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머피>- 머피의 기묘한 모험 독서일기-소설


구역질이 치솟는 '사악'이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독자를 괴롭히는 거다!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괴롭히는 짓이다. 작가가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를! 평범하게 쓸 수 있어도 제놈 하나만 좋자고! 용서못해! 너는 지금! 또다시 내 마음을 배신했다!

베케트의 첫 소설인 <머피>를 보고 있으면 작가라는 존재들의 구역질이 치솟는 사악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작가란 족속들은 평범하게 쓸 수 있음에도 독자를 괴롭히겠다는 실험 정신 아래에 일부러 어렵게 쓰는 족속들이다.


발전을 위해서라고? 헛소리! 이놈들은 뼛속까지 변태다!  

그런 점에서 사무엘 베케트도 이런 뼛속까지 변태이자 악인 작가군에 속하는 작가일 것이다.

그의 첫 소설 <머피>를 읽고 있자면, 이 작가가 얼마나 평범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 능력을 일부러 그만두고, 초월하여 교수와 연구자들의 뼈를 갈아넣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역시 베케트야! 우리가 못하는 일을 태연히 해버려! 그런게 소름돋아! 동경한다고!

<머피>의 줄거리를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머피의 기묘한 런던 모험,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상당히 '기묘'하다. 문체 자체는 그래도 덜 실험적인 것 같지만, 내용 자체는 이미 이때부터 조짐이 보인다.

머피라는 인물 자체는 상당히 도피자다. 그는 언제나 어떤 정해진 것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오히려 더욱 이상한 일들에 휘말린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약혼녀에게서 도망쳐 창녀와 같이 살거나, 정신병원에서 일하거나, 절대 이기지 않는 기괴한 방식의 체스를 두거나 등등.

그리고 이러한 머피를 찾기 위한 약혼녀 일행의 모험.

'런던'이라는 정해진 도시 안에서 참으로 이런저런 기묘한 일들을 그리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머피'가 아일랜드에서 가장 흔한 성이자 아일랜드인 그 자체를 흔히 상징하는 인물이고, '런던'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점을 볼 때, 어쩌면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 관계에 대한 어떤 기묘한 풍자가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베케트의 언어 그 자체에 대한 놀이 및 회의는 이미 이때부터 어느 정도 시작된듯 한다.

역시 베케트는 조이스와 마찬가지로 '언어'라는 도구 자체에 이미 통달한 작가다. <머피>는 비록 상대적으로 덜 실험적인 문체로 쓰였다고 볼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하진 않다. 오히려 다채롭고 화려하다. 오히려 문장이 작가 본인과 등장인물들을 조롱한다.

그리고 상당히 뜬금없을 만큼의 머피에게 가해지는 작가의 외압은 오히려 이 이야기 자체가 단순히 만들어진 가짜라는 것을 더욱 각인시킨다.

마치 장난감에 싫증나서 박살내는 어린 아이처럼. 오히려 두서없이 정말 말 그대로 기묘하게 전개되는 머피의 런던 모험이나 마치 싫증나서 작가에 의하여 완전히 박살나는 머피를 볼 때 이미 이 베케트놈은 싹수가 보였어, 으아아아-!!

사실 이 <머피>가 굉장히 유머스러운 소설이란 말도 있던데, 그렇게 동감되진 않는다. 물론 안 웃기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기준으로는 하하하하-! 웃게 만드는 소설은 아니고, 가끔가다 실룩실룩거리거나 흐흐 정도의 웃음을 짓게 하는 소설이다.

물론 정말 정신나가게 웃긴 소설과 비교했을때지, 오히려 베케트의 다른 기괴한 작품들처럼 좀 부조리하게 웃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국내에도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선 첫째로 베케트 작품치고는 평범한 독자가 손대기 편하며, 두번째로 이 작품 읽고, 어라, 베케트가 은근히 재밌고, 은근히 읽기 편하네? 하면서 다른 작품을 손댔다가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 상상만해도 좋다 핥핥

끗.

덧글

  • .. 2012/11/21 14:18 # 삭제 답글

    인간 제놈 프로젝트
  • JHALOFF 2012/11/21 20:08 #

    제놈!!
  • 7N 2012/11/21 16:19 # 답글

    베케트가 혹시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사무엘 베케트인가요?

    아부지 강권으로 초딩 때 그걸 읽어본 적이 있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못알아먹겠더라고요;;
  • JHALOFF 2012/11/21 20:08 #

    네, 그 베케트 맞습니다. 고도는 아무래도 초딩이 읽기에는 좀 많이 기괴한 희곡이죠.
  • 투미 2012/11/22 08:01 # 삭제 답글

    멋모르고 손댔다가 나중에 변태적인 작품에 고문받더라도 읽어보고 싶네요 ㅜㅜ 나...나도 영어공부할꺼야!!
  • JHALOFF 2012/11/22 21:16 #

    머피 자체는 꽤 괜찮습니다. 그 이후가 문제죠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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