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리네르 <티레시아스의 유방> - 초현실주의적 기괴함 독서일기-희곡


책의 해설에서 아폴리네르의 '초현실주의'와 다른 이들의 '초현실주의'에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관객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미 삽화나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극은 말 그대로 정신 없으며, 등장인물들부터 정신이 나갔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티레시아스의 유방>은 표면적으로 '애를 많이 낳자'라는 교휸적인 도덕극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섹스 파업에 관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뤼시스트라테>가 생각난다. 물론 아리스토파네스 또한 충분히 정신나간 극작가이지만, 아폴리네르는 좀 더 과격하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아폴리네르는 이러한 표어 자체를 웃음거리로 삼는듯하다. 오히려 그가 진정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점은 전쟁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초현실주의가 아닌가. 어느 쪽이든 매한가지가 아닐까.


여주인공 테레제는 극의 시작과 함께 스스로 유방을 떼내어 남자 티레시아스가 되어 원하던 남성성을 발휘하며 사라진다. 사실 제목과 달리, 테레제, 혹은 티레시아스는 그렇게 극의 많은 얼굴을 비추진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남편이자 다시 티레시아스의 부인이 되는 말 그대로 '남편'이 더 많이 등장한다. 이를 생각해보면, 이 희곡은 '여성성'에 중심이 맞춰진 희곡일지도 모르겠다. 여성성을 잃은 테레제는 퇴장하고, 거꾸로 부인이 되어 스스로 애를 낳는 여성화된 남편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실 애당초 초현실주의적이고 논리에 맞지 않는 이러한 희곡에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머리 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아폴리네르는 서로 상반되어보이는 주제들까지도 왠지 모르게 다 같이 표현한다.

이러니저러니하여도 적어도 어떤 것에 관한 풍자적인 초월적 희극이란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분량 자체는 그렇게 긴 편은 아니며 아폴리네르의 서문 또한 어느 정도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덧글

  • 쿳시 2013/06/11 00:25 # 삭제 답글

    제목이 정말 멋짐 꼭 읽어보고 싶당
    이거 도갤에도 올렸지?
  • JHALOFF 2013/06/11 22:22 #

    원래 도갤엔 좀 나중에 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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