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삼부작 (1) <몰로이> - 몰로이는 몰로이다. 독서일기-소설

오오 노인 간지 베케트-!!!


사무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소위 말하는 '3부작' 소설 또한 악명 높다.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등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 대해 사실 베케트 본인은 '3부작'이란 묶음 자체를 싫어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3부작이라 불릴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내용과 연관되는 인물들, 그리고 비슷하게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가볍게 날려주는 내용. 3부작이라 불릴만하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몰로이>는 무슨 책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몰로이>는 몰로이에 관한 책이죠, 라고 밖에 대답할 수가 없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 새1끼 뭐냐? 하면서 나의 머리를 한 대 치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참을성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몰로이는 누구인가요? 라고 물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나는 몰로이는 몰로이죠, 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고, 죽빵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몰로이는 몰로이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몰로이>의 전부다.

<몰로이>는 총 두 부분으로 나눠져있고, 1부는 몰로이의 장이며 2부는 모란의 장이다.

1부를 지배하는 우리의 몰로이는 몰로이답게, 참으로 몰로이스럽게 독자를 환영한다. 

우선 1부를 펼치면, 한 가지 사실에 당황할 것이다. 페이지가 아주아주아주 많이많이 빽빽하다. 혹시나 싶어 몇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몰로이>의 1부는 딱 두 문단으로 구성되있다. 

물론 문단이 아주아주아주 길다고 하여도 꼭 읽는데 지장이 있는다는 보장은 없다. 뭔가 불안한 기분이 팍팍들지만, 한문장, 한문장 천천히 읽어보자. 비록 페이지가 빽빽하여 눈이 아프지만, 그런데로 읽을만은 하다.

비록 베케트가 조이스의 비서 역할을 수행했고,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조이스의 사악한 실험정신을 (완전히) 물려받지는 않은 것 같다, 라며 안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몇 페이지를 계속 읽다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정보의 양은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내용이 없다.

몰로이의 독백은 실로 몰로이스럽다. 

가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찌질한 주인공들이 몇몇 있다. 

그렇지만 몰로이의 몰로이스러움은 '찌질'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애당초 이런 주인공이 있었는가? 

몰로이는 한 마디로 '실패자'다. 그는 모든 것에 실패한다. 그의 무지막지한 독백이 끝없이 이어지는데도, 그는 방을 나가는 것조차 실패한다. 심지어 자기정체성의 확립조차도 실패한다.

뭐 이딴 일이 가능한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마도' '그런가?' '그럴 수도' 이런 문장들이 사실상 몰로이를 구성하는 몰로이한 단어들이다. 몰로이의 세계는 뚜렷한 인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모호한 가정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실로 독자를 빡치게 만들고, 몰로이를 몰로이스럽게 만들고, 독자를 고독스럽게 만든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오르는 독자도 있겠지만, 베케트의 이 삼부작 소설은 고도와는 다른 방향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고도를 기다린다는 행위'자체도 망각하면 그나마 몰로이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해본다.

1부의 몰로이스러움을 가까스로 이겨내면, 2부의 모란은 독자에게 어느 정도 단비를 내려주는 존재이다.
'
그는 탐정이다. 그리고 그는 몰로이를 찾아야한다.

2부의 초반은 왠지 모르게 탐정이라는 모란의 직업답게 탐정소설을 연상케한다. 다른 소설과 비교했을 때는 지루할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1부의 몰로이스러움을 이겨낸 독자라면, 2부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모란은 결코 몰로이와 만날 수 없다.

그리고 2부가 진행될 수록 모란은 몰로이스러워진다. 애당초 2부는 모란의 몰로이로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란의 정신이 몰로이화되는 과정은 참으로 흠좀무하다.

2부의 끝까지 정신붕괴가 지속되다보면, 모란이 결코 몰로이를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왠지모르게 추측하게 된다.

결국 모란은 또다른 몰로이가 아닌가? 둘이 아예 동인인물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정신적으로 둘은 쌍둥이다. 왠지 모르게 이름조차도 비슷하지 않은가.

<몰로이>는 몰로이스러운 책이지만, 또다른 용어를 찾자면, 왠지 모르게 언어철학적인 책이다. (이는 뒤의 두 작품으로 갈 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혹은 국어교과서에서도 수록되었던 <책상은 책상이다>가 떠오른다.

분명 베케트는 '언어'를 가지고 장난치며 작중인물과 독자를 고독하게 만든다.

살만 루슈디의 서문이 상당히 인상 깊다. 누구보다도 영어를 아름답고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자가 모국어가 아닌, 불어로, 훨씬 어렵게 쓴 것을 다시 한 번 스스로가 영어로 새롭게 번역하여 불멸로 만드는 자, 그것이 바로 사무엘 베케트다.

(몰로이 3부작은 불어로 쓰였다가, 베케트가 영어로 다시 '썼다'(번역))

<몰로이>는 몰로이스럽게 결말이 나지만, 아직도 소위 말하는 3부작은 두 권이나 남았다.

<말론 죽다>에서 께속.

-몰로이 3부작의 리뷰는 도서관에서 빌린 Grove Centenary Edition을 읽고 쓰이고 있습니다.
(몰로이는 대산 세계문학에 번역본이 있더군요.)


덧글

  • yoD 2012/10/24 00:20 # 답글

    나 다닐땐 책상은 책상이다 이런거 없었는데..
  • JHALOFF 2012/10/24 00:25 #

    그때는 혹시 일어로 수업들으셨습니까?
  • 하루삼딸 2015/11/19 18:53 # 삭제 답글

    나 하루삼딸이다. ㅡㅡ;; 지금 이 책 읽는 중인데, 졸 어렵네. ㅎㅎ
    완죤 미치긋다. 수고해라. ㅡㅡa
  • JHALOFF 2015/12/19 14:11 #

    힘내쇼
  • 하루삼딸 2015/11/19 18:53 # 삭제 답글

    나 하루삼딸이다. ㅡㅡ;; 지금 이 책 읽는 중인데, 졸 어렵네. ㅎㅎ
    완죤 미치긋다. 수고해라. ㅡㅡa
  • 하루삼딸 2015/11/19 18:58 # 삭제 답글

    나 하루삼딸이다. ㅡㅡ;; 지금 이 책 읽는 중인데, 졸 어렵네. ㅎㅎ
    완죤 미치긋다. 수고해라.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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