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델로 <엔리케 4세> - 하인리히라는 이름의 햄릿 독서일기-희곡



<엔리케 4세>는 <작가를 찾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과 더불어 피란델로의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희곡이다.

<엔리케 4세>는 이탈리아식 발음으로, 본래 등장인물을 생각한다면, 독일식 이름인 <하인리히 4세>로도 불려야겠지만,

피란델로는 이탈리아인이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글 번역본의 경우, <엔리코 4세>로 번역한 것이 하나 있긴 하더라.

<작가를 찾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처럼이나 파격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엔리케 4세>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희곡이다.

제목이자 작중 주인공인 '하인리히 4세'는 역사 속 카노사의 굴욕으로도 유명한 황제 하인리히 4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희곡이 역사극인 것은 절대 아니다. '하인리히 4세'는 없으니까.

이 희곡은 스스로를 하인리히 4세라고 망상하는 어느 미치광이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미치광이의 환상을 위하여 주변 사람들은 연기한다.

그러나 이 광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광인은 누군가의 음모로 인하여 미쳐버리고, 스스로를 오랜 시간동안 하인리히 4세라고 망상하며, 하인리히 4세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광기에서 깨어났다. 그럼에도 그는 끝없이 광기를 연기한다. 그리고 자신을 미치게 만든 악인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이런 플릇은 어느 매우매우 유명한 희곡을 연상케한다. 바로 <햄릿>이다.

실제 이 작품은 피란델로의 <햄릿>이란 생각이 들만큼 매우 유사한 점을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색채로 독특하고, 또한 <햄릿>과 많이 비교되는 희곡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란델로의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다르다. 미친척하는 연기가 전부였던 햄릿과 달리, 피란델로의 하인리히는 실제로도 미쳐있었고, 이런 자신의 미치광이 행적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괴로워한다.

그는 오히려 햄릿보다는 햄릿의 아버지, 혹은 미쳐버린 햄릿의 아버지와 더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피란델로는 애써 이 희곡의 분위기를 거창하거나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의 의도로 더욱 가벼운 소품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러면서 <햄릿>과 같은 부조리함은 절대 잃지 않는다.

햄릿과 비슷한 희곡이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이 희곡 또한 <작가를 찾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과 더불어 누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희곡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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