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삼부작 (3)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 이름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독서일기-소설


베케트: 내가 요즘 글을 쓰면서 느끼는건데 말이야, 무엇이든지 조낸 침묵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근데 난 작가잖아? 난 안 될거야, 아마.

요즘 애쉐키들은 '침묵이 금이다'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이히히 언어는 똥이야 똥-!!

불완전한 언어로 만든 가짜 이야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좋아하는걸까?


독자넘들 카와이하게 X먹여야징~ 별 모양으로 써볼까요?~

뭐??? 소설의 구성 3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요??

호오 거참 멋진 소설의 3요소군요? 거 누가 파.괘.하기라도 한다면, 거참 유감이겠습니다아?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A: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어때? 무슨 내용이야?

JHALOFF: 응, 이름 붙일 수 없어.

A: 넌 좀 맞아야겠구나.



<말론 죽다>에서 붕괴가 시작되었다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은 말 그대로 붕괴의 끝을 보여주며 삼부작의 장엄한 끝을 독자에게 똥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그렇다, 말 그대로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간혹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라고도 번역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어떻게 이것이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의 이야기인가? '것'일 뿐이다. 그저 언어로 만들어진 가짜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인격 따위가 있을리 없잖아? 작품 내용도 그렇고.

베케트는 이제 화자에게 몰로이, 말론 같은 이름을 부여하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플롯과 배경을 짜는 것도 귀찮해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은 말 그대로 이름 붙일 수 없는 '화자'의 무질서한 독백의 연속일 뿐이다.

물론 화자 혼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보장도 없다. 화자의 망상이나 일부분일 것이란 보장도 없다.

그저 화자의 무분별한 독백 속에서 등장할 뿐이다.

몰로이나 말론, 모란 등도 여전히 등장한다. 그렇지만 등장할 뿐이다. 오히려 화자는 이들을 깐다. 이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읽다보면, 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은 베케트 본인이 아닌가, 란 생각도 든다.

<말론 죽다>에서 말론이 살짝 베케트의 모습이 보이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었다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은 '등장인물'로서의 면모가 거의 보이지 않는 베케트다.

언어와 문학이라는 장난감에 싫증이 난 듯, 화자는 장난감을 박살내고,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무질서하게 생각할 뿐이다.

소설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기존의 언어 자체를 그만두려는 시도까지 얼핏 보인다.

이 삼부작을 끝까지 읽으면서 든 여러 생각이 있지만, 그중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우선 다음에 또 한 번 이상은 읽어봐야겠다, (블룸이 거꾸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봤으니, 그것도 함 해봐야지)

두번째는 베케트 덕질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지갑이 무너지고, 생활이 무너지고~)

세번째는 베케트는 이 삼부작을 쓰던 도중 너무나 머리 아파서 잠깐 휴식으로 희곡 한 편 썼는데, 그것이 <고도를 기다리며>다.

물론 베케트의 작품관 자체가 그렇기도 하겠지만, 고도와 닮은 점이 이래저래 많긴 하다. 물론, 고도가 좀 더 열화판이지만.

마지막으로 왠지 모르게 비트겐슈타인 책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삼부작 내내 베케트의 <침묵이 있을 것이고,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모른다,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거다, 이 침묵 속에서 당신은 모른다, 당신은 나와야한다, 나는 나갈 수 없다, 나는 나갈 것이다.> 근데 들어올 때는 마음데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마지막 문장)


덧글

  • yoD 2012/10/26 03:03 # 답글

    와. 요즘 제대로 달리시네여.
  • JHALOFF 2012/10/26 08:01 #

    귀차니즘/ 귀찮다
  • 2012/12/30 14:13 # 삭제 답글

    베케트 소설을 원전으로 직접 읽으시나요? <몰로이>는 대산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번역이 된 바 있고, <말론 죽다>도 예전에 번역이 된 바가 있어서 찾아 읽었는데요. 도무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을 찾을 수가 없군요. 어떤 경로로 책을 구해서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
  • JHALOFF 2012/12/30 20:48 #

    베케트 소설들의 경우, Works of Samuel Beckett the Grove Centenary Editions로 출판된 판본, 도서관에서 빌려읽었습니다. 베케트가 불어로 썼던 경우는 본인이 영역한 것들입니다 ㅇㅇ
  • 2012/12/31 19:07 # 삭제 답글

    역시 직접 읽으시네요^^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 JHALOFF 2013/01/01 17:19 #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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