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버로스 <네이키드 런치>- 벌거벗은 혼돈, 마약 관련(2) 독서일기-소설



네이키드 런치.

이 책을 처음 접하거나, 다 읽어도, 누구나 과연 저 제목과 텍스트의 상관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말 그대로 제목을 번역하자면, <벌거벗은 점심>이 되겠지만, 이 책에 제목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아니, 과연 저 <네이키드 런치>가 번역될만한 제목일까?

100프로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원래 <네이키드 런치>의 작가 윌리엄 버로스는 이 '네이키드 런치'라 불리는 원고의 제목을 <벌거벗은 욕망(네이키드 러스트)>로 지었다고 한다. 다만 워낙 악필이었기에 편집자가 제대로 못 알아보고, <벌거벗은 점심>으로 판단했고, 이에 버로스도 만족하여 <네이키드 런치>가 그대로 제목이 되었다고 한다.

이 썰이 사실이라면, 사실 <네이키드 런치>는 말 그대로 아무 의미 없는, 순도 100프로의 혼돈스러운 제목일 것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우연의 혼돈이 이 책과 굉장히 잘 어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작가도 <네이키드 런치>라는 우연의 계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버로스 이 더러운 미치광이 정키 쉐키.

언젠가 한 번은 읽어보려고 생각은 했던 책이었지만, 단골 서점 중 한 곳에서 50주년 기념판 하드커버가 있어서 얼떨결에 우연히 질러버렸다. 마치 벌거벗은 욕망이 벌거벗은 점심이 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처럼.

굳이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 위하여 줄거리를 요약하는 헛수고를 하지는 않겠다. 애당초 줄거리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책도 아니고, 요약 자체가 가능한 책도 아니다.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앨런 무어의 배트맨 관련 코믹스인 <킬링 조크>가 생각났다. 작중 조커의 대사이자 상징과도 같았던, 딱 하루의 불행한 날이 평범한 인간의 생을 완벽하게 바꿔버린다, 란 문장이 이 네이키드 런치 속 정키들에게 어느 정도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까?

드 퀸시의 수필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 마약 '중독자'들 중 어느 누구도 단지 마약 중독자가 되기 위하여 마약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누구는 고통을 덜기 위하여, 누구는 마약의 쾌락을 얻기 위하여, 누구는 호기심으로 시작했겠지만, 누구도 자신이 '정키'가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는 아니겠지, 나는 아닐거야, 란 힘없는 자기 최면만을 걸었을뿐.

이런 점에선 나중에 읽었던, 드 퀸시의 수필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사실 네이키드 런치 속의 세계는 더욱 암울하다.

드 퀸시의 지옥이 단순히 자신의 내면의 지옥이었다면, 네이키드 런치 속 정키들은 자신의 내면의 지옥 뿐만 아니라, 외부의, 바깥의 폭력 또한 견뎌야한다. 이미 마약과 그 중독자에 대한 인식은 드 퀸시의 시대와 다르다.

'정키' 중독자들이 스스로 자조적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비하한다.

작중 혼돈스럽게 등장하는 박사나 병원 등의 묘사는 가히 이런 중독자일뿐인 평범한 사람이었던 정키들에게, 정키란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폭력일 것이다.


물론 네이키드 런치를 읽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 마디로 혼돈의 카오스다. 피네간의 경야 같은 책이 생각날 수도 있지만, 피네간 같은 부류가 혼돈 속에 질서를 창조한 책이라면, 네이키드 런치는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를 창조한 책이다.

그렇지만, 이 혼돈은 결코 현실을 벗어나진 않는다. 이 마약 중독자, 정키가 창조한 혼돈은 말 그대로 정키의 눈으로 보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작가가 의도했다고 알려진 <벌거벗은 욕망>이란 제목답게, 이 네이키드 런치에서 작가는 자신의 벌거벗은 욕망의 속살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마치 광장 한 복판에서 DDR을 하는 디오게네스처럼, 마약과 색욕에 빠져 말 그대로 정키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여실없이 스스로를 정키라고 비하한다.

물론 정키들은 영웅적인 존재이거나, 매력적인 악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무기력한 정키들일뿐이다. 그저 마약 중독자란 점만 빼면, 무기력한 현대의 인간들이다.

또한 한 가지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꼭 이 책을 '마약중독자'들에 관한 책이라고 한정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단순히 정키들에 관한 책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책 자체의 범위가 너무 크다.

물론 작가의 남색적인 부분도 들어가있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고찰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마치 자신을 자책하는 작가처럼, 스스로 생각하기에 치울 수도 없는 똥덩어리 글을 한바탕 싸질러서 치우지도 못하고 한탄만 하는 정키 같은 작가의 모습과 정키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닮지 않았을까?

애당초 마약과 문학도 어느 정도 꽤 깊은 관계를 가진 것들이고 말이다. 짤로 쓴 책처럼 마약 중독과 글이 써지지 않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정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네이키드 런치가 아닐까 싶다.

동명의 영화도 있으니 언젠가 한 번 봐야겠다. 다만, 영화 내용을 대충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 책 자체를 영화로 만들었다기 보다는(영화가 가능하겠냐, 이런 정키 같은 책이.)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되는 과정을 정키스럽게 표현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드 퀸시의 수필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다만, 시대순으로 하기 위하여 드 퀸시를 먼저 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들도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 우선 지금 읽는 것들부터 해결하고 나서 말이다. 

덧글

  • 2012/10/19 01:3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HALOFF 2012/10/19 17:40 #

    감사합니다 ㅇㅇ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2012/10/19 05:1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ㅁㄴㅇㄹ 2012/10/19 05:17 # 삭제 답글

    헉 비밀글은 나한테도 안보여
  • JHALOFF 2012/10/19 17:40 #

    전 보호자 아닙니다. 본인에게 직접 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ㅁㄴㅇㄹ 2012/10/19 22:08 # 삭제 답글

    으앙
  • JHALOFF 2012/10/22 17:44 #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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