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온,<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천재소녀 때문에 내가 멘탈붕괴> 1권 - 감상 감상-라이트노벨



0. 서론

        이 짧은 서평을 시작하기 앞서, 필자는 이 '키온'이라는 작가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필자는 몇몇의 사람들로부터 키온 작가의 <정의소녀 환상>이라는 책을 추천받았으나, 아직까지는 구경도 한적이 없으며 적어도 필자의 독서관은 "내가 직접 읽은 것만을 내 기준으로 판단한다,"  임을 알려주고자 한다.

        여기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천재소녀 때문에 내가 멘탈붕괴> (이하 '멘탈붕괴')라는 상당히 긴 제목의 책이 있다. 그것도 1권이다. (2권 또한 결과적으로 구입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다시 명시할 사항이 있는데, 필자는 적어도 이 책이 '상', '하'로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1권,' '2권,'으로 나뉘었기 때문에, 각각을 다른 책으로 보고, 적어도 각 권 안에 기승전결이 있어야한다는 가정 하에 이 비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에 따른 비판 또한 어느 정도 포함될 것이다.

1. 플롯과 캐릭터

        필자가 파악하기론 '라이트노벨'이란 일종의 소설로 그리는 만화다. 따라서 플롯보다는 캐릭터가 중시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라이트노벨이라는 틀의 특수성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키온 작가의 <멘탈붕괴>는 평작이다. 물론 여기에 한 가지 수식어가 붙는데, '별 생각 없이 읽는다면,'이 그 수식어가 될 것이다. 물론 "라이트노벨이니까 가볍게 읽어야한다," 란 말도 있겠지만, 필자는 설령 이런 소설이라도 진지하게 읽는 독자는 있을 것이며 <블리치>와 같은 만화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재미 있지만, 깊게 파고 들면 비판받을 점이 많고, 또한 실제로 비판을 받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싶다. 

        <멘탈붕괴>는 플롯이나 캐릭터, 어느 쪽에도 중시를 두지 못한, 한 마디로 아주 어중간한 소설이다. 양쪽 면 모두에서 자연스레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1-1 플롯

        간단하게 플롯을 요약하자면, "엘르 화이트라는 천재 소녀가 있다. 그 천재소녀에게 대마왕이란 인격이 있다. 어느 날 이 대마왕이란 인격이 2주 안에 세계를 멸망시키겠다고 선포하고, 이 선포 자체는 신빙성이 있다. 따라서 엘르 화이트의 소꼽친구 4명, 평범한 '나'인 주인공 백기신과 다른 천재 3명은 이것을 막아야한다."

        우선적으로 필자는 도대체 왜 저 플롯을 지키지 않는가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다. 물론 소설은 저 플롯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중간중간 딴 길로 샌다. 왜 내가 '세계 멸망을 둘렀나 친구간의 음모와 갈등'을 읽으리라고 예상했는데, 왜 주인공과 그의 여동생이 부도덕한 근친상간을 벌이는 소돔 120일과 같은 행각을 목격해야하며, 왜 무술의 천재 신무진이란 조연이 액션영화처럼 어린 소녀를 구하고, 조직을 붕괴하며 남주인공 백기신을 향한 사랑이 얼핏 들어나는, 그런 코만도 같은 과거 회상을 봐야하는가?

        이러한 중간 중간 삽입되는 삽화들이 이 소설의 전개에 큰 의미를 가지는가?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러한 삽화들을 끼워넣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굳이 이러한 삽화를 넣어야했는가?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섞어들어가게 묘사할 수는 없었는가? 쓸데없는 분량 채우기가 아닐까? 물론 후속작의 복선 등을 까는 용도일 수도 있겠지만, 꼭 이렇게 단절되게, 몰입도를 방해하면서 넣어야했는가? 필자는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몇몇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다.

        대표적으로, 저 남주인공 백기신과 그의 여동생 백여신의 부도덕한 근친상간 장면이다. 이 둘은 남매임에도 불구하고, 반인륜적, 혹은 부도덕한 데이트 행각을 벌인다.

        여기서 필자가 가지는 가장 큰 의문은 어떻게 십여년을 가장 친하게 지냈던 소꼽친구들이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마치 갑자기 여동생이 하늘에서 떨어져 오빠의 매직 스틱을 갈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가, 이다. 애초에 주인공을 '좋아하고' 있다고 하면서, 친구도 이 소꿉친구들이 사실상 전부라고 하면서, 언제나 같이 지내고, 많은 생활을 공유했다고 하면서 전혀 모를 수가 있는가?

        일단 플롯에 대한 비판은 이 정도로만 하고자 한다. 어차피 1권 자체에서도 메인 플롯 자체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으며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삽화들이 상당히 그 주류를 이루었으니까. 플롯에 관한 감상은 2권을 읽으면 바뀔 지도 모르겠다.

