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9) 꼬마 에이올프 - 죄로 뭉치다 프로젝트- 헨릭 입센


<꼬마 에이올프>는 죄책감으로 연결된 한 가정에 관한 희곡이다. 제목은 '꼬마 에이올프'지만, 이 꼬마는 그저 상징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주인공은 이 꼬마의 부모 알프레드와 리타다. 꼬마 에이올프는 분명 가정에서 사랑받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그를 대하는 가족들, 그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빠의 이복여동생의 행동을 보면 왠지 모를 죄책감으로 얼룩져있다. 이러한 미묘한 분위기는 1막이 끝나기가 무섭게 급작스레 찾아온 꼬마 에이올프의 죽음으로 극의 전개는 갑자기 빨라진다.

어릴적 부모의 실수로 인한 사고로 인하여 몸이 불편하게 된 꼬마 에이올프에 대한 죄책감과 아버지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자식의 죽음 직전, 어머니로서의 모성애가 아닌, 사랑하는 남자의 관심을 빼앗는 숙적으로서 자식을 증오했다는 죄책감. 그 외 이복여동생과 관련된 몇가지 죄책감이 맞물리면서 결국 '꼬마 에이올프' 하나로 간신히 묶이고 지탱되던 가족은 붕괴되려고 한다. 

사실 여러모로 인상 깊은 것은 '꼬마 에이올프'가 단순히 하나가 아니란 점이다. 극중 원래의 에이올프, 이복 여동생을 어릴적 별칭으로 불렀다는 '꼬마 에이올프'가 드러나면서, 관계가 파탄난 부부는 다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또다른 '꼬마 에이올프'를 원한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억지 관계는 이복 여동생이 버티지 못한채 집을 나가면서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작중 마지막 고아들에 대한 봉사를 통하여 꼬마 에이올프라는 십자가를 같이 짊어지려는 것으로 다시금 부부관계가 회복되면서 희곡은 여러 꼬마 에이올프들의 등장을 예고하는, 비교적 희망찬 결말로 막을 내린다.

입센의 다른 후기 희곡들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밝은 결말로 막을 내리며 여러모로 주목할만한 것은 마치 인형의 집을 연상시키듯,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관에 대한 입센의 의도적인 분열이다. 당연시 여겨져야할 모성애가 오히려 그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나약한 가장의 모습이나 꼬마 에이올프의 죽음으로 붕괴되는 진실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전통적인 가정은 결국 '새로운 가정'의 형태로 다시 결합된다.

어느 정도 오늘날 막장드라마로 분류될만한 요소도 군대군대있다. 막장적인 부부 관계라든지, 왠지 모르게 이복여동생을 여자로 보는듯한 남편의 모습이라든지, 숨겨왔던 가정사로 들어나는 진실이라든지. 하지만 당연히 입센은 이런 장치들을 꼬마 에이올프와 연관된 죄책감으로 승화시킨다.

앞서 말했다시피 꼬마 에이올프의 퇴장 자체는 이미 1막에서부터 불길하게 예고되었고, 1막이 끝나기가 무섭게 더 이상 등장하지 않지만, 죄악의 십자가라는 상징으로 계속 남아 극을 지배하고, 끝난 이후에도 부부의 관계를 지배한다.

사랑 없이 죄악으로 구성된 가족은 붕괴되고, 신뢰와 믿음으로 완전한 가족이 태어났다. 비록 꼬마 에이올프는 영원히 죄악의 상징이 되어 그들 부부를 괴롭히겠지만, 역으로 꼬마 에이올프들에 의하여 부부는 신뢰로 이어지리라.

*귀.차.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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