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신: <이피제니>, <페드로>, <아탈리> 독서일기-희곡


장 라신은 몰리에르, 코르네유와 더불어 프랑스 3대 극작가라 불리는 인물이다.

사실 내가 처음 라신의 이름을 들었던 것은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였다.

지금도 기억하지만, 돌격대가 와타나베에게 왜 이 학과를 지원했는가, 고 묻자, 와타나베는 말 그대로 무심한듯 시크하게 라신 등의 희곡을 읽고 연구하는 과, 라고 그대로 과 설명문을 그대로 말했고, 돌격대가 라신은 들어본적이 없는데 누구냐, 고 묻자, 와타나베 또한 자기도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하여 돌격대가 당황하는 부분이었다.

(책의 쓰잘데기 없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도 참 짜증나는 습관이다. 쓸데없는 곳에 너무 기억력을 낭비한다.)

어쨌든 적어도 와타나베 같은 사정남에게 무시당할 정도로 라신은 듣보잡이 절대 아니다. 

여기 라신의 후기 비극 3 작품이 있다.

<이피제니(이피게니에)>, <페드로(파에드라)>, <아탈리(아달랴)>.

사실 라신의 희곡들은 그렇게 내용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 대부분이 이미 희랍 비극에서 쓰였거나, 성서에서 따온 소재들이다.

그렇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작가의 필력이다. 

<이피제니>는 이미 에우리피데스 등이 소재로 썼던 비극이다. 물론 라신은 에우리피데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한다. 그렇지만 라신의 이피게니에는 희랍 비극의 이피게니에와는 다르다.

우선 라신은 희랍 비극의 기계신과는 달리, 어떤 신적인 존재가 희곡 내부에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이피게니에를 제물로 바치라는 신탁은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기계신이 아니라, 희곡 내부의 인간이다.

라신은 우선 아가멤논의 고뇌를 중심으로 희곡을 전개한다. 아버지로서 딸을 지켜야하는가, 아니면 그리스 사령관으로서 그리스의 명예를 위해 제물로 바쳐야하는가. 이 고뇌는 딸을 제물로 요구하는 예언자와 오디세우스의 요구에 따라 더욱 심해진다.

물론 아가멤논은 제물로 바치긴 바쳐야한다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기에 그의 고뇌를 계속된다.

작중 연인 관계로 설정된 아킬레우스와 이피게니에, 그리고 이피게니에의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진실을 알았을 때의 고뇌, 혹은 슬픔, 분노 또한 라신은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라신이 특별하게 설정한 아킬레우스를 사랑하며 이피게니에를 질투하는 에리필 또한 작중 중요 인물이자, 라신의 비극을 에우리피데스의 비극과는 다르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다.

신의 개입이 아닌, 이피게니에에게 결코 사랑을 빼앗지 못 하고, 그녀가 '성녀'가 되게 만들어야한다는 질투와 열등감의 개입이 라신의 이 비극에 대한 해결법이다.

하지만 역시 전반적으로 희랍비극스럽기는 하다. 라신의 희곡은 희랍 비극처럼 상당히 정적이기에 엄숙하다. 한 장면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거나 말하지도, 또한 결정적인 장면 자체는 오히려 무대 뒷편에서 일어난다.

<페드로> 또한 이미 희랍비극에서도 쓰인 소재지만, 라신의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심리 묘사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파에드라는 미노스와 파시파에의 딸이자, 테세우스의 '젊은' 아내이며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를 사랑하면서도 그 죄악감을 숨겨야하는 인물이다.

테세우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사망 소식'은 거짓이었고, 히폴리토스 또한 그녀의 마음을 받지 않는다.

이 희곡에서 재미 요소는 역시 이런 파에드라의 고뇌와 '내 것으로 할 수 없다면 부숴버리리라'는 무시무시한 사랑 파탄자의 심리 묘사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왕인 테세우스는 중심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나약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왕'이라는 위치에 있기에 그는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며 작중 비극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런 점은 이피제니의 아가멤논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탈리>는 성서 속 악역의 대명사인 아합과 이세벨의 딸인 아달랴에 관한 비극이다. 악의 피를 이어받은 아달랴는 여왕이 되자, 왕족의 씨를 말리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자 요하스에게 결국 죽임을 당한다.

이 비극에서 사실 아달랴는 그렇게 중심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신분을 모르다가, 왕이 되어 아달랴를 무찌르는 요하스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자체는 갠적으로 그냥 무난하다. 다만 위의 두 비극과는 달리, 코러스가 있는 점은 오히려 더 희랍 비극과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이상 라신의 세 편의 비극에 대한 짧은 잡글이었다.

라신의 희곡은 총 열두편이라 언젠가 나머지도 읽어보고 싶다.

책의 텍스트는 펭귄에서 영역된 라신의 세 희곡을 사용했다.

다만 라신 같은 경우 굉장히 번역되기 어려운 극작가라고하는데, 역시 원문도 읽어보고 싶다.


덧글

  • Sacha 2013/11/18 15:5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아탈리에 대해서 살피다 우연히 발견해서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그런데 한국어로 이미 아탈리가 번역되어 나온 적이 있나요?
    있다면 서지정보좀 알려주실 수 있으실련지요...
    감사합니다.
  • JHALOFF 2013/11/25 06:21 # 답글

    저도 영역으로 읽은지라, 한국어 번역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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