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그 - 수용소의 역사 독서일기-비문학


앤 애플바움의 2004년도 퓰리처상 수상작인 <굴라그 - 소비에트 수용소의 역사>다. 말 그대로 소련의 강제 노동 수용소 굴라그에 관한 총체적인 논픽션이다.

굴라그는 이미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로도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강제 노동 수용소지만, 애플바움은 좀 더 체계적으로 이 시스템에 접근한다.

서문에서 그녀는 의문을 품는다. 누구도 나치의 스와스티카를 장식품으로 이용하지 않지만, 소련의 마크는 장식품처럼 이용한다. 누구나 나치의 유대인학살에 대해선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지만, 소련의 굴라그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애플바움이 생각했던 것처럼, 나치의 극단적인 믿음보단, 소련의 극단적인 믿음이 그나마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홀로코스트는 '극적'인 학살인 반면, 굴라그의 비극적인 학살은 덜 극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와 마찬가지로, 굴라그의 역사 또한 비극적인 역사였으며, 죽은 수많은 목숨들 또한 결코 그냥 넘어갈 역사는 아니다.

나치와는 반대로, 굴라그 자체는 소련의 경제를 상당부분 담당하기도 하며, 나치의 학살과는 달리, '죽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말 그대로 '부려먹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지만, <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란 아우슈비츠의 로고나, 굴라그의 로고의 유사성에서 나오듯, 어느 쪽이나 비극적인 일이긴 하다.

만델슈탐이나 아흐바토바의 <레퀴엠> 등의 문학은 이런 굴라그의 비극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들의 '위대한 문학'만으로도 굴라그의 비극 자체를 그대로 그리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애플바움은 굴라그의 역사, 성립 과정과 몰락, 그리고 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생활 등에 대해 총 3부로 나누어서 진행한다.
그리고 그녀는 애필로그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와 같은 진부한 말로 끝을 내지 않는다. 그녀는 결코 이러한 '굴라그'적 시스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우리가 거기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지나가면, 그것 또한 비극일 뿐이다.

실제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굴라그' 시스템은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다. 애당초 바로 위쪽에서 이미 실시간으로, 더욱 참혹한 형태로 굴라그들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북의 수용소에 관한 책들도 출판되었지만, 언젠가,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북한이 개방되어 수많은 정보들이 풀리면, 누군가 애플바움처럼 북의 비극적인 수용소의 역사를 담아내는 책을 써야할 것이다. 다만 아직 그 책은 도래하지 않았다.

덧글

  • 구필삼도 2013/06/18 17:16 # 답글

    흥미로운 책에 흥미로운 글이네요
    혹시 이거 번역본도 나와 있는가요?
  • JHALOFF 2013/06/18 18:19 #

    번역본은 있던데, 품절인거 같더군요.
  • 쿳시 2013/06/18 23:46 # 삭제 답글

    제가 직접 한번 북한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으케케켁
  • JHALOFF 2013/06/21 23:01 #

    아오지로 날래날래 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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