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바냐 아저씨> 일상


보드빌 극장에서 현재 상영 중인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공연을 보게 되었다.

사실 별 계획없이 지나가다가 순간적으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당일 저녁 공연표를 구매하였는데,

떨이 판매에 걸려서 운 좋게도 10파운드에 바로 맨 앞자리, 무대 바로 앞에서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희곡은 읽는 것도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의하여 직접 재현되는 것을 보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일이며, 그 희곡을 진짜로 즐기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매우 만족스럽다. 프로들의 직업이고, 체호프라는 거장의 명작을 눈앞에서 보는데 어찌 나쁠 수가 있으랴? 표 또한 값싸게 얻었지만, 정가를 주고 받어도 그 이상의 기쁨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정가 주고 사면, 오늘 봤던 자리에선 못 보겠지만.)

굳이 바냐 아저씨의 줄거리를 구질구질하게 늘어놓지는 않겠다.

체호프라는 이 러시아 작가의 이 희곡은 말 그대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체호프의 세계에선 어떤 등장인물도, 설령 악한처럼 보일지라도 미워할 수 없다. 그들은 곧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바냐 아저씨의 세계에서 결국 허황을 쫓는 인간군상들이 나오지만, 이것이 비극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곧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닌가? 이 19세기 러시아 작가의 눈에 보인 세계와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세계가 결국은 변한 것 하나 없이 같다는 사실이?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우리가 이 보드카맨의 작품을 즐길 수 있겠지.

바냐 아저씨는 말 그대로 간단하며서도 만고불변의 진리를 보여준다.

살아야한다.

그래, 살아야한다, 이 x같고, x같은 세상이고, 죽고 싶을 때도 있고, 다 때려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안 죽으면, 더러운 세상이라도 살아가는 수밖에 더 없겠는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폴 발레리.

덧글

  • 서주 2013/01/10 16:21 # 답글

    사랑하는 체홉!
    열여덟 무렵에 당시 연극을 전공하던 분께 빌린 체홉 단편선(아마 삼성판 문학전집?)을 처음 읽고 완전히 매료되어서 한동안 노어를 배우겠다며, 원어로 봐야겠다며 깝쳤던(..) 흑역사가 떠오르네요.. 여튼 바냐 아저씨도 참 많이도 읽었는데. 왜 그리 질질 짜면서 읽었는지 몰라요--; 그 나이에 뭘 이해하고 안다고.. 19세기 말 러시아의 정서나 상황도 모르면서, 그냥 그 절망이 절망스럽고 애잔했나봐요. 여튼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본 무대인데, 그걸 직접, 것도 바로 앞에서 보셨다니 +부러움이 상승합니다.
  • JHALOFF 2013/01/12 01:00 #

    원서로 읽어보면 역시 참 좋겠죠. 다른 연극들도 봐야하는데.
  • 헐.. 2013/01/28 23:01 # 삭제 답글

    대박 부러워요
    저 켄스탓 엄청 팬이거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기 왼쪽에서 두번째 아저씨ㅜㅜㅜㅜㅜㅜ 호빗에서 발린역할.. 너무너무 부러워요 아 대박
  • JHALOFF 2013/01/31 09:11 #

    ㅎㅎ 사실 처음에 표 살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팜플랫보니까 나와있더군요.
  • 헐.. 2013/02/02 10:40 # 삭제 답글

    우와 팜플랫도 있어요?
    켄 인터뷰보는데 바냐 아저씨 2월에 내린다고 하더라구요ㅜㅜ 너무 빨리 내리는것같아 본인도 아쉽다고 그랬던것같은데 길게해도 제가 직접 가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워요
    원데이-호빗 때문에 팬이 됐는데 왠만한 배우들 구글링하면 인터뷰나 사진은 기본인데
    켄은 뭐 나오는게 없더라구요 인터뷰 영상봐도 부끄러움이 많은지 그런게 낯선지 말도 잘 못하고ㅋㅋㅋㅋㅋㅋ
    호빗 프리미어나 단체 사진에 늘 빠져있고 뭔가 정보를 알고 싶은데 뭐 나오는게 없어서 씁쓸했는데
    무튼 소소하지만 이렇게 후기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JHALOFF 2013/02/04 05:58 #

    ㅇㅇ 짤에 있는게 팜플랫입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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