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독서일기-희곡

크라프! 녹음한다!

크라프! 듣는다!

크라프는 노인이다!!

크라프는 크라프다아-!!

과거는 언제나 크라프와 동일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크라프는 과거와 결코 만날 수 없다 크라프-!!

현재의 크라프도 미래의 크라프와 만날 수 없다-!!!

현재의 크라프는 과거의 크라프를 비웃고, 미래의 크라프는 현재의 크라프를 비웃는다-!!!!

이 얼마나 기괴한가-!!!!

BY. JHALOFF, 2012-10-25-10:55 A.M.


아 위의 저 기괴한 문장은 무엇인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나는 LOL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문도-!!! 를 흉내내고 있는가.


과거의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가 아닌가.

비록 나는 고작 몇 시간 전의 '나'를 비웃지만, 크라프는 수십 년 전의 자기 자신을 비웃습니다.

그럼으로서 노년의 크라프는 일종의 삶의 위안을 얻고자 하죠.

그렇지만, 크라프의 녹음 테이프와 그의 과거는 현재의 그를 지배하고 있고, 영원히 떠나지 않을겁니다.

과거의 자기자신을 마음껏 조롱하면서도, 앞으로의 미래의 자신을 위해 조롱거리를 크라프는 녹음하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참으로 씁쓸하면서도 제목과 작중 노인인 크라프의 나이를 생각하면, 과연 미래의 크라프가 현재의 크라프의 테이프를 들을 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별로 중요치 않죠. 미래의 크라프가 살아있던, 죽어있던, 어차피 현재의 크라프와는 결코 만날 수 없을테니까요.

또한 현재의 크라프가 과거의 크라프를 비웃는다고 하지만, 그의 비웃음과 조롱은 오히려 크라프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어보일 뿐입니다, 적어도 관객의 입장으로선.

만나지도 못할 과거의 자신을 조롱하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 내가 이렇게나 비참했었다니, 낄낄낄~' 라면서 비웃는다고 하여도, 현재의 자신의 비참함이 해결될까요?

결코 서로 만나지 못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테이프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존재해버립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왠지 신학에서의 신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래저래 기괴합니다.

이런 기괴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베케트의 의도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죠.

작중 인물은 노인 크라프 한 명이지만, 이런저런 인물들은 그의 테이프를 통하여 똑같이 무대에 존재하고, 영향을 발휘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왠지 모르게 그의 삼부작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어찌보면 노년의 인간 그 자체가 크라프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죠.

물론 아직은 젊은 제 자신이 이해하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짤 속 크라프를 담당한 노인은 또다른 유명 부조리극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핀터 본인이 노년에 2006년 직접 크라프를 연기한 사진입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귀찮다.

BY. JHALOFF, 2012-10-25-03:1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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