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이첵> 일상


어제 토요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뷔히너의 <보이첵>은 관람했다.

연극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언제나 그렇지만 좋은 연극을 보는 것은 좋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희곡 자체를 읽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덜 피곤하고, 내 머리 속에 무대를 그리는 것이 더 좋다.) 다양하게 해석되는 무대를 보는 것은 마치 독서토론회에서 다양하고 좋은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하는 기분이다.

연극은 11개의 의자와 11명의 배우로 구성된다. <보이첵> 자체가 워낙 미완성인 희곡이기에, 상당히 실험적인 요소들을 많이 도입한다.

특히 눈여겨보고, 중요한 점은 의자의 사용인데, 맨 처음 시작할 때, 의자의 분해는 마치 보이첵의 정신의 분열을 연상시키다든지, 분해된 의자 조각을 마치 군인의 총처럼 사용한다든지의 연출이나, 그 후 끝없이 계속되는 의자를 이용한 무언가, 특히 보이첵의 의자만 고립된다든지, 그 혼자만 의자가 없다든지, 의자가 감옥처럼 그를 막는다든지의 연출은 인상깊다.

배우들의 연극이나 체조(신체극이므로)는 매우 만족스럽다. 다만 개인적으로 중간의 몇몇 장면들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적잖아 있었다. 경쾌하고 빠르게 시작했다가 중간중간 늘어지는 기분에 조금 지루하게도 느껴졌다.

마치 정신분열증 환자가 속삭임을 듣는 그런 것처럼, 실제로 11명이 등장할 필요는 없지만, 등장하여 끝없이 여러 소리를 메아리치는 등의 연출은 보이첵의 광기를 묘사하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싶다. 

마리의 살해 장면에서 마치 죽음을 하나의 춤처럼 연출하는 부분 또한 눈이 가는 부분이었고.

오히려 11명이라는 많은 수가 등장하기에, <보이첵> 자체가 보이첵의 1인극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보이첵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보이첵의 광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다양하게 볼 수 있는 해석이 실제로 공연되는 연극의 매력일 것이다.

노래와 어우러져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보이첵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더욱 증가시켜주었다.

사실상 마지막 공연이라, 사람도 많았고, 처음에 두 번 정도 장면이 끝나자마자 박수쳐서 좀 짜증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만족한다. 8월 달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공연할 예정이라는데, 시간이 있으면 봐야겠다.

*여담으로 자식으로서 어머니에게 내용을 제대로 전하지 않은 채(그냥 어두운 희곡 임) 약을 팔아 같이 보았는데, 이런 점은 불효가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만족하셨다. 

예전에 써둔 <보이첵> 희곡 감상:

덧글

  • 쿳시 2013/07/28 18:10 # 삭제 답글

    이야 희극 엄청 좋아하시네요 ㄷㄷ
  • JHALOFF 2013/07/28 21:53 #

    연극 좋아합니다 이번은 거짓이 아니라고요!!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58256
1292
5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