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에르(4)- <수전노>, <부르주아 귀족>, 어느 돈과 권력을 사랑하는 비극적인 남자들 독서일기-희곡

<수전노>와 <부르주아 귀족>은 비록 각각의 특성이 있는 훌륭한 희극들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작품들이다.

<수전노>는 말 그대로 수전노, 혹은 구두쇠에 대한 아주아주 유쾌한 유쾌한 희비극이다. '희비극' <부르주아 귀족>은 말 그대로 부르주아가 되고 싶은 어느 평민의 희비극이다.

알다시피 수전노, 돈에 관련된 인물들은 문학 속에서 그다지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니다. 샤일록과 같이 고리대금업자는 경멸의 대상이며, 수전노 또한 마찬가지다.

이 수전노의 주인공이자 우리의 수전노 아르파공. 그는 한마디로 돈에 '미친 노예'다. 물론, 그의 광기는 샤일록과 같은 '악의적인 광기'와는 다르다.

사실 그는 일반적인 '수전노'라고 하기에는 조금 특이한 인물이다. 냉혹한 수전노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수전노라는 평이 더 적합하다.

물론 작중 그의 돈에 미친 행동은 참으로 희극적이다. 단순히 '적게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들이 사랑하고 있었던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고, 아들과 딸을 돈 많은 영감과 과부와 결혼시키려 하며, 자신의 돈을 훔쳤던 대상을 딸의 얘인으로 착각하자 그의 친구에게 대신 돈을 청구하는 모습 등등 그는 구두쇠로서, 수전노로서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유쾌한 모습을 제공한다.

우리의 부르주아 귀족의 주르댕은 아르파공과는 비슷하면서도 그 지향점이 조금 다른 인물이다. 주르댕이 원하는 것은 돈보다는 자신의 '위치'다. 평민이기에 그는 귀족을 꿈꾼다. 물론 어느 정도 수전노와 같은 모습 또한 보인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완벽하게 '돈'에 미친 노예는 아니다. 그는 오히려 그다지 높지 않은 자신의 지위에 상처받은 인물이며, 그렇기에 돈으로 도피한 인물이다.

단순히 자신을 귀족처럼 대해준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돈을 귀족에게 빌려주고, 자신의 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위장한' 오스만 왕자가 청혼을 하자 은쾌히 승낙하고, 우스꽝스럽게 막 지껄이는 가짜 터키어를 좋아라하며 따라하는 모습 등은 그가 오히려 상처받은 인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심지어 극의 결말까지도 이 아르파공과 주르댕은 그다지 해피엔딩을 얻는 인물이 아니다.

딸의 애인이자 남편이 될 남자와 아들의 애인이자 부인이 될 여자는 자신들의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가족이 새롭게 결합하는 기쁨을 얻으며, 자식들은 사랑을 얻지만, 오직 아르파공만이 여전히 수전노로만 남을뿐이다. 심지어 남들이 보기에 한낱 조롱거리에 불과한 자신의 모습을 전혀 깨닫지도 못하고, 어떠한 변화도 없다.

주르댕은 어떠한가? 그 또한 아르파공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떠한 진실을 깨닫지 못한채 그저 이제 터키 왕자의 장인이 되었다는 가짜 행복에 사로잡혀 주르댕은 가짜 터키어를 지껄인다. 무대 뒷편에서 진짜 사위와 딸, 부인만이 깔깔대고 있을때조차 그는 이방인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을 마냥 비웃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스스로를 욕되게 만드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르파공과 주르댕은 '수전노'이자 신분 상승에 굶주린 자들이지만, 역설적으로 비인간적인 돈에 미친 신도들과는 달리, 인간적이다. 

오히려 인간적이기에 희극적인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그다지 다른 점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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