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 <크롬 옐로> - 멋진 신세계는 잊어라 독서일기-소설


아, 좋다! 책장을 덮으며 마치 칸트가 했다는 유언처럼 이 말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아, 진짜 좋다. 구질구질한 미사여구 따위 붙이고 싶지 않다.

올더스 헉슬리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멋진 신세계>로 무진장 유명한 작가다.

여기서 '무진장 유명한'이 중요한데, 보통 사람들이 헉슬리하면, 멋진 신세계 하나만 기억하고, 멋진 신세계라는 SF 디스토피아 소설 때문에 헉슬리를 그런 작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에 멋진 신세계는 읽어본적이 있었고, 그때 감상은 나쁘지 않다, 였다. 잘 쓰여진 소설. 야만인에게 어느 정도 동감이 갔지만, 생각해보면 당시 지금보다 어려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의외로 헉슬리를 평가한 글이나 다른 작가들의 말을 보면, 헉슬리의 대표작이 <멋진 신세계>로 굳어진 것이 헉슬리 본인에게는, 한 재능있는 작가에게는 불행이라고 얘기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그의 데뷔작 <크롬 옐로>를 읽으면서 그 의미를 깨달았다.

헉슬리는 그냥 단순한 디스토피아 작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의 독자 정체성을 깨달았다-!! 헉슬리는 존잘러였던 것이다-!!! 덕질하러 가야징~

크롬 엘로는 걍 영국 시골에 있는 대저택이며, 이 작품은 그 저택을 배경으로 여러 영국 상류 인간군상을 그린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웰메이드 소설이라고 하면 딱 좋은 평가다. 그리고 너무나도 유머러스하다! 재치발랄, 그 자체다-!!
예술가들에 관한 소설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연얘 소설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풍자 소설 같기도 하고, 또또 한편으로는 종교나 인간에 대한 비판 등의 철학적인 성찰이나 한 인간 내면의 고뇌가 나온다! 분명 어떤 부분은 훗날 쓰는 멋진 신세계의 주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로렌스와 같은 지극히 '영국적'인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물론 저자가 영국인이고, 배경도 영국이고, 영국 젠틀맨, 레이디들이 등장하고, 어쨌든 영국적인 소설이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한 마디로 '영국적' 그 자체다.
(이런 영국적인 것은 사실 문학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젊은놈들은 딱히 이런게 안 느껴진다. 할배들에서나마 약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닥.)

하여튼 좋다-!! 나도 내가 지금 제대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상관인가?

이제 또다시 덕질해야할 작가 하나가 늘었고, 내 지갑은 가벼워질 예정이며, 내 기숙사는 쓰잘데기 없는 책들로 가득찰 예정인데!

같은 플랫에 헉슬리 덕후놈이 <연얘 대위법> 강력하게 추천하니 다음에는 너다-!!

끗.

께속?

P.S.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그렇지만, 언제나 제 독서 패턴은 1. 왕창 지른다. 2. 지른거 읽는다. 3. 읽는 도중 또 왕창 지른다. 4. 쌓인다. 무한 반복입니더.

P.S. 2. 근데 우리나라는 헉슬리 <멋진 신세계> 하나만 조낸 번역하잖아? 안 될거야, 아마. 좀 다른 대표작들도 번역하면 안 되겠니이?


덧글

  • 나디르Khan★ 2013/01/20 22:20 # 답글

    와 존잘러슬리라니 영업당했습니다 :))
  • JHALOFF 2013/01/21 02:01 #

    멋진 신세계말고 다른 소설들도 국내에 소개되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5981
627
604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