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에르(1)- <타르튀프>, 어느 사기꾼 독서일기-희곡


<타르튀프>는 분명 희극이다.

아, 물론 여기서 '희극'은 뭔가 하하호호 유쾌한 희극이 아니다. 오히려 아리스토파네스식 희곡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타르튀프, 혹은 사기꾼.

분명 이 작품은 희극이고, 타르튀프는 뭔가 흔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꺼림찍하다.

읽는 내내 이 타르튀프라는 '악'이 과연 희극에 어울릴법한 악인지 계속 고민한다.

아니야, 그저 평범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희극 속 악당이 섬찟할 수 있는가?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마치 정말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하다.
오히려 타르튀프는 이아고와 같은 절대악이 아닌가?

타르튀프는 오르공의 집안에 머무는 '사기꾼'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배적이다.

5막으로 구성된 이 희극은 제목이 '타르튀프'지만 정작 3막, 즉 극의 약 절반 부분에 이르러서야 타르튀프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는 직접 등장하지 않을뿐, 무대를 지배한다. 1막에서 2막까지 여러 작중 인물들, 타르튀프를 사랑하는 이와 의심하는 이의 대사로서만 관객은 이 '타르튀프'란 존재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 타르튀프는 사기꾼인가, 아닌가? 물론 사기꾼일거라고 믿는 것이 더 올바르고, 믿음이 간다.

타르튀프가 드디어 등장을 하면, 참으로 보면 볼수록 이 악한은 사기꾼이다, 란 확신은 강하게 든다. 그는 '종교'를 이용한 악한이다. 그는 오르공과 그의 집안의 상당부분을 사로잡는다.

오르공의 아들과 딸, 아내 등이 타르튀프의 진실된 악을 볼 수 있지만, 그들은 악을 볼 수만 있을뿐, 무기력하다. 타르튀프는 오히려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자'들에게 더욱 집중한다.

작중 오르공과 타르튀프의 관계는 참으로 당혹스럽다. 사실상 둘의 관계는 '동성애'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니, 타르튀프에게만은 '여자'이고 싶은 오르공의 짝사랑이라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스스로가 여자가 아니기에, 오르공은 자신의 딸을 타르튀프에게 시집 보내어 타르튀프와의 사랑을 이루려고 한다.

작중 아내의 계략으로 타르튀프의 본모습을 알았을 때조차 오르공의 모습은 배신당한 사랑에 분노하는 여성의 모습에 더 가깝다.

초반 오르공이 등장하여 가족과 타르튀프의 안부를 물을 때조차 가족은 불행하고, 타르튀프는 행복하다는 현실을 오르공은 왜곡한다.

타르튀프는 오르공을 유혹하고, 그의 딸과 아내를 유린하고, 그의 집안을 빼앗으려든다. 이런 점을 볼 때, 일반적인 사기꾼의 행동과는 크게 차이점은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타르튀프의 정말로 섬찟한 점은 그가 사실상 가면을 절대 벗지 않는다는 점에 있지 않은가? 그의 근본인 '악'을 행할 때조차 그는 '선'을 연기할 때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마치 악과 선이 손바닥 뒤집기라는듯이 타르튀프는 악한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어 오르공의 집안을 삼키려고 한다.

극이 거의 끝날 때까지 이 타르튀프라는 위선자의 승리는 확실하게 보인다. 이 절대적인 악을 이기기에는 오르공과 그의 집안은 너무나도 무기력하다.

그렇지만 극의 끝은 이전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결국 타르튀프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하여 파멸하고, 오르공 가는 평화를 되찾는다.

하지만 몰리에르가 이 작품의 상영을 금지당했었고, 작중 '종교'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엔딩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비록 '희극'이지만, 타르튀프의 진정한 결말은 타르튀프의 승리가 아닐까? 하지만 그러한 진실된 결말을 그리기에는 현실의 몰리에르는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다.

그렇다고 이 희극이 그 가치를 잃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몰리에르는 타르튀프를 창조했고, 비록 결말이 마음에 안 들어도, <타르튀프>는 희극으로서도 충분히 뛰어난 작품이다.

끗.

께속.

덧글

  • CATHA 2012/11/06 22:58 # 삭제 답글

    재밌네요, 혹시 번역본 나왔나요? 아님 영역본으로 읽으신건가요?
  • JHALOFF 2012/11/08 10:35 #

    저 같은 경우는 전에 썼던 글 보시면 알겠지만, 단골 서점에서 업어온 20편 수록된 몰리에르 영역 희곡 선집 읽고 있고요, 제가 알기론 열린책들에서 타르튀프, 동 쥐앙, 인간 혐오자, 이렇게 세 걸작 한꺼번에 수록된거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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