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온,<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천재소녀 때문에 내가 멘탈붕괴> 2권 - 감상 감상-라이트노벨

0. 서론

필자는 우선 잡문을 쓰기 전에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먼저, 필자는 지난번 1권의 리뷰에서 각 권에 '기승전결'이 있다는 가정 하에 리뷰를 쓰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그건 필자가 예상치 못한 오류였다. 사실상 키온 작가의 <멘탈붕괴>는 1, 2권이 한 권으로 구성되있으며, 따라서, 1, 2권이라는 명칭보다는 상, 하 권이란 명칭이 더 어울린다. 이 점은 미리 1,2권을 같이 구입하지 않고, 미처 확인하지 않은 필자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두번째 사과는 일인칭 등에 관한 필자의 비판이다. 필자는 이 부분은 일종의 라이트노벨의 클리셰로 받아들여야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필자 또한 적절하게 합리적인 인간이고, 중국집에서 영국 요리를 요구하는 그런 몰상식한 종류의 인간은 아니므로, 앞으로 이런 클리셰적 부분은 가급적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 글은 주로 2권에서 나타난 부분들에 관한 필자의 잡다한 비판이 될 것이다.

1. 플롯과 캐릭터

플롯과 캐릭터에 대한 필자의 비판은 2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사실 키온 작가의 <멘탈붕괴>의 메인 플롯 자체는 별로 비판할 구석이 없다. 딱 정석적이다. 문제는 그 플롯을 표현하는 방벙에 있다.
이전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도대체 왜 중간중간  막간극이라는 미명하에 멀쩡히 관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딴 길로 새는지 모르겠다. 1권에서도 이미 당한 필자는 그 부분들을 건너뛴채 이야기를 이어서 읽었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그 후 건너뛴 부분을 읽었지만, 그 부분들 또한 메인 플롯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맥을 끊는 것인가?

다르게 생각해보면, 메인 플롯 안에서 그저 기계적인 장치 역할, 말 그대로 캐릭터가 아니라 플롯을 움직이는 기계로 쓰인 캐릭터들에게 일단은 캐릭터란 사실을 알려주기 위하여 중간중간 삽화를 넣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정도가 과하며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여 짜증만 날 뿐이다. 차라리 1, 2권의 필요없는 부분들을 모두 빼내어, 단편집이란 이름으로 분권 시키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캐릭터가 중요하더라도, 일단은 작가가 '메인 플롯'을 중요시학, 이끌어가는 것처럼 묘사했고, 독자에게 그런 인식을 주었다면 왜 중간중간 작가 스스로  "잠깐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눈물의 응꼬쇼!!" 를 외치며 극을 방해할까? 자신의 플롯을 그렇게도 믿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부분은 추후 권이 나온다면 꼭 고쳐졌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2. 기독교적 상징


1권에서부터 살짝 그 기미가 보였지만, 2권부터 노골적으로 들어나는 것은 기독교적 상징이다. 이 엘르 화이트라는 여주인공의 행적은 마치 예수의 인간 구원에 빗대어 표현되며, 그녀의 행동은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는 신의 심판처럼 비유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키온이라는 작가를 전혀 모르지만, 이 작가의 안위가 매우 걱정된다. 그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에게 테러를 당하거나 필화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사실 이런 노골적인 상징은 갑작스럽단 느낌도 들기에 당혹스럽긴 하지만, 허용될만한 수준이다. 애초에 2권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엘르 화이트의 세계멸망의 이유, 철학적인 이유가 어느 정도 자연스레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중 엘르 화이트의 사상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심문관이 연상되기도 한다

예수가 사람의 아들이자 천국으로 모두를 구원하려는 그리스도이듯, 엘르 화이트는 인간의 신이자, 대지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적그리스도다.

신이 없기에 인간이 곧 신이 되어야하며, 인간이 신이 되어 이 대지에 천국을 건설해야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저 유명한 수정궁의 비유는 소설 전반에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의 여주인공 엘르 화이트는 안타깝게도, "모든 인간들이 우리에게 자유를 헌납하며,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주세요, 대신 우리에게 빵을 주십시오,"라고 외치며 우리를 따를 것이다!"라고 외치는 대심문관만 눈에 보인 모양이다.

3. 철학 - 윤리

사실 키온 작가의 <멘탈붕괴>에 나오는 철학 사상들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짐작으론 키온 작가는 니체나 공리주의, 그리고타 이런 쪽으로 으레 잘 인용되는 학자들에게 꽤나 감명을 받은듯 하다.

여주인공 엘르 화이트의 사상, 혹은 모든 일의 동기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 이 세계에 '도덕'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죄악으로 가득찼다.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인이다. 그들은 죄인이거나 방관자니까.
-엘르 화이트 본인 또한 죄인이다. 그녀는 능력이 있음에도 개인의 생활을 위해 전체의 이익을 포기했다.
-이미 그녀의 능력으로 현상태를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그녀의 능력으로 14만 4천명을 제외한 모든 인류를 싸그리 전멸시킨 후, (14만 4천명은 알다시피 요한계시록 속 상징이다.)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린 후, 지상락원을 건설한다.
-전체의 무한한 이익을 위해서 희생은 용인되어야한다. 살아남은 이들이 곧 지상락원에서 더욱 번성할 예정이므로 다수의 희생 정도는 소수의 희생에 불과하다.
-14만 4천명을 가리는 기준은 없다. 그저 핵전쟁으로 14만 4천명이 살아남게 계산되었다.
-주인공과 같이 평범한 이들조차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상락원 건설이 최종적 목표다.
-낙원을 건설하는 법은 간단하다. 뛰어난 엘르 화이트가 모든 것을 인도하여 건설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우선 작중 엘르 화이트가 '천재 중의 대천재,'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신,' '모든 분야는 그저 장난감처럼 보이는 천재,' 등등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근간이 되는 사상이 그저 윤리책으로 그녀의 대갈통을 후려갈기며, "이건 네년을 줘패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이고, 이건 네년 대가리를 후려갈기라는 약속을 한 롤즈의 무지의 베일 상태고, 이건 모든 반-공리주의자들의 비판이다!"라고 외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될 일이란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대가리를 후려칠 윤리책은 블랙웰 출판사의 윤리학-앤솔로지 2판을 추천한다. 적당히 두껍고, 아프다.)

