐 사실 이미 두 권이나 있는 책이지만, 오류투성이 초판 텍스트는 없고, 무엇보다 이 서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카서.

이 대머리 아저씨 도장 하나를 받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호갱의 돈이 희생되었는가-!!

덧글

  • 그리고 축제 2012/09/21 15:34 # 답글

    밸리에 나보코프가 있길래 헐? 하는데 역시나군요,잘롶님
  • JHALOFF 2012/09/22 10:43 #

    ㅎㅎㅎ
  • 2012/09/22 06: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22 10: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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