2. 캐릭터

        사실 <멘탈붕괴>의 캐릭터들 또한 무언가 어중간한 존재들이란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캐릭터를 완전히 죽이고, 플롯을 이끌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매력적으로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끌만한 그런 캐릭터들도 아니다. 오히려 어중간하게 캐릭터성을 띄고 있고, 플롯에 끼워맞춰지려고 하기 때문에 읽는 것만으로 불안하다.

        한유리, 최윤희: 둘 다 캐릭터로서 별 의미가 없는 캐릭터들이다. 각각 연기의 천재, 프로그램의 천재라는데, 최윤희의 경우 작중 스토리를 위한 기계적 역할을 빼면 딱히 살아있는 캐릭터란 느낌이 안 들고, 한유리는 '천재'란 공감도 안 들고,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를 그런 캐릭터다. 어쩌면 소꿉친구 5인방을 끼워맞추기 위한, 말 그대로 숫자 놀음에 희생된 희생자가 아닌가 싶다. (물론 2권 등에서 비중이 커지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1권 내에서 필자의 판단은 그러하다.)

        신무진: 이 친구 게이다. 그것도 소꿉친구이자 주인공 백기신의 등짝을 노리는. 몸매도 그리스 조각상 같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남주인공과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원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소꿉친구 5인조 자체가 전부 백기신의 잦이를 노리기 위한 악마들로 구성된 백기신 하렘이다. 이런 면에선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 생각난다. <악령>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90프로는 남자)이 주인공 스타브로긴의 거시기를 핥고 싶어 난리를 치듯, <멘탈붕괴>에 등장하는 비중있는 역할들 대부분은 백기신의 은밀한 그곳을 노린다.

        사실 이 친구 또한 캐릭터적으로 뭔가 어중간해서 별 매력을 못 느낀다. 진지함과 가벼움이 어중간하게 결합되었다. 그저 대마왕이라는 악역 역할을 수행하는 엘르 화이트와 몸으로 맞서기 위한 기계장치다.

        백여신: 오빠의 은밀한 곳을 노리는 부도덕한 여동생이자 마치 성경 속 롯의 딸들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1권 내에선 나올 이유가 없는 캐릭터지만, 분량을 위해 억지로 낑껴나왔다.

        백기신: 이 친구는 겉으로 자기가 평범하다고 말하는데, 이 친구도 정상은 아니다. 오히려 정신병자에 가깝다. '둔감함' 자체는 이런 만화적 특성 때문에 이해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분명 1인칭으로 서술되고, 분명 '서술된 대사'임에도 그걸 못들었다고 하는 것은 좀 심한 처사가 아닌가? 차라리 관찰되는 행동으로 묘사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친구의 둔감함 자체는 너무나도 작위적이다. 물론 작중 어느 정도 떡밥을 깔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또한 스스로 평범하다고 하는 1인칭의 서술이 왜 이렇게 이상한지 나는 모르겠다. 평범한 두뇌라는데, 서술하는 방식은 안 평범하다. 이 정도로만 해두려고 한다.
        또한 별개로 과거 엘르 화이트와 그의 어릴적 첫 만남도 겉으로 보기엔 감동적일 수는 있겠지만, 역시나 작위적이다. 필자의 머리론 적어도 평범하다고 하는 아이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어린 아이들은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머리가 좋으며 사실 필자의 눈앞에서만 그것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국 모든 어린이들에게 사과한다.

        이 친구에 대한 비판은 이 정도로만 일단 하고자 한다. 물론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작중 나타나는 밑밥 때문에, 그 밑밥이 어느 정도 들어나고 한 다음 비판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엘르 화이트: 사실 모든 '천재 중의 천재' 캐릭터가 그렇듯이, 별로 대단하단 느낌은 안 든다. 이런 경우는 명백히 작가의 필력 부족이다. 아무리 말로, "이 친구 천재야, 천재, 천재 중의 초천재!!"라고 표현해도, 들어나는 것이 그 기대만큼 높지 않으면 빈약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걍 이 친구가 빨리 그냥 이런 재미없는 세계는 멸망시켜서 흔적도 안 남겼으면 좋게다.

그것 말고는 딱히 언급할만한 사항은 없다. 이 엘르 화이트 또한 삽화 빼고는 별 매력 없이 그저 플롯을 이끌기 위한 기계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 자체를 '코스믹 호러'로 볼 수는 있겠다. 적어도 묘사하는 것 자체만으론 막을 수 없는 흉측하고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니까. 물론 등장인물들에게는 코스믹 호러이겠지만, 필자에겐 코믹 호러처럼 느껴진다.