차라리 범인이 범접할 수조차 없는 천재를 묘사하려면, 동기를 숨기거나 훨씬 하찮은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물론 저 동기 이전의 근본적 동기 자체는 남자 주인공과 연관이 깊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상락원을 남자 주인공을 위해 만들겠다는 동기는 동일하므로 생략하겠다.)

일련의 상당히 정석적이지만, 나쁘지 않은 전개 이후, 마침내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을 대면하여, 일련의 철학적 대화, 마치 플라톤의 대화편을 연상시키는 대화를 나눈다. 이 부분에서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에 좀 당황하긴 하였지만, 어찌되었든 계속 읽어본다.

사실 저 일련의 대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미 누군가가 했던 말들이기에 그대로 옮기면 되지만, 그 정도는 빈약하고 공감이 되지 않는다.  둘째, 진지하지만, 독자는 웃기다.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해. 하지만 그 고통을 단순하게 넘겨서는 안 돼. 너는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즐거워하고, 기뻐해야 해. 그건 내가 너에게 주는 아픔이니까. 무엇보다도 그 아픔을 소중히 여겨. 마조히스트가 되란 말이야.> 

작중 남자 주인공의 대사 중 일부다.

필자가 일부러 이 부분을 옮긴 이유는 두 가지다. 사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근간에 숨겨져있는 사상 자체는 무엇인지 알고, 공감이 가는 것도 더러 있다. 문제는 표현의 방식이다. 왜 결국은 같은 내용인데, 누군가의것은 진지한 텍스트이며, 누군가의 것은 필자도 모르게 웃음이 잠깐 나오는가?
이는 명백히 작가의 표현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철학적 대화에 관한 장을 길게 정리하고 비판할까도 생각했지만, 일단은 소설이고, 필자도 피곤하고, 누구나 피곤할 것이 분명하므로 그냥 관두기로 했다. 언젠가 생각이 나면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키온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원래의 메세지는 공감을 살지도 모르지만, 그의 표현 방법은 부족하다.
  진지한척 하지만, 오히려 실소가 나온다, 마치 풍자물 같이. 그렇지만 이 소설이 풍자물은 아니지 않는가?

여담으로 뭔가 공리주의적이라거나 종교적인 분위기가 많이 풍기긴 하는데, 차라리 해결방법을 걍 '성철학'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결국 멈추는 이유도 '좋아하니까' 잖아.

4. 결론

물론 2권이 끝나면서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떡밥들은 더러 있지만, 그것은 후속작의 여부에 관련된 문제이므로 더 다루진 않겠다.

다만 제목 자체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천재소녀 때문에 내가 멘탈붕괴>인데, 제목을 바꾸지 않는 이상, 3권부터는 어떻게 사건을 진행할지 필자는 전혀 예상이 가지 않는다.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라 별 다른 걱정 같은건 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멘탈붕괴>는 비록 플롯이나 캐릭터가 좀 엉성하고, 특히 2권의 철학적 부분은 빈약하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평작 정도의 칭호는 들을만한 작품이다.

그것을 확인하든, 안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리라.

끗.

께속?


덧글

  • 지나가는 사람 2013/08/05 03:23 # 삭제 답글

    3번 철학-윤리 항목부터 웃느라 굴렀습니다. 글 진짜 잘쓰십니다.
    작가 철학은 정소환 때와 바뀐 건 없나 보네요.
  • JHALOFF 2013/08/05 12:24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작은 읽지 않아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군요 ㅎㅎ
  • ㅐㅌ녑 2013/08/05 09:52 # 삭제 답글

    ... 주문 취소 할까..
    클라이막스 때 뱉는 대사가 저따위라니 으 시ㅂ
  • JHALOFF 2013/08/05 12:24 #

    ㅎㅎ 자유의 선택에 맞기겠습니다.
  • 11th ACR 2013/08/05 10:31 # 답글

    이 부분에서 필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우선 작중 엘르 화이트가 '천재 중의 대천재,'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신,' '모든 분야는 그저 장난감처럼 보이는 천재,' 등등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근간이 되는 사상이 그저 윤리책으로 그녀의 대갈통을 후려갈기며, "이건 네년을 줘패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이고, 이건 네년 대가리를 후려갈기라는 약속을 한 롤즈의 무지의 베일 상태고, 이건 모든 반-공리주의자들의 비판이다!"라고 외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될 일이란 것이다.


    이 부분의 표현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ㅋㅋ
  • JHALOFF 2013/08/05 12:24 #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좀 저 부분 자체가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긴 하는데, 좀 빈약한건 사실이더군요.
  • 11th ACR 2013/08/05 13:04 #

    키온은 데뷔작이자 전작인 정소환 때도 뭔가 라노베로 독자들의 계몽을 하고는 싶은데, 그 뜻에 비해서 사상적 기반이나 설득력은 상당히 빈약한 모습을 보여준 전적이 있습니다
  • JHALOFF 2013/08/05 13:44 #

    흠 그렇군요, 전작을 추천하시는 분들도 몇 분 계셨는데 그건 아직 안 읽어봤으니 ㅎㅎ
  • 2013/08/05 17: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05 22: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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