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할배들의 공포 지름

자주가는 단골 호갱 책방 중 하나가 오늘 새로 지하를 개장했다.

이게 뭐냐면, 대충 3~4주에 한 번씩 지하에 있는 책들을 전부 (다른데서 업어온) 새로운 헌책들로 싹다 바꾸는거다.
대충 3~4일 동안 지하 닫아놓은다음에 다시 개장을 함.

나 또한 그 전에도 몇 번 이렇게 새로 개장할 때마다 가봤지만, 딱 새롭게 문 여는 시점에 바로 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것은.....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길었다....머리는 이미 하얗게 변해버린 영국 노인네들이 무더기로 줄을 서고 있었다.

할배들은 아직 열지도 않은 책방 앞에서 줄 서고 있고, 나는 혼자서만 어린 소년 김치맨이라 참을 수 없는 언벨런스함을 느끼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 할배가 나와서 문 여는 순간, 할배들이 책방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그것은 단순히 손님들이라고 하기엔 존나 공포스러웠다. 그들은 책에 눈이 먼 책덕후들이었던 것이다.

지하는 노쇠한 피쉬앤칩스맨들 특유의 호흡과 체취로 가득하였고 마구잡이로 새로 들어온 헌책들을 쓸어담는 그들의 무리를 비집고 나는 가까스로 책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책덕후들이 전부 할배되서 서점에서 정모하면 그런 광경이 나오지 않을까

원래 이런 헌책방 주 고객은 좀 나이 먹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내가 이제껏 경험해본 바로는.

어쨌든 10 파운드에 업어온 조르지오 바사리 미술가 열전.


덧글

  • 서주 2013/01/09 02:53 # 답글

    우앙, 책덕후 할아버님들!
    공포스럽다고 하셨지만 읽으면선 웃음 터지고 어쩐지 귀여운걸요.ㅎㅎㅎ

    그나저나 사진이 그런 건가.. 완전히 새 책 느낌이네요.
    무광택지 양장본인가요? 묵직..하니 삼두운동에 유용할 것 같..
  • JHALOFF 2013/01/10 07:49 #

    책 상태 자체는 좋습니다, 물론 도서관에 있던 것이지만요. 아무래도 아무도 안 빌렸던 모양입니다. 책덕후 노인들의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을 현장에서 보니 말 그대로 오금이 저리더군요. 더군다나 그들 틈 속에서 같이 사냥을 해야하는 처지라서요.
  • 시쉐도우 2013/01/11 10:59 # 답글

    도서관에 있던 책들이 어느 경로로 나오는 것일까요? 도서관이 망하기라도 한걸까요? 갸웃갸웃..

    우리나라 대학들도 저런 책좀 쓸어담아 와서 책보유량을 저가에 합리적으로 늘렸으면 하는 바램이....
  • JHALOFF 2013/01/12 01:01 #

    보면 도서관들이 꽤 주기적으로 책 처리하는 것 같더군요. 의외로 중고 서점이나 인터넷 중고서점 가봐도 도서관에 있던 책들 많고요 ㅇㅇ 상태는 말 그대로 복불복이라 새 것 같은거부터 페지 같은 것까지 다양하죠.
  • 오야봉 2013/11/07 19:21 # 삭제 답글

    도서관에서도 빌려주잕아요.제가 살던 빅토리아엔 동네에 도서관은 빌려쥣ㅈ엇는데 책욕심 대단하시네요
  • JHALOFF 2013/11/07 22:39 #

    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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