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1) 팡타그뤼엘/가르강튀아 독서일기-소설


라블레와 그의 유명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연대기는 여러모로 돈키호테와 비교할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두 소설 모두, 소설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날까지 여러모로 걸작으로 평가받고,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두 소설 모두 풍자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돈키호테는 말 그대로 (삐뚤어지긴 했지만) 정상적인 세계에서의 미친 인간 돈키호테를 다루며, 그 괴리감을 연출한다. 돈키호테가 아무리 위대하거나 불쌍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소설 속 정상적인 세계에서 돈키호테는 그저 미친 인간일 뿐이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연대기는 말 그대로 미친 세계에서의 미친 인물들을 다룬다는 점이 돈키호테와의 차이점이 아닐까.

같은 프랑스 쪽이라 그런지 몰라도, 후에 나올 볼테르의 캉디드나 심지어 사드의 소돔 120일 계열의 소설이 연상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과 같은 기괴한 작품이 연상되기도 한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시리즈는 위서로 의심받는 제5서까지 총 5권이 있으며, 그 중 첫번째로 출판된 팡타그뤼엘과 두번째로 출판되었지만, 시기상으로 가장 처음의 이야기인 가르강튀아에 관한 짤막한 잡글이 이번 글의 중심이 될 것이다.

라블레의 세계는 말 그대로 육체적 쾌락이 지배하는 세계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똥과 오줌, 섹스, 먹을 것이 지배하는 세계다.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싸고, 박는 것을 예찬하는 인물들이 라블레의 주인공들이다.

<팡타그뤼엘>은 아무래도 제일 처음 쓰여졌던 탓인지, 이야기 전개 자체는 매우 산만하다. 이야기 자체는 반-영웅적이며 풍자적인 영웅 서사다.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태어난 팡타그뤼엘에 대해 아버지 가르강튀아는 원초적인 거인답게 슬픔과 기쁨 모두가 공존하며, 우스꽝스러우면서 부조리한 광경을 연출한다.

라블레의 문체는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그는 끝업이 쾌락과 외설적이거나 더러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러 격언을 인용하거나 사색을 펼치기도 하는 작가다. 이는 그의 직업이 의학박사이자 수도사이기도 했다는 점의 괴리감을 연상하기도 한다.

팡타그뤼엘이나 가르강튀아 모두 결국은 각각의 거인의 풍자적인 영웅의 일생의 일대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이자 관계의 거인들은 여러모로 표현되는 바가 다르다.

가르강튀아는 말 그대로 순수하기에 쾌락에 몰두되고, 그렇기에 때론 멍청하기까지한 거인 영웅이다. 이는 그의 출생을 다룬쾌한 장에서, 그가 태어나자마자 술을 찾거나, '마셔라' 한 마디로 압축되는 그의 사상으로 표현된다. <가르강튀아> 자체도 이런 가르강튀아의 일관적인 일생을 그려나가며, 전쟁에서 그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자들과의 살육을 통하여 더욱 강조된다. 또한 <가르강튀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신부의 풍자적인 역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팡타그뤼엘은 가르강튀아의 아들이지만, '멍청함' 자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오히려 순수하기에 기괴하며 그렇기에 고귀하게 보인다. 역자 M. 스크리치는 주석에서 팡타그뤼엘을 라블레의 소크라테스, 혹은 예수라고 표현했지만,  그 정도까진 모르겠고, 라블레의 돈키호테나 현자 정도가 아닌가 싶다.

<팡타그뤼엘>에서 팡타그뤼엘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은 파르누쥬이다. 그는 묘사되는대로 잔혹한 악당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팡타그뤼엘의 친구다. 적어도 작품 내에선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케하는 악한 악마적 인물이 그가 아닌가 싶다.
<가르강튀아>에선 신부가 어느 정도 이 역할을 계승한다.

물론 본질적으로 이 연대기는 거대한 풍자다. 그렇기에 (빵 터지진 않지만) 입가를 실룩거리게 만들며, 때론 너무 노골적이거나 더럽다고까지 느껴진다. 이런 쪽의 작가답게 언어유희에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라블레라고 하지만, 이는 번역본의 한계상의낄 순 없다.

풍자이긴 하지만, 이런 풍자 자체에도 상당히 기괴함이 숨겨져있다. 라블레는 외설적이거나 더럽고, 혹은 매우 잔혹한 것을 끝없이 이야기하면서, 고귀한 것들에 대해 사색한다. 이는 마치 지식인들이나 신학자들을 조롱하면서도 기독교적 가치나 믿음에 충실한 괴리감과 유사하다.

물론 가장 밑바닥에 기조되는 것은 팡타그뤼엘즘, 혹은 가르강튀아주의다. 그는 인문주의자다. 그는 인간을 숭상한다. 그는 인간이기에, 먹고, 싸고, 자는 등의 기본적 쾌락을 옹호한다. 이런 가르강튀아주의는 언제나 이 책의 뿌리다.

연대기 자체는 5권이고, 기나긴 시간동안 쓰였기에, 변화는 있을 것이다.

<팡타그뤼엘 제3서>에서 께속.

-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지 <팡타그뤼엘과 가르강튀아>가 아니다. 팡타그뤼엘이 먼저 쓰였지만 희한하게도 가르강튀아가 언제나 먼저 강조된다.

- 교보에서 펭귄판 7900원에 팔아서 샀다. 예전엔 정가로 받았는데, 요즘은 권 당 7900원. 싸다. 주석도 많아서 좋다.

- 풍자 문학이지만 '재밌는' 책은 아니다. 이미 단순히 재미로 읽기엔 너무 권위적이게 되버린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쉽진 않다. 자신의 이름을 강조할 때 '의학박사'를 언제나 강조했다던 라블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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