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1) 피에르와 장/비계 덩어리 독서일기-소설

4권 짜리 영역 모파상 선집을 싸게 팔아서 얼떨결에 질렀고, 꾸역꾸역 읽긴 했지만, 감상문은 미뤘는데 이제서야 조금 써본다.


모파상은 뛰어난 작가다 ㅇㅇ 그는 뛰어난 심리 묘사의 대가다. 그렇지만, 이는 흔히 인간 심리의 대가라 불리는 도끼(도스토예프스키)의 그것과는 다르다. 도끼의 인물들이 인간의 탈을 쓴 사상들이라면, 모파상은 말 그대로 인간의 밑바닥까지 여지없이 투과한다.

사실 인간 자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긴 하지만, 모파상 본인은 완전한 인간 혐오자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의 세계는 냉혹하면서도, 지극히 사실적이고, 그렇기에 역겹기까지 하다. (이 역겹단 표현은 욕하는게 아니다.)

<피에르와 장>은 모파상의 장편 중 하나란다. 

소설에는 플롯이 있지만, 사실 의외로 플롯이 꼭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말은 인과를 무시하는 그런 플롯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꼭 복잡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복잡한 플롯으로 좋은 소설도 있지만, 단순한 플롯으로 좋은 소설도 있다.
피에르와 장은 그런 류의 소설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버지의 친구에게 형과 동생 중 동생만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이에 형은 의심한다.

 피에르와 장은 형제이지만, 여러모로 대조적이고, 둘 사이에는 어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만, 겉으로보면 사이 좋은 형제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균열은 소설 초반 갑자기 장이 거액의 유산을, 그것도 아버지의 친구에게 물려받으면서 시작된다.

이에 피에르는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과 같이 합쳐지면서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왜 자신은 못 받고, 동생이 받았는가? 왜 동생'만' 받았는가? 왜 자기와 동생이 나누어받은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의심의 연쇄는 끝없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며 누군가가 보기에는 막장드라마란 표현이 어울릴만한 결과를 낳는다. 물론 오히려 그 결과는 현실적이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칼부림이 나든지, 그런 상황은 없다. 오히려 지극히 냉혹하다.

이 인간 심리의 대가가 펼치는 의심의 연쇄를 보고 싶다면, 참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분량 또한 장편치고는 짧은 편이며, 찾아보니 번역본도 있다.

<비계 덩어리>는 대략 중편으로 모파상의 데뷔작쯤 되는 작품이라칸다. 

읽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인간을 혐오하는지, 혐오할 수밖에 없는지가 느껴진다.

사실 비계 덩어리의 세계가 굉장히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실제 일어날 것 같은 사건이기 때문이며, 오히려 우리는 평소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신문 등에서 많이 접하기 때문이 아닐까?

비계 덩어리는 창부다. 말 그대로 그녀는 그녀의 일행, 수녀나 귀족 등의 사람들, 보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천한 여자'다. 

그리고 이런 고귀한 집단은 천한 비계 덩어리에게 '고귀한 희생'을 억지로 강요한다.

비계 덩어리가 희생하여도 고귀한 집단의 눈에 그녀는 더러운 천한 여자일 뿐이다. 마치 화냥년의 어원과 관련된 일화처럼. 

작중 마지막 우는 비계 덩어리와 같이 자유와 박애와 평등의 상징과 같은 라 마르세예즈가 오버랩되며 끝날 때,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두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금방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너희 소위 고귀한 척하는 인간들은 비계 덩어리 창부만도 못한 더러운 위선의 족속일 뿐이다.

이히히 인간은 똥이야 똥-!! 이히히 오줌 발사 발사-!!!

모파상이 인간 혐오자라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

오함마 갖고와라.


덧글

  • Scarlett 2013/01/31 12:37 # 답글

    비계 덩어리는 정말 명작이죠... 모파상 글은 짧으면서도 강렬해서 좋아해요. 피에르와 장은 읽어본 적 없는데 재밌을것 같네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마지막 쓰신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 JHALOFF 2013/02/01 09:33 #

    추천합니다 ㅇㅇ
  • philoscitory 2013/01/31 19:07 # 답글

    창비에서 이번에 한글로 번역한 삐에르와 장을 꺼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군요. 사놓고서는 레미제라블 때문에 손대고 있지 못한 책중 하나라.. 모파상은 슈테판 츠바이크와는 다른 느낌으로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가인가 보군요. 츠바이크는 인간을 혐오하는식으로 쓰는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죠.
  • JHALOFF 2013/02/01 09:34 #

    알게모르게 인간 혐오가 드러나느 것 같습니다. 분량도 짧으니 긴 레미제라블 읽다가 쉬는겸으로 읽으셔도 좋겠군요
  • 서주 2013/01/31 21:41 # 답글

    피에르와 장.. 형과 아우의 상속, 아우만 모두 상속. 이런 키워드에서 야곱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읽어봐야겠어요.
    비곗덩어리는 저도 무지 좋아해요. 정말 여러번 읽었는데.. 떠올리기만 하면 필름 돌아가듯 머릿속에서 영상이 펼쳐지더라구요. 워낙 생생해서. 흔들리는 마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전 인간혐오자라는 데 손모가지는 못 걸지만ㅎㅎ 그저 닥찬합니다.
  • JHALOFF 2013/02/01 09:34 #

    카인과 아벨은 생각해봤는데, 야곱은 생각 못 했네요 ㅇㅇ 손모가지는 걍 반농담입니더
  • 바다평야 2013/03/03 01:21 # 삭제 답글

    님 님은 영어로읽으세요 한글로읽으세요?
  • JHALOFF 2013/03/03 21:57 #

    둘 다 읽죠. 요즘은 아무래도 한국책 구하기 힘드니 영어로만 읽죠 ㅇㅇ
  • ㅁㄴㅇㄹ 2014/11/13 21:06 # 삭제 답글

    영어 실력이 부럽습니다.
  • JHALOFF 2014/11/15 06:33 #

    그냥저냥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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