3. 그 외

        문체의 부분은 취향이겠지만 묘하게 문체가 뭔가 마음에 안 든다. 플롯이나 캐릭터처럼, 이 작가의 문체 또한 뭔가 좀 어중간한 것 같다. 가벼운 것도 아니고, 무거운 것도 아니다. 뭔가 무거운 척을 하고는 싶고, 무게를 잡고 싶고, 뭔가 고상하거나 있어보이고 싶은 표현을 쓰는데, 오히려 그렇기에 가볍게 느껴지며, 뭔가 가볍게 드립을 치고 싶어하는데, 오히려 그 드립 때문에 이상해진다. (이렇게 쓸데없이 드립을 치는 것은 김월희 작가 또한 공통되는 문제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흑막으로 짤막하게 언급되는, '절대악'이라 묘사되는 캐릭터가 에필로그 부분에 잠깐 회상으로 나오는데, 적어도 드러난 부분만으로  판단하자면, 이런 '절대악'을 표방하는 인물들이 그러하듯 유치하다. 마치 "나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악이다, 나는 악마저도 혐오하게 만드는 악이다,"라고 외치면서 정작 행동은 소박하게 하듯, 그런 느낌이 난다. 잘 묘사되고 공감되는 절대악이란 것은 단순히 미친놈처럼 행동하거나, 손가락을 스스로 절단해서 눈앞에 보여주는 걍 병1신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만나 본 등장인물 중에서 진정으로 절대악이라 할만한 인물의 최고봉은 <오셀로>의 이아고인데, 누구도 이아고의 행동이나 악행 자체가 어찌보면 소소한 악행처럼 보인다고, 이아고가 악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가 묘사하는 이아고는 말 그대로 증오 그 자체고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고, 스스로까지 파멸하는 그런 절대악이다. 결국은 작가의 필력 문제란 것이다.
        
        필자는 적어도 앞으로 본격적으로 저 '절대악'으로 표방되는 캐릭터가 등장할 경우, 작가의 필력에 건투를 빈다. 부디 만족할만한, 결코 유치하지 않은 절대악을 만들어주기를 빈다.

4. 결론

        어찌되었던 필자의 비판 자체는 어중간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관한 비판이지만, 작품 자체는 걍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재밌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며 (개인적으로 재미있진 않았다.) 필자가 지적한 부분들도 작품 자체를 그렇게 크게 망가뜨리는 요소는 아직까지 아니라고 본다.

        작품에 걸쳐, 카뮈의 시지프 신화의 첫문단이나,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의 그 유명한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한다,"란 경구나 파스칼의 팡세의 부분을 인용하는데, 아직까진 왜 이 문구를 넣었는지 별도의 판단을 하진 않겠다.

        다만 필자가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문구는 이 구절 두 개다.

        <불쌍한 나 자신이여! 어디로 피해야하나, 
         무한한 분노와 무한한 절망으로부터? 
         어디로 피하든 곧 지옥, 나 자신이 곧 지옥이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도, 더 깊숙한 곳이 있어 
         나를 삼키려 위협하며 크게 주둥이를 벌리니, 
         내가 고통 받던 지옥이 천국처럼 보이는구나.> 

         <그러니 잘 있거라 희망이여, 
        희망과 함께 잘 있거라 공포여, 
         잘 있거라 참회여, 모든 선은 나에게서 벗어났다. 
         악이여, 네가 나의 선이 되어라.>
          - 밀턴, 실락원.

        작가가 엘르 화이트나 악역을 묘사하는 어투가 왠지 이 구절들을 좋아할 것 같아서 적는다.

        다만 이 모든 판단들은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2권을 읽고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단 것만은 말하고 싶다.

        덧붙이자면 1권만 살 사람의 경우는 2권까지 같이 사란 말을 하고 싶다. 1권은 사실 걍 '상'이다. 결말도 결말도 아니고, 걍 중간에서 끊기에 불과하고.

        끗.

        께속.


덧글

  • 매운틴듀 2013/08/04 19:47 # 삭제 답글

    중2병데이즈 리뷰로 이 블로그를 처음 접하다보니

    평범한 리뷰가 신기해보이네여

    2권 리뷰를 기다리겠읍니다
  • dd 2013/08/04 19:55 # 삭제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것도 별로 평범한 리뷰는 아님..
  • JHALOFF 2013/08/04 21:54 #

    ㅎㅎㅎ 그냥 평범하게 느낀 점들이에요, 방문해주셔서 감사
  • 네리아리 2013/08/04 20:17 # 답글

    그냥 재미만 본다면 그냥 평타 쳐줬죠.








    리얼충 죽어라!!!(야)
  • JHALOFF 2013/08/04 21:54 #

    재미 자체는 일단은 평타인 것 같습니다 ㅇㅇ
  • Scarlett 2013/08/05 14:25 # 답글

    차분하게 읽다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서 빵 터지고 갑니다ㅋㅋㅋ악령이 그런 소설이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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