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2) 팡타그뤼엘 제3서/ 제4서 독서일기-소설



첫 두 작품인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과 달리, 팡타그뤼엘 제3서와 제4서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두 책이 말 그대로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더러운 책'이면, 제3서와 제4서는 겉으로 보기에 어느 정도 점잖은 척을 하고 있다.

물론 풍자는 여전하며, 여전히 속으론 '더러운 책'이다.

제3서는 팡타그뤼엘의 악당이었던 파르뉘쥬의 결혼 문제를 중점으로 다룬다. 수많은 남편들을 오쟁이지게 만든 그였기에, 여인들의 나약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였기에 그는 결혼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그는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만, 동싱에 의처증 환자이기도 하다. 그는 결혼을 하고 싶으며 정숙한 아내를 원한다. 그러나 그는 정숙한 아내마저도 유혹하였기에, 그의 믿음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결혼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결혼을 한다면 그는 오쟁이 진 남편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문제는 다분히 원초적인 공포이자 욕망이다. 말 그대로 나의 아내가 낳은 자식이 진짜 나의 자식인가, 나의 아내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지 않는가, 의 공포를 라블레는 파르뉘쥬라는 캐릭터를 통하여 사뭇 진지하면서도 본질적으론 코믹하게 그려나간다. (물론 언제나 강조했지만, 그렇게 웃기진 않다.)

여러 현인들을 찾아가고, 예언을 듣는등 파르뉘쥬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그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들을 뿐이며, 이런 대답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이기에 우스꽝스런 광대짓을 반복한다.

파르뉘쥬란 캐릭터 자체는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는 여전히 악한이지만, 광대 기질이 강해졌다.
반면 현명한 모습을 보였던 팡타그뤼엘은 더욱 진지한 철인왕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가 안 웃긴 것 또한 여전히 아니다.)

결혼 문제 이후, 팡타그뤼엘의 식물에 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인간에 대한 예찬으로도 볼 수 있을거다.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마침내 그들은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이 제3서의 결론이다.

제4서는 무녀와 신성한 술병을 찾아 지혜의 예언을 듣기 위한 그들의 여정이다. 이 여정 자체는 기존의 영웅적인 이야기의 패러디다. 그들은 진지하지만, 속은 풍자다.

파르뉘쥬는 거의 완전히 가르강튀아나 팡타그뤼엘의 자리를 몰아내고 주인공으로 자리잡은듯하다. 그는 한 마디로 중심인물이 되어버렸고, 모든 광대짓의 중심이 되버렸다. 팡타그뤼엘 일행의 여정 자체는 하나의 큰 줄기지만, 일관된 스토리는 없다. 그저 어느 섬을 가고, 그곳의 모험을 하는 것의 연속이다.

개인적으론 폭력의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니 않나 싶다. 더러운 모습은 줄어들고, 잔혹한 모습, 정확하게는 잔혹한 모습을 보며 낄낄댈 수 있는 잔혹함이 늘어났다.

제4서는 마지막으로 가서야, 다시 가르강튀아나 팡타그뤼엘에서의 스카톨로지적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그렇듯,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연대기의 중심은 라블레가 말하는 '팡타그뤼엘즘'에 있다.

"마시자-!!" 가르강튀아 대신, 제4서에서는 파르뉘쥬가 외친다. 이 문장만큼 이 팡타그뤼엘주의를 요약한 문장은 없을 것이다.

저자에 논쟁이 있지만, 이들의 모험은 제5서에서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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