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3)- 불안의 책, 불안으로서의 고독 독서일기-시




 <불안의 책>은 표면적으로 포르투갈 리스본 어느 한 서점에서 일한다는 베르난두 소아레스의 '진실 없는 자서전'이다.

물론 소아레스 또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또다른 이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는 그 어떤 이명보다도 페소아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소아레스는 소아레스고, 페소아는 페소아다. 둘의 만남을 기록할 정도로 페소아는 역시 자신과 거리를 둔다.


그렇다면 <불안의 책>은 어떤 책인가? 누군가는 일기라고 한다. 일기라는 표현이 어쩌면 가장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베르난두 소아레스'가 된 페르난두 페소아가 자신의 그때그때의 여러 사색들을 적은 책이다. 물론 <불안의 책> 자체의 출판 계획은 페소아가 계획하고 있었다지만, 안타깝게도 편집하기 전에 사망하였고, 사람들에게 남겨진 것은 <불안의 책>이 될 수도 있었을 수많은 원고뭉치뿐이었다.

페소아 본인은 <불안의 책>을 현재 편집된 양보다 훨씬 적게 계획했다고 한다. 이 위대한 영혼의 기준으로 가치 미달인 글들은 전부 삭제할 예정이었겠지만, 그런 '가치 미달의 글'조차도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보석과도 같다.

이 방대한 '일기'를 관통하는 생각은 언제나 진부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과연 나는 누구인가?'다.

페소아는 이 명제를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고뇌하는 인간이다.

남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귀찮은 일이고, 자신을 이해하고 싶지만,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이 시인이 수많은 또다른 자신을 만든 이유 또한 '나 자신'이 아닌, 제 3 자의 시각으로 자신을 고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이해하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파괴했다. 이해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이해하기 전까지는 무엇인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처럼 완전히 거짓되지만 진실된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고독은 나를 파괴한다. 동료들은 나를 억압한다. 다른 이의 존재는 나의 생각을 탈선시킨다. 나는 종종 다른 이의 존재와 내 어떤 분석으로도 규명할 수 없는 낯선 무심에 대해 꿈꾼다.>


'불안의 책'이란 제목 자체도 결국 '나 자신'은 누구인가, 에서 오는 불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핑크스처럼 행동해야한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지 더 이상 모르는 상태가 될 때까지 거짓되게. 왜냐하면 우리는 사실, 가짜 스핑크스이며 우리가 현실에서 무엇인지 어떠한 생각조차 없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모두가 동감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우리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부조리한 것은 신성하다.
......
책을 읽지 않기 위해 책을 사자, 누가 공연하고,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신경쓰지 말고 콘서트를 가자. 걷는 것에 지겹기 때문에 오래도록 걷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를 지겹게 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자.> 


언제나 리스본을 떠나지 않는 '소아레스'지만, 그는 온 세계보다도 오래되고, 큰 영혼이다. 

페소아의 여러 시들에서 얼핏 보였던 생각의 파편들은 모두 이 불안의 책에서도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조각이 되어 나타난다.

그는 언어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고, 그것을 통하여 자신이 누군인지 알고자 한다.

<내 조국은 포르투갈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랴?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가 될 책과 작가를 찾았는데 더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한가?

굳이 남에게 글로서 표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기쁨은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다.

<어떤 의견도 없는 신성한 직감이여.....>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불안의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책이란 결국 취향이라,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이 온 우주보다도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나는 모든 사람들을 시기한다, 내가 그들이 아니기에. 그들이 언제나 나에게는 불가능한 것중에서도 가장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에, 나는 언제나 그들을 갈망하고, 모든 슬픈 순간에 절망한다.>


추신: <불안의 책>은 까치에서 번역본으로 출시되었다.



덧글

  • yoD 2012/11/05 01:27 # 답글

    저, 리스본 가봤는데. 무튼, 건강하세요.
  • JHALOFF 2012/11/05 09:40 #

    ㅇㅇ 부럽다. 근데 딴 짓 하셔도 되는거임??
  • ㅇㅇ 2014/10/19 15:10 # 삭제 답글

    봄날의 책에서 출판된 국역본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던데 http://jozio.tistory.com/m/post/20 까치판은 괜찮을까요??
  • JHALOFF 2014/10/28 08:11 #

    까치판도 영역 중역에다가 편역이라서 그닥인거 같은데, 문동 쪽인가에서 완역으로 나온다는 카더라가 있으니 좀 더 기다리시는 것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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