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휴즈 (1) - 생일 편지 독서일기-시


삶 자체가 전설이 된 문인들이 몇 명 있는데, 대부분은 아주아주 특출나게 뛰어나건, 기행을 벌이거나, 불행한 삶을 살다간 경우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여류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비단 그녀의 뛰어났던 시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비극적인 삶 자체로 신화가 된 시인이다.

이 불행했던 '라자루스 부인'은 말 그대로 세 번의 자살 시도를 하였고, 세번째 자살은 오븐에 머리를 넣은채로 결국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플라스의 자살로 인하여 '살인자'가 되어버린 또다른 전설적인 시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실비아 플라스의 남편이자 영국의 계관시인이기도 하였던 테드 휴즈다.

테드 휴즈 본인 또한 뛰어난 시인이자 상당히 불행한 삶을 일부 살기도 하였지만, 그 이전에 외도로 인하여 사실상 실비아 플라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휴즈는 실비아의 죽음 이후, 그녀의 유교를 정리하면서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였고, 1998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듯 그해 침묵했던 실비아와 자신의 관계를 작품으로 썼고, <생일편지>라는 제목 아래에 총 88편의 시들을 출판하였다.


이 시집에서 제일 주목할 점은 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편지' 혹은 산문을 읽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것이다. 테드 휴즈는 실비아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미 사라진 그녀에게 끝없이 말을 건다. 
비록 혼잣말일 수도 있지만, 이 생일 편지는 휴즈와 플라스의 끝없는 대화다.

물론 시집의 처음 시작은 곧 그와 실비아의 뜨거운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파국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사랑''에 대해 휴즈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찾아보니 한글 번역본도 있고, '사랑시'라는 광고를 하지만, 나는 이 시집이 과연 '사랑시'인지에는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의 반짝 불타는 사랑에 국한되지, 휴즈와 그의 정부였던 위빌과의 관계가 시작되고 점차 휴즈와 플라스의 성격차로 인한 다툼이 진행될수록 사랑시라는 것에는 묘한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사랑이라기보다는 후회와 연민의 감정에 더 가까운 것이 이 생일 편지가 아닐까. 애당초 휴즈가 직접 편지에도 썼듯이 플라스와 그는 ''좋은 친구''로는 계속 지낼 수 있을 관계일지언정, 끝까지 ''좋은 연인''으로 남을 수는 없는 관계다.
오히려 휴즈에게 진정한 사랑은 위빌이 더 가까웠고.
(테드 휴즈의 편지 모음집은 (2)에서 계속)

물론 휴즈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변명을 하진 않는다. 그저 죽음을 앞두었던 이 노시인은 자신의 죄와 직접 대면을 하고, 오랜 기간동안 언급을 피해왔던 문제를 직접 맞닥뜨린다.

어찌보면, 이 시집은 플라스를 향한 그의 반성문이자 사과문이 아닐까.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집이라는 느낌은 잘 안 든다. 시적인 표현이 없는 것은 아니고, 또한 개별적으로 볼 때 하나의 시로서도 읽혀질 수도 있겠지만, 이 <생일 편지>는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편지 모음집이자 휴즈와 실비아의 추억에 관한 기록이다.

어느 정도 이 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뭇 다가가기 힘들 것이다. 

(2)에서 께속.


덧글

  • yoD 2012/09/24 01:35 # 답글

    난, 이거 읽어야지. 번역이 이거 밖에 없네. thx
  • JHALOFF 2012/09/24 08:06 #

    ㅎㅎ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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