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킨트 <룰루 2부작>- 사회와 괴물 독서일기-희곡


프랑크 베데킨트의 룰루 2부작은 <땅의 정령>, <판도라의 상자>로 구성된 표현주의 비극이다. 사실 클래식 감상이 취미인 사람에게는 알반 베르크의 유작 오페라 <룰루>로 좀 더 익숙할 것이다. 알반 베르그의 무조성 선율에 어울리게, 베데킨트의 2부작은 말 그대로 그로테스크하다.

희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그야말로 표현주의적이다. 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인데, 말 그대로 영화 속 배경과 분위기스럽다. 룰루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와는 이질적이다. 어딘가가 비틀려있고, 초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냉혹한 점은 오히려 현실과 닮았다.

사실 희곡은 '2부'로 구성되있지만, 역설적으로 <땅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의 분위기는 철저하게 다르다. 아니, 이 비극의 주인공이자 악역이며 중심인물인 '룰루'의 묘사가 판연하게 달라진다.

룰루는 여성이다. 그리고 또한 말 그대로 팜므파탈이라 불리는 존재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고, 파멸하며 살아간다. 이는 <땅의 정령>의 첫 시작부터 확연하게 드러난다. 동물 조련사는 가장 원초적인, 뱀과 같은 동물이라며 우리의 룰루를 소개하고, 룰루는 마치 동물처럼, 아니 동물 그 자체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땅의 정령>에서 룰루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이 희곡 전체를 지배하는 신과 같은 존재다. 작중 수많은 남자들은 그녀에게 빠지고, 그녀에게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그녀를 없애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사랑하며 파멸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악행'을 벌이는 룰루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존재이며 선과 악과도 가장 거리가 먼 존재다. 그녀는 말 그대로 '대지의 정령'이다. 그녀는 곧 뱀이다. 뱀이 무엇인가를 무는 것은 곧 본능이며, 이는 선과 악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작중 눈여겨볼만한 것은 말 그대로 뱀처럼 구석에 또아리를 튼채 가만히 있는 룰루의 미에 반하여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의 모습이다. 오히려 룰루의 '악행'은 남자들에 의하여 스스로 심판당하는 대가의 결과이며 끝없이 룰루에게 벗어나고, 혐오하면서도 그녀에게 빠지는 남자들의 모습은 오히려 혐오적이다. 룰루의 '순수'함은 그녀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외친다. 나는 신도 모른다. 선도 모른다. 악도 모른다. 말 그대로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조차 모른다. 그녀가 남자들을 파멸시키는 팜므 파탈이 된 것조차도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뱀처럼 다가오는 남자들을 물고, 잡아먹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신적인 대지의 정령도 2부가 되면서 완전히 파멸한다. 룰루는 말 그대로 순진무구한 뱀이자 괴물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땅의 정령을 파멸시키는가?

말 그대로 '사회'라는 괴물, '가부장'이라는 괴물이 이 룰루를 파멸시킨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룰루는 결국 사회와 남자들의 손에 의하여 사창가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진다. 판도라의 상자에선 더 이상 그녀의 미도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의 파멸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사창가 속 그녀의 모습과 그녀를 탐하는 사내들의 추악한 모습은 오히려 더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부에서 더 눈여겨볼 만한 요소는 1부에서도 잠깐 등장한 백작부인의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말 그대로 룰루를 사랑하는 레즈비언이오, 룰루와 함께 파멸하는 순진무구한 여성이다. 그녀는 룰루와 사회에게 상처받지만, 오히려 작중 끝까지 룰루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그녀다.

마치 열려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강제로 열듯, 베데킨트는 룰루라는 괴물조차 파멸할 수밖에 없는 괴물보다도 더 괴물같으며 냉혹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그가 그려내는 그로테스크한 룰루의 세계와 맞물려서 더욱 그 빛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는 2부보다는 1부가 더 마음에 들었지만, 둘 다 읽어 룰루의 최후를 함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다.
이 외에도 베데킨트의 성과 관련된 짧막한 비극 2편을 더 읽었지만, 룰루 2부작과 그 분위기는 비슷하므로 딱히 언급하진 않겠다.

끗.

께속.

귀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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