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 <당통의 죽음> - 혁명의 업화가 혁명가들을 불태우다 독서일기-희곡


로베스피에르! 당신들의 아들이 돌아왔소! 혁명이 혁명가들을 파멸로 이끌 것이오!


왕과 왕비의 모가지를 자르고, 더러운 귀족노무새퀴들의 모가지도 덤으로 자르고, 계속 더 많은 모가지를 바치지만, 혁명은 더 많은 모가지를 원한다.

영원한 혁명! 혁명의 불길은 더 태울 것을 갈망한다. 혁명의 업화는 이제 혁명가들의 피와 살과 모가지를 빨어먹으며 불타오르기를 원한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은 이러한 혁명의 업화로 파멸하는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역사를 담은 역사극이다.

서문에 따르면, 실제 약 6분의 1에 이르는 분량, 즉 작품 속 여러 연설들의 경우 대부분 실제 기록에서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물론 그렇기에 희곡은 정말 실제로 일어났던 대화들을 그대로 보는듯하다.

그렇지만 이 희곡을 논픽션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6분의 5에 이르는 분량은 이 뷔히너라는 뛰어난 젊은 천재의 손에 의하여 재구성된 창작이기 때문이다.

희곡을 읽으면서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것은 학교에서 한 번 봤었던 <당통>이라는 이름의 영화다. 분명 이 두 당통을 다룬 희곡과 영화는 공통점이 여럿 보인다. 하지만 시기를 생각하면, 당연히 영화가 이 희곡에 영향을 강력하게 받은 것이니라.

영화 <당통> 속 로베스피에르. 은근히 닮았다.
영화 <당통> 속 당통. 영화 볼 당시, 실물도 궁금해서 검색했다가, 충공깽. 연기 잘 한다.

당통의 죽음은 말 그대로 영원한 혁명과 혁명의 중단의 두 대립, 극단과 중도의 대립,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로베스피에르의 손에 의하여 한때의 혁명 동지이자 혁명가였던 당통 일행이 처형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상주의자인 로베스피에르와 현실주의자인 당통. 아직 혁명은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 혁명을 추진해야한다는 로베스피에르와 민중의 생활을 위하여 이제 다른 것에 집중해야한다는 당통.

그리고 무엇보다 기묘한 것은 엄격한 도덕주의자인 로베스피에르와 쾌락주의자인 당통의 대립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생각은 결국 정반대의 결과를 낳아버린다.

로베스피에르는 마치 세계사 속 여러 '이상'을 추구하다 대학살자가 되어버린 독재자들처럼, 자신의 두 손에 묻은 피를 지우지 못한채, 자신마저 혁명의 희생양이 된다.

사실 영화와 희곡의 가장 큰 차이점 두 가지는, 우선 영화만큼의 로베스피에르의 비중이 그렇게 없다. 영화에서 마지막 인상 깊었던 엔딩, 이제 혁명가들은 변절하였고, 결코 돌이킬 수 없음을 암시하는 엔딩까지도 장식하는 로베스피에르와는 달리, 희곡에서는 (영화만큼의) 등장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희곡의 엔딩 자체도 또다른 좋은 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비교적 당통이란 인물을 긍정적으로 그렸던 영화와는 달리, 뷔히너는 주인공 당통에게마저도 거리를 둔다. 희곡에서 당통은 악 로베스피에르에게 맞서는 정의의 투사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의주의자, 허무주의자, 햄릿과 같이 그려진다.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 숙청하는 로베스피에르에게 대항하는 당통마저도 이미 두 손에 피를 묻힌 자다.

또한 당통을 바라보는 대중 또한 결국은 어리석은 속물들로 그려진다. 이 점은 굳이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의 허무주의자 당통의 모가지가 잘리고, 로베스피에르는 마침내 끝없이 혁명의 완성을 향하여 모가지 매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Vive la Révolution!!



이제 남은 것은 테르미도르와 (독재자) 황제의 등장 뿐이다.


찾아보니 지만지에서 뷔히너의 희곡 세 편 모두 번역본이 있는 것 같은데, 읽어보는거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후 <보이체크>도 리뷰 쓸 예정이다. 사실 보이체크가 더 죽여준다.

감상 찌그리기 귀찮다.

끗.

께속.




덧글

  • dd 2013/11/05 19:20 # 삭제 답글

    이런건 거의 독문학 전공자가 보는 책들이군요
  • JHALOFF 2013/11/05 23:46 #

    책 자체 괜찮습니다 지만지인가에서도 한역된걸로 알고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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