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 <우스 루지아다스> - 제국으로 나아가는 포르투갈 예찬 독서일기-시


서사시라는 장르는 어찌보면 고대에는 반짝였으나 갈수록 죽고 죽어버린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미 희랍에서부터 서사시->서정시->비극으로 가는 과정을 거쳤지 않았는가?

일반적으로 정말 대중들도 알만한 서사시를 꼽으면 진짜 몇 개 안 된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아이네이드, 신곡, 실락원 정도? 물론 더 많지만, 대부분 고대의 것들이고.

물론 르네상스 시기에도 꽤 많은 서사시들이 있었다. 그 중하나가 바로 포르투갈 국민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까몽이스의 <우스 루지아다스>다.

<우스 루지아다스>는 예전부터 이름은 들어본적이 있지만, 최근 페르난두 페소아를 발견하면서 같은 포르투갈 문학의 셰익스피어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는 이 까몽이스의 서사시를 읽게 되었다.

사실 <우스 루지아다스>를 읽는 것은 상당히 난감하다. 분량 자체는 약 8000 여 행으로 1만 행이 넘는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보다는 훨씬 읽기 편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내용일 것이다. <우스 루지아다스>는 한 마디로 당대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 인도로 가는 길목을 찾는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를 예찬하는 서사시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제 아무리 콜럼버스를 위인전에서 아메리카를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라고 미화시켜도 실상은 천사의 둘 도 없는 개쌍놈인 것처럼,

다 가마도 사실 그렇게 '위대한' 이라고 보기는 힘들며 어찌보면 이 작품은 서양의 제국주의의 시작을 미화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까몽이스가 다 가마 일행만을 추앙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포르투갈 그 자체, 위대한 제국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고 자신의 조국의 영광에 대해 찬송한다.

애국심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작중 나오는 제국주의적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태도나, 기독교인은 착하고, 이슬람인은 나쁘다, 란 이분법적인 태도,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을 보면 좀 읽기 거북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이 <우스 루지아다스>가 일방적인 예찬이나 일방적인 제국주의적 태도를 지닌 시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간간히 냉소적인 태도도 얼핏 보이고, 꼭 이슬람인은 악이다, 란 이분법적 태도를 보이진 않는다. (사실 생각해보면, 다 가마 일행이 주인공인데, 그 반대인 이슬람인은 자연스레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굳이 좀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당대 시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지식인이라고 평하는 것이 좋을 거다.

그래도 서사시로 볼 때 <우스 루지아다스>는 훌륭한 작품이긴 하다. 저자는 굉장한 포부를 지니며, <우스 루지아다스>는 굉장히 공격적인 자세로 시작한다.

오디세이아나 아이네이드 따위는 잊어라-!! 오디세우스나 아이네아스의 항해 따위는 버려라-!! 여기 더 위대한 자들의 더 위대한 모험이 있다-!!!

이 얼마나 공격적인 것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까몽이스 본인이 다 가마와 가족 관계인가 그렇고, 인도로 가는 항해도 강제로 했다고 한다.)

다만 까몽이스 본인이 오디세이아나 아이네이드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두 서사시를 연상케하는 부분들이 아주아주 많이 나온다.

명목상 다 가마 일행을 중심으로 다 가마가 모험의 주인공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작중 나오는 소년왕 세바스티앙과 그가 이룩할 제국일 것이다.

서사시는 철저하게 계산된채 포르투갈의 위대한 영광을 향하여 나아간다.

이 서사시를 실제 다 가마 일행의 여행과 동일선상으로 보면 안 된다, 아예 까몽이스의 뇌내 보완으로 미화 및 극적으로 변한 하나의 모험 서사시다.

작중 다 가마의 일행의 인도 여행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조차 가담한다. 다 가마를 도우려는 비너스와 다 가마의 인도 여행을 방해하려는 바쿠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결국 다 가마 일행을 축복하는 유피테르.
(바쿠스는 일단 그리스 로마 신화 설정상 인도도 직접 가봐서 반대한다.)


근데 사실 한가지 언벨렌스한 점은 다 가마 일행은 크리스트교를 외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러한 괴리감 자체를 까몽이스 본인도 이미 잘 알고 있었는지 작중 그러한 것을 암시하는 글들도 나온다. 어쩌면 그냥 편하게 각각을 야훼, 천사, 악마로 대입하면 되지 않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서사시 자체는 굉장히 잘 쓰여졌고, 낭만적이다. 좀 특이한 부분도 많이 보이고.

사랑의 섬이나 세계의 기계에 관한 묘사라든지, 테티스의 속임수로 결국 '희망봉'으로 변한 거인 아다마스토르의 이야기라든지.

이 서사시가 포르투갈 국민 서사시라 불리는 이유도 그 뛰어난 서사시이기도 하지만, 역시 자신들의 리즈 시절을 다룬 시라서가 아닐까.

작품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서사시로서는 훌륭한 <우스 루지아다스> 였다.

p.s. 옥스퍼드에서 나온 영역본 빌려 읽었다. 이거 말고도 또 유명 르네상스 서사시인 <광란의 오를란도>나 <해방된 예루살렘>도 언젠가는 손대야지.

옥스퍼드판 같은 번역자의 까몽이스 서정시집도 있던데, 시간되면 빌려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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