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엘리엇 비평집 독서일기-비평


T.S. 엘리엇은 문학의 세 분야에서 활약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황무지나 <캣츠>의 원작이 되는 동시 등의 시, 엘리엇 본인은 매우 관심있어했지만, 안타깝게도 시만큼의 재능을 발휘하진 못한 희곡(시극),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평이다.

물론 엘리엇의 비평은 이미 시대가 지나가버린 일종의 낡은 비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한때의 '신비평'을 이끄는 거두였으며 신비평 이후 나온 여러 비평들이 신비평을 조낸 까는 것으로 시작한 것을 보면, 어찌보면 비평계의 공자 같은 존재가 아닐까? (물론 이는 걍 농담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라.)

텍스트 그 자체를 향한 비평. 얼핏보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읽을 때, 실제 그것을 쓴 작가라는 한 인간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전기 등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겠지만, 작품 그 자체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전기로도 알 수 없는 사람, 가령 셰익스피어와 같이 생전에 대한 기록이 부실한 작가는 어떠한가?

작가는 사라지되, 작품만이 남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분명 엘리엇 등의 신비평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론 그에 따른 한계도 명확히 있지만 말이다.

T.S. 엘리엇의 비평 모음집은 그의 젊은 시절 비평 모음집, 정확하게는 1917년부터 1932년까지 발표한 비평들 중 대표할만한 것들의 모음집이다. 물론 엘리엇의 젊은 시절 비평은 오늘날 관점으로나 늙은 엘리엇의 관점으로나 부족하거나 그른 점이 꽤 많아보인다. 노년의 엘리엇 스스로가 부정한 점도 있으며, 얼핏보면 '일관성'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평이란 글 자체를 읽는 재미가 사라지진 않는다.

그의 유명한 에쎄이 중 하나인 <햄릿과 그의 문제들>와 같이 오늘날 평범한 잉여 독자가 보기에도 충격적인 에세이는 존재한다. 

여기서 엘리엇은 한 가지 충격적인 선언을 한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걸작과는 달리, 완벽하게 미학적인 실패다."
영문학의 첫째 아들 햄릿에게 가하는 이러한 비난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객관적 상관물'의 첫번째 등장과 함께 다소 충격적인 선언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다소 부조리극처럼 보일 정도로 산만한 햄릿이라는 작품이나 객관적 상관물과 같은 존재는 분명 햄릿을 미학적으로 부실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몰개성 등을 주장하는 엘리엇의 다른 에쎄이들을 보면, 꼭 햄릿에게 엄격하게 들이대는 잣대를 느슨하게 들이대는 모습도 보이기에, 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노년의 엘리엇도 이런 자신의 젊은 시절을 부정했지만.
문학의 '객관성'을 주장하지만, 사실 문학이 객관적일 수가 있겠는가. 이런 점이 많은 비판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엘리엇의 비평 자체는 괜찮다.
"<신곡>이란 작품 전체를 얘기하려면, 셰익스피어의 모든 희곡을 통째로 들고 오는 것 밖에는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다. <새로운 인생>과 소네트집을 비교하는 것은 또다른 흥미있는 작업이다. 
단테와 셰익스피어는 서양의 근대를 양분한다. 거기에 제 삼자는 없다." 와 같이 그의 <단테>에 나오는 단테 예찬이나

(아 진짜 신곡 원문으로 읽기 위하여 이태리어를 배워야하나. 나도 산문으로서가 아닌, 시로서의 신곡을 느껴보고 싶다 핥핥. 시로서 못 느껴도, 왜 신곡이 위대한 작품인지는 대략적으로 느끼겠는데, 시로서 즐기면 더 쩔어주겠지? 핥)

셰익스피어 외의 다른 영국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이끈 극작가들, 웹스터, 시릴 터너, 존 포드, 벤 존슨, 필립 매신저, 크리스토퍼 말로우 등의 예찬은 조은 정보거리다. 엘리엇 본인의 이러한 노력덕분에 재조명된 이 시기 극작가들도 있다고 하니, 이런 것은 그의 공일 것이다.

물론 자기가 빨지 않는 작가, 자기의 취향과 맞지 않은 작가에게는 인정사정없이 무지막지하게 까고 본다. 이러한 그의 취향덕분에 스윈번과 같은 시인들은 완전히 매장되지 않았는가. 사실 생각해보면, 이 젊은 비평가는 자기가 빠는 작품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하면 더 빨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그 작품들을 기준으로 삼아서 비평을 하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사실 작가로서 보자면, 시인으로서의 엘리엇만이 가장 오래 기억되고, 위대하지만, 어쨌든 비평가로서의 엘리엇도 나쁜 편은 아니다 ㅇㅇ


덧글

  • CATHA 2012/12/11 19:36 # 삭제 답글

    엘리엇이 햄릿을 실패작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군요 햄릿이야 말로 진짜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항상 부족하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ㅋㅋ 저는 신곡도 신곡이지만 돈키호테는 꼭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네요....
  • JHALOFF 2012/12/13 20:24 #

    어느 정도 본인 취향이 들어간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ㅇㅇ 돈키호테도 원문으로 읽으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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