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2) 여자의 일생 - 인간이여, 삶이여 독서일기-소설

여담이지만,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의 원래 제목은 Une Vie인데 개초딩 때 동화판을 읽고, 어떻게 저렇게 짧은 제목이 '여자의 일생'이란 뜻이 될 수 있을까, 하며 한참 고민했던적이 있다. 알고보니 걍 <일생>이다. '여자의'는 원래 제목에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여자의 일생>이란 제목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한 여자의 일생이다. 여자의 일생이든, 일생이든, 어차피 한 인간의 일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선 변함 없다.

이 작품은 비계 덩어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냉혹한 문체는 사라졌다. 냉혹하지 않다. 말 그대로 중립적이다. 따듯하지도, 냉혹하지도 않은채 사뭇 담담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망가지는 한 여자의 일생과 더불어 그 시너지 효과를 낸다. 모파상은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정교하게 잔이라는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리며, 이 순진무구했던 아가씨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그저 보여만준다.

그렇다고 작품 자체가 딱딱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릇야릇하게 에로틱하다. 그러나 이러한 설렘은 결코 소설 속에 간접적(?)이게 묘사되는 성애 장면 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순진한 여자가 망가지는 것에서 오는 가학적이며 부도덕하게 느껴지는 그러한 설렘이다. 이 한 여자가 망가지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기뻐할 독자는 많지 않을까. 오히려 이러한 몰락이 서정적이면서도 관능적이게 소설을 만든다. 잔이 젊든, 늙든 망가지면서 나오는 그녀의 애틋함과 야릇함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따지고 보면 작품은 굉장히 냉혹하다. 냉혹하기 보다는 어떠한 직접적인 판단이 없다. 잔이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결혼하나 잘못해서, 순진하기에 현실을 모르고, 그렇기에 잘못한 결혼을 선택함으로서 망가지지 않는가. 이러한 대비는 그녀의 하녀의 삶과 더욱 대비된다. 어느 정도 현실감있는 그녀의 친구이자 하녀는 잔과 대비되며 더욱 잔을 비참하게 보이게 한다. 지적이며 몽상가인 그녀였기에 더더욱 철저하게 망가진다. 여기에 '여자'였다는 이유도 덧붙여야겠지만. 이렇게 나락까지 굴러떨어지는 한 여자의 일생을 모파상은 그저 날카로운 메스 다루듯 그려만 낼뿐이다.

줄리앙에 대해선 딱히 할 말 없다. 걍 기계장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하루하루 일생을 망가뜨리는 기계일뿐이지.

이러한 장치는 잔과 줄리앙의 아들인 폴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줄리앙의 악은 유전된다-!! 말 그대로 자연주의다. 자연과 유전의 법칙 앞에는 모든 것이 소용없다. 잔은 어머니로서 유일한 삶의 기쁨인 폴을 키우지만, 이러한 그녀의 사랑은 전혀 소용없다. 폴은 줄리앙의 피를 이어받은 자다. 그렇기에 그 또한 잔의 일생을 망가뜨린다.

작품의 대부분은 그저 비극으로 이루어진다. 모파상은 일부러 잔이 폴을 키우는 과정, 그녀가 그나마 기쁨을 얻었을 시절을 간략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그치며, 줄리앙에 의한 몰락과 폴에 의한 몰락, 두 가지를 길고, 굵게 보여줄 뿐이다.

마지막 그녀가 손녀를 안을 때조차 여기에 어떠한 감정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모파상의 말처럼, 인생이란 그닥 나쁘지도, 그닥 좋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삶일 뿐이다. 물론 이런 점에 철저하게 망가지는 한 여자의 일생을 보는 독자는 분노를 표출할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가련한 삶인가, 이 여자의 일생은-! 기구해라, 잔의 일생이여-! 그러나 그러한 분노는 작가에겐 소용없다.

그나마 잔이 평온을 찾았을 마지막 부분조차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잔은 자신의 일생에 체념하며 평온함을 찾은 것이 아닐까? 과연 잔의 손녀는 줄리앙의 피를 이어받았을까, 잔의 피를 이어받았을까? 어느 쪽이던 이 어린 아이 앞에는 잔의 일생과 같은 나락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여자의 일생은 반복된다.

뭐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이 말 그대로 모파상이 말하는 여자의 일생이며 인간의 일생이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담담한 삶이거늘.
기구해라, 인생이여-!!


덧글

  • CATHA 2013/02/05 00:02 # 삭제 답글

    이거 제대로 봤을때 정말 외설적이어서 좀 놀랐었어요...결론:줄리앙나쁜놈
  • JHALOFF 2013/02/06 03:33 #

    당대 외설 논란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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