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마이링크, <골렘> - 골렘이라는 도플갱어, 영생으로의 여행 독서일기-소설



내가 구스타프 마이링크와 그의 소설 <골렘>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신화 상상동물 백과사전>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당시 나는 여러 신화에 빠져있었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그 책의 매력에 빠져, 직접 구입을 하여, 지금도 책장 한 구석을 (좀 쓸데없이) 차지하고 있다.

<골렘> 항목에서 저자는 체코의 랍비와 골렘에 관련된 전설을 소개하며, 구스타프 마이링크란 작가가 그의 소설 <골렘>에서 이 골렘 전설에 관한 소설을 썼다는 말도 같이 적어놓았다. 난 막연히 이 마이링크와 소설 <골렘>이 골렘 설화에 관련된 소설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후 또다시 이 소설의 이름을 접한 것은 보르헤스의 찬양에서였다. 그의 찬양에 매력을 느낀 나는 언젠가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당시 책세상에서 번역본이 있던 것도 확인했었는데, 신기하게도 항상 읽어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결국 제목과 작가만 아는 그런 책이었다.
이번 국제 도서전에서 드디어 <골렘>을 구입하였다.

<골렘>은 표면적으론 환상소설이라 불릴만한 소설이지만, 단순히 환상소설의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없다. <골렘>은 환상소설이기도 하며, 몽환적인 추리 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 혹은 자아를 찾는 여행에 관한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걸작'으로 불릴만한 가치를 지녔다.

마이링크는 골렘 설화를 단순히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실제 골렘의 신화 자체와 소설 <골렘>은 스토리상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골렘은 하나의 거대하고 복합적인 상징이다.

체코 프라하의 음울한 게토에서 33년을 주기로 나타난다는 막연한 유대인들 사이의 괴담에 불과하기도 하며, 실제 '유대인'이란 집합으로 묶여지는 여러 기괴한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하나의 거대한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기도 하고, 기괴한 게토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골렘이라는 일종의 분신과 도플갱어를 연관시키며, 결국은 분열된 자아를 상징하기도 한다.

소설은 정신병으로 인하여 과거와 단절된 보석세공사 페르나트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게토 내의 여러 기괴한 인간 군상과 골렘의 괴담과 더불어, 분열된 자아를 가진 그의 사색이 서로 엉클어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소설은 말 그대로 몽환적인 소설이다. 정신병자답게, 페르나트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별하지 못한다. 독자는 그의 독백을 통하여, 실제 골렘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의 꿈에 불과한지, 꿈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통하여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등 으레 이런 쪽 소설에서 잘 나타날 법한 전개가 일어나지만, 전혀 클리셰적이지 않고, 오히려 마이링크는 독자로 하여금 끝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그가 표현하는 게토는 말 그대로 병적인 공간이다. 복수에 미친 의학 박사나 추악한 악의 상징과도 같은 유대계 백만장자, 혹은 성자 그 자체로 상징되는 랍비나 그의 딸, 여러 창부나 기괴한 인간 군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려고 하면서, 점점 게토의 사건과 연관되는 페르나트까지 말 그대로 거대한 정신병원이다.

해설에서 역자는 마이링크의 신비주의자적 면모를 끝없이 강조하는데, 확실히 신비주의적 색채가 매우 강한 소설이다. 애당초 골렘이나 도플갱어, 분열된 자아로의 과정이나 합일, 혹은 자웅동체, 오시리스 숭배 등은 형이상학적인 고뇌의 과정이다.

으레 이런 종류의 고뇌와 과정은 재밌어하는 사람만 재밌어하는 부분이지만, 마이링크는 소설의 재미에도 치중한다. 
소설의 결말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읽다보면, 말 그대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기분이다. 이건 단순한 반전이 아니다. 애당초 반전이 아니다. 작품 곳곳에 숨겨져있는 여러 상징들이나, 말 그대로 페르나트의 정신처럼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자잘한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뿌리로 이어진다.

정신병적 주인공의 일인칭 시점이나 여러 기괴하고도 몽환적인 묘사나 이야기 전개 등을 볼 때, <도구라 마구라>가 연상되기도 하다. 실제로 전혀 다른 문화권의 작가가 쓴 소설이지만, 결말까지 읽고나니, 더욱 비슷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가독성 자체는 처음엔 좀 몰입하기 힘들다. 하지만 문장 자체는 요독스럽다.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책의 모습과 전혀 다른, 그러면서도 자신의 빈약한 상상력이 만든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결과물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마이링크의 <골렘>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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