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시오도스(1) 신들의 계보/일과 날 -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 독서일기-시

미화 버전 - 귀스타브 모로 작

현실.
(물론 레알 헤시오도스 흉상인지는 모르고, 추정되는 것 중 하나.)


두 권의 거대한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를 그리스, 아니 세계 문학의 신화로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 그의 라이벌(?)격 시인이 있었으니, 바로 헤시오도스다. 물론 둘이 동시대 활동했다는 썰도 있고, 둘이 경쟁해서 헤시오도스가 이겼다는 일단은 의심해볼만한 썰도 있으니, 라이벌 관계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차이점은 이 두 시인의 작품의 대칭일 것이다.

호메로스가 전쟁과 인간을 노래한다면, 헤시오도스는 일상과 신들을 노래한다.
(물론 걍 과장이고, 사실 다 노래하지만.)

<신들의 계보>는 말 그대로 신들의 계보에 관한 서사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신들의 족보가 아니다. 그리스 인들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신화를 만들었고, 헤시오도스의 이 서사시 또한 그런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연장선이자 여러 설명들의 집합이다. 말 그대로 세상은 무엇인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 헤시오도스는 여기서 우리에게 만화 등으로 지극히 잘 알려진, 대개 1권을 차지하는 내용을 약 1000 여 줄이라는 짧다면 짧은 분량으로 그려낸다. (이는 호메로스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의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신들의 이야기, 세상에 관한 이야기만이 그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의 좀 더 근원적인 것은 바로 인간 그 자체다. 신들의 계보에서부터 이미 그는 인간의 기원이나 4시대 등의 떡밥을 날린다. 하지만 이것이 좀 더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일과 날>이다.

말 그대로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이란 서사시로 대답한다. 물론 이곳에서도 신들은 여전히 등장한다. 잘 알려진 판도라와 관련된 신화라든지, 프로메테스의 이야기라든지, 어찌되었든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신은 빠질 수 없는 삶의 일부분과 같은 존재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의 ''무신론자''들도 엄밀히 따지면 오늘날의 무신론자와는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신화들조차 결국은 인간과 관련된 것들이다. (물론 세상의 기원 자체도 크게 보면 우리 인간과 관련된 것이지만..)

하지만 역시 일과 날에 등장하는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대답, 제목처럼 노동 그 자체.  호메로스가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노래하고, 고귀한 업적을 쌓는 고귀한 자들을 노래했다면, 헤시오도스는 좀 더 소박한 농경과 일상,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선량함을 노래한다. 물론 이것은 호메로스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면 소박해보일 수도 있으나, 헤시오도스가 호메로스와의 대결에서 이겼다는 전설에서처럼, 고귀한 반신과 영웅들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로서는 그의 평범한 인간들의 선량한 삶이 좀 더 와닿는 것이 아닐까?

또 한편으론 호메로스와 다르게 헤시오도스는 본인을 직접적으로 시 속에 투과한다. 직접 자신의 행적을 말한다든지 등등. 이런 점이 오히려 일상과 인간을 노래한 그로서는 더욱 어울린다.

*역시 Loeb 시리즈다. 도서관에 무더기로 잔뜩 있어서 빌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사실 그리스 뿐만이 아니라 앵간한 서사시들 읽을 때마다 아쉬운 것은 번역본으로 읽으면 절대 시 같다는 생각이 도저히 안 든다. 그런 면에서 걍 산문식으로 번역한 로엡 시리즈가 나로선 좀 더 좋을지도.

헤시오도스의 작품 자체는 우리나라 그리스로마 번역의 신화적 존재인 천명희 선생께서도 이미 번역하셨다. 신들의 계보, 일과 날 뿐만 아니라 방패나 여인들의 목록까지.

(2)에서 께속.

덧글

  • 9625 2013/02/18 01:12 # 답글

    간달프와 동격인 M. L. West 선생은 헤시오도스가 호메로스보다 시대적으로 앞선다고 믿고 계신다고 밝힙니다. 물론 그건 종교라고 생각하지만...(그분 전공이 헤시오도스라서 -_-) 역시 Oxford에서 M. L. West선생께서 OCT는 물론 OWC까지 작업하셨으니 (텍스트도 자기가 편집하고 번역도 자기가 해서 다른 책으로 팔아먹는...!) 옥스퍼드 클래식 시리즈를 한번 구해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번역은 솔까 좀 짜증나지만, Introduction이 읽을만 합니다. 굳이 아마존에 주문하고 읽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교보에 6,900원에 쌓아놓고 팔길래 화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호메로스>>>>>>>>>>>>>>>>>>>>>>>>>>>헤시오도스

    이오니아와 보이오티아가 경쟁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두 시인이 아웅다웅 한 것으로 그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긴 합니다...
  • JHALOFF 2013/02/20 10:20 #

    아무래도 호메로스 쪽이 스케일이나 분량 등이 훨씬 압도적이죠.
  • CATHA 2013/02/25 22:10 # 삭제 답글

    신통기도 이분의 작품인가요?
  • JHALOFF 2013/02/26 09:30 #

    신통기가 신들의 계보입니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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