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서정시인들(1)사포/알카이오스- 레즈비언과 그녀의 연인 독서일기-시


고대 그리스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생각해보면, 이 사포라는 여성 시인이 흔히 말하는 고대 그리스의 아홉 명의 서정 시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놀랍고도, 놀랄만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여성 시인이며, 레즈비언이라는 말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녀를 향한 여러 찬사들과 그녀의 단편적으로만 남아있는 작품들을 봐도, 그녀가 단순히 땅따먹기로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넘쳐나는 재능덕분에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 사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것이다. 말 그대로 플라톤의 찬양처럼, 10번째 뮤즈가 아닌가? 혹은 필멸의 뮤즈란 표현이 올바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스 '서정 시인'인만큼 사포의 시는 그녀의 개인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이 녹아있다. 그녀의 딸이라든가, 사랑의 대상이랃든가, 혹은 그녀 본인이라든가, 여러 직접적인 그녀의 모습을 간접적이나마 그녀의 시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리스 ''서정시인' 모두가 본인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넣었다고는 힘들다. 오늘날 서정시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칸다.)

역시 가장 중심을 차지하는 주제는 '사랑'일 것이다. 만고불변의 떡밥이자 여러 예술의 떡밥이지만, 그녀 또한 이런 떡밥을 잘 활용한다. 승리나 신의 영광보다도 사랑 그 자체를 원하는 시인의 사랑 예찬을 보면 서정적이란 말이 그대로 어울린다. 그녀의 시는 말 그대로 군더더기가 없다. 비록 그것이 파편으로 남은 시가 대부분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문장이나 시를 봐도, 딱딱 필요한 부분, 알맞은 단어만 쓰며 깔끔하다.

물론 완전한 형태를 갖춘 시가 하나 정도고, 나머지는 대부분 온전치 않거나, 심할 경우 겨우 한두단어만 전해지는 그녀의 시지만,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읽으면서 중간중간 끊겨진 부분이나 몇 단어만 남은 파편들은 무슨 내용이었을까, 상상하는 재미 또한 있으며, <파운드의 시대>에서 휴 케너가 언급했던 것처럼 마치 이미지스트들의 시를 보는듯한 기분도 든다.

알카이오스는 역시 사포와 마찬가지로 레스보스 섬 출신이자, 동시대 활동한 인물로, 역시 고대 그리스의 아홉 서정 시인에 이름을 올린 시인이며, 간혹 사포와의 연얘 떡밥을 날린 시인이기도 하다. 역시 사포와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들 또한 대부분 파편만이 전해진다. 술이나 신에 대한 찬가들을 보면, 신의 불멸을 노래하며, 인간의 필멸을 그는 인식한다. 마치 카르페 디엠이란 문구처럼, 필멸의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삶을 즐기는 것뿐이다라고 외치듯 그는 노래한다. 그 역시 사포만큼은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의 모습을 얼핏 시 속에 투과한다. 역시 대부분 파편들이란 점이 아쉽긴 하다.

*이쪽 방면에선 유명한 Loeb Classical Library 시리즈 중 Greek Lyric 1 Sappho and Alaceus를 읽고 쓴다. 어차피 희랍어는 모르므로 영역만 읽었다. 사실 전부 시이므로, 반도 못 즐긴 셈이다. 로엡 시리즈는 시들까지도 그저 산문처럼, 직역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어차피 원어를 못 즐기면, 다 비슷비슷하므로 걍 넘어간다. 희랍어도 최근 꼭 배워야할 필요성이 생겨서, 아주 기초적인 것만 하고 그만두었던거 다시 시작하긴 해야하는데, 언제 해야할지는 모르것다. 

*사실 사포=레즈비언 썰이 유명하긴 한데, 양성애자였을 수도 있겠다. 애당초 레즈인데 왜 남자와의 사랑썰도 있는건가. 마치 고대 그리스 남정네들이 미소년을 즐기고, 결혼은 여자와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전부 사포의 파편들이고, 중역이므로 원문과의 괴리감은 상당할 것이다. 사포의 시 중 형태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것은 파편 1 아프로디테 찬가와 파편 31 그리고 파편 58 정도라 한다. 여러모로 아쉽다. 또한 영역 자체가 걍 산문식이므로, 줄 같은 것은 생략한다.

사랑스러운 달이 그네의 완전함을 대지에 들어냈을 때, 주위의 별들은 그들의 빛나는 광체를 숨겼다네. - 파편 34

어떤 이는 한 무리의 기병대라고, 다른 이는 보병대라고, 또다른 이들은 함대라고 말하네, 이 검은 대지 위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 그러나 나는 말하지, 각자가 사랑하는 이라고. 모든 이에게 이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아주 간단하지. 인간을 뛰어넘는 미를 가졌던 헬레네는 그녀의 가장 고귀한 남편을 버리고, 트로이로 가버렸네, 그녀의 자식과 사랑하는 부모의 생각조차 하지 않은채, (...) 사랑이 그녀를 다른 길로 이끌었지. -파편 16

그대, 사랑스러운 그대를 향한 나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네. - 파편 41

사랑이 내 마음을 흔들었네, 산의 떡갈나무들을 흔드는 바람처럼. - 파편 47

그대가 왔네, 나는 그대를 기다렸지. 그대는 욕망으로 타오른 나의 심장을 식혔다네. - 파편 48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모른다네, 나는 망설이고 있네. - 파편 51

나는 (내 두 팔로) 하늘을 만지기를 기대하지 않았다네. - 파편 42

나는 꿀도, 벌도 원하지 않는다네. - 파편 146

달은 지고, 플레이아데스도 사라지네, 한밤 중 시간은 흐르고, 나는 홀로 누워있네. - 파편 168B


끗.

께속?


덧글

  • 9625 2013/02/16 02:18 # 답글

    헤르만 프렝켈의 "초기 희랍의 문학과 철학(Dichtung und philosophie des fruhen griechentums)"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영어 번역은 아마존에서 안나오고 한국어 번역이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옥스퍼드에서 나온 D. L. Page의 "Sappho and Alcaeus"도 읽어볼만 합니다. 물론 저는 읽다가 귀찮아서 말았습니다.

    옥스퍼드 클래식 시리즈에서 나온 초절정학자 M. L. West의 Greek Lyric Poetry 또한 읽을만 합니다.

    파편 몇가지의 번역을 보면
    41. I cannot change my mind for you, my dears
    47. Love/ shakes my heart like the wind rushing down on/ the mountain oaks.
    48. You came, and I needed you,/ and you cooled the fever of longing that racked my/ heart.
    뭐 이런식으로...근데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는게 함정.

    별 상관 없는 말이긴 한데, 사실 Loeb은 뭔가 간지가 안나서...
  • JHALOFF 2013/02/16 08:24 #

    오 추천 감사합니다,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군요. 뭐 사실 로엡은 걍 도서관에 무더기로 있고, 작고, 읽기 편해서 빌렸죠. 어차피 저는 희랍어를 모르므로.. 후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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