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 <자서전>-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독서일기-산문

예이츠의 아빠 잭 예이츠가 그린 20대 예이츠의 초상화.
(잭 예이츠는 화가였다. 예이츠도 한때 화가 지망생.)


<나는 말했다. 스테판 말라르메가 사라지고, 폴 베를린이 사라지고, 귀스타브 모로가 사라지고, 퓌비 드 샤반느가 사라진 후, 우리의 시들이 끝나고, 우리의 옅은 색깔과 불안한 운율이 끝나고, 콘더의 옅게 섞인 색조가 끝난 다음에, 무엇이 더 가능할까? 우리가 사라지면, 잔혹한 신만이 지배하리라.> - 비극적 세대 中

말라르메, 베를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예이츠가 빨았다.

귀스타브 모로, 퓌비 드 샤반느, 콘더: 화가들.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란 만화가 있습니다. 내용 자체는 꽤 ㅎㄷㄷ하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그런데 사실 이 제목 자체가 예이츠의 자서전에서 따온 말입니다. <After us, the savage God.> 위에 인용한 문구가 원래 예이츠가 말했던 의도죠.
(뭐 사실 야만적인 신으로도 할까, 그냥 간지나는 만화책 제목으로 번역함.)

개인적으로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라고 불릴만한 예이츠로서는 저 문장이 그의 <자서전>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서전 자체가 자신의 지나간 세대에 대한 애가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예이츠의 자서전은 사실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정쩡합니다. 사실 이걸 과연 자서전이라고 해야할 지부터가 난감한 문제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의도하고 자신의 전반적인 삶을 회고하려고 쓴 것조차 아닙니다. 제목부터가 사실 '자서전들'입니다. 그저 띄엄띄엄 자신의 특정 부분을 회상한 글들을 나중에 모아놓은 것이 그의 '자서전'이죠.

더군다나 이 책의 편집자 서문에서도 나오듯, 이 자서전을 통하여 예이츠라는 한 시인의 삶을 알기에는 힘듭니다. 제대로 서술 안 하거나, 자신의 상상력과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도 많고, 오히려 예이츠의 삶을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쓴 평전을 읽는 것이 훨씬 빠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책은 예이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그의 시나 희곡 등 작품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자서전'이란 제목보다는 '예이츠 사상의 기원, 혹은 발전'이란 딱딱한 제목이 더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위에 저 말은 드립이지만, 충분히 저 제목에 어울릴만한 내용입니다. 

예이츠하면 은근히 많이 생각나는 모든 곤를 향한 무한한 애정 행각이 생각나겠지만, 사실 이 책은 그런 쪽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물론 모드 곤을 처음 만났을 때 묘사라든지, 간간히 모드 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애정 행각 쪽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오히려 자신의 안습적인 애정 행각을 고려하여 일부러 언급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요.

이 책에서 묘미는 역시 와일드나 비어즐리, J.M. 싱 등 여러 유명인사들과의 교류와 예이츠 본인의 생각을 담았다는 점이겠죠.

젊은 시절 와일드나 비어즐리와의 대화 및 생각이라든지, 젊은 J.M. 싱을 처음 만나서 그의 재능을 일깨우는데 도움을 준다든지, 그레고리 부인과의 만남 등등 여러 재미난 점 등이 많습니다.

파운드가 시편에서도 언급한 '아름다움은 어려운 것이에요, 예이츠'라고 답하는 비어즐리의 모습도 보이고, 무심한 듯 시크한 와일드의 모습도 보이며 '황금새벽회' 창시자인 맥그레거 매더스와의 우정(?!!) 등등.

물론 그의 황금새벽회 리즈시절부터 참가하는 원로 행각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안 나옵니다. (애당초 예이츠의 황금새벽회 활동 자체가 굉장히 비밀스러운 일이었기에 오늘날 연구자들을 X먹이고 있다고 카고요. 출처 캠브리지.)

또한 예이츠 본인의 작품 활동의 발전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개인적으로 <우리가 사라지면, 잔혹한 신만이 지배하리라.> 이 구절 자체에서는 <재림>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문체 자체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시인 예이츠답게.

어쨌든 이 책으로 현재 나온 14권짜리 예이츠 전집은 모두 수집했습니다. (2권은 아직 출판 안 되서, 총 12권.)

그렇지만 싼 값에 팔고 있어서 질렀지만, 저에게 반은 젖은 똥을 준 영국 서점을 저주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방학 때 한국 가면, 예이츠 프로젝트로 다시 한 번 읽어야죠.

추신: 유명한 작가가 된다는 것을 참으로 본인에게는 힘든 일입니다. 왜냐하면 연구자들이 몇 살까지 '마법사'였는지 그딴 사실 알려고 노력하거든요. 캠브리지 Companion에 따르면, 예이츠는 최소 30대 중반까지 마법사..... 지못미 예이츠....
 

현재 가지고 있는 넘들. 나머지는 한쿸에. 대류.... 아마존 중고가 최고시다....

덧글

  • yoD 2012/10/23 00:24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법사 예이츠........ 라니.. 머 어때서? ......... 주세요.
  • JHALOFF 2012/10/23 00:29 #

    으응???
  • Scarlett 2012/10/23 11:58 # 답글

    으억 이게 예이츠 자서전 제목이었네요. 영락없이 bl만화제목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삼십 대까지 대마법사였다니... 그런걸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예이츠도 참....
  • JHALOFF 2012/10/23 17:15 #

    아 자서전 '제목'은 아니고, 그 안에 들어있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저 <비극적 세대>란 장의 마지막 문장이죠. 대마법사 같은 경우는 (얼굴은 미남인데도) 예이츠가 모드 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시간을 흘러보냈기 때문이다, 라는 썰이 꽤 유력하더군요,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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