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엔드게임> - 최후의 날의 부조리극 독서일기-희곡

구글링으로 찾은 합성짤인 듯한데 이거 뭐야, 무서워....

지상 최강의 노인네

공연 보고 싶다.

부조리극이 원래 굉장히 이해하기 힘들고 기괴한 희곡인 것은 사실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래도 작가별로 어느 정도 그 특징이 있고 구별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같은 작가라도, 저마다의 부조리극마다 어느 정도 특색이 있다는 점이 간혹 놀랍긴 하다. 분명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도, 서로 다른 점이 있다.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대중적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엔드게임> 또한 부조리극의 걸작 중 하나다.

<엔드게임> 체스 용어에서 따왔다고 하며 말이 몇 개 남지 않은 최후의 체스게임 상태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 희곡의 분위기나 베케트의 의도를 생각하면 참으로 의미있는 제목이 아닐 수가 없다.
(막판 이라고도 번역되는 것 같다.)

최후의 날에 공연될법한 희곡이 바로 <엔드게임>이 아닐까?

<고도를 기다리며>가 적어도 고도를 기다린다는 막연한 희망이라도 가진 인간들을 표현했다면, <엔드게임>은 그저 최후만 남은 종말의 세계를 그린다.

작중 인물은 네 사람으로, 각각 움직일 수 없고 장님인 햄, 그의 하인이자 앉을 수 없는 클로브, 그리고 다리가 없이 쓰레기통에 살고 있는 햄의 부모 네그와 넬, 이렇게 4 명의 등장인물들이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대사는 햄과 그의 하인 클로브가 차지한다.

이런 황량한 최후의 세계에서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이 의자에 앉아 햄은 클로브를 수족처럼 부리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저 아무런 의미가 없을뿐이다.

장님인 햄은 클로브를 통하여 바다나 육지쪽을 향하여 햇빛을 쬐게 의자를 움직이게 하거나 강아지 인형을 '강아지'처럼 대하고, 끝없이 진통제를 찾는등 이런저런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한다.

또한 이런 무의미한 행동 자체도 그들의 대화나 행동은 어긋나있다.

이들이 왜 이곳에 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 여전히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저 이들의 기형적인 행동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상의 추측만을 할 뿐이다.

해럴드 블룸은 이런 햄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비유했고, 얼마전 국내에서 무대에 올려진 경우는 햄을 최후의 '왕'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괜찮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햄은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서 아무 것도 통치할 수 없는 병든 최후의 왕이 아닌가?

<햄:이제 내 진통제 맞을 시간이 아닌가?

클로브: 네.

햄: 아! 드디어! 어서 내게 줘! 빨리!

(pause)

클로브: 더 이상의 진통제는 없어요.

(pause)

햄:(서늘해하며) 좋아...! (pause) 진통제가 없다고!

클로브: 더 이상의 진통제는 없어요. 앞으로도 진통제는 없을거에요.

(pause)

햄: 하지만 저 작은 상자에! 꽉 차있었잖아!

클로브: 그래요, 그렇지만 지금은 비었어요.>

병든 최후의 인간은 끝없이 고통을 호소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또한 엔드게임의 세계에서 4인 이외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햄: 만약 그가 존재한다면 그는 그곳에서 죽거나 이곳으로 올거야. 만약 그가 없다면....

(pause)

클로브: 절 믿지 않는 것인가요? 제가 지어내었다고 생각하나요?

(pause)

햄: 끝이야, 클로브, 우리는 끝까지 와버렸어. 나는 더 이상 자네가 필요 없어.>

1막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이 최후의 세계는 '엔드게임'이라는 제목답게 결코 최후를 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게임은 지속되야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도 연극이 끝날 때까지 같이 고통스러워해야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어느 정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런 <엔드게임>도 재밌게 볼 수 있으리라.

추신: 귀차니즘 때문에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는 다음에 짤막하게.

덧글

  • yoD 2012/10/24 00:20 # 답글

    나 고도 좋아하는데..
  • JHALOFF 2012/10/24 00:25 #

    그럼 읽으라. 이것도 번역본 있으니 지르라
  • CATHA 2012/10/31 01:11 # 삭제 답글

    지금 수준의 제 머리로 제대로 이해할수있는 부조리극은 하나도 없는거 같아요ㅜ.ㅜ 특히 베케트는...이 작품은 더 이상의 진통제는 없다는 말이랑 나는 더이상 니가 필요없다라는 주인공의 말로 다 설명할수 있을거 같아요. 뭔가 사람을 속상하게 하는 작품...ㅠ3ㅠ3ㅠ
  • JHALOFF 2012/11/01 04:13 #

    뭐 부조리극을 이해하고 보는 사람이 설마 있겠습니까, 작가 본인도 나는 고도가 누군지 모른다, 이런 말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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