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비가(4)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완성시/프랑스시 프로젝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르페우스'는 시인이자 릴케에게 걸맞는 상징처럼 보인다. 그는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오르페우스 밀교의 현자이자 시인이다.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집>은 이러한 오르페우스를 상징으로 한 일련의 연작시들을 일컫는다. 물론 모든 시들이 오르페우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서로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과 시인, 이라는 어느 정도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의 사이클로 구성된 세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집>이다. <두이노의 비가>와 더불어 릴케의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완성시>는 이제 <두이노의 비가>로 정점에 달한 릴케의 시세계의 막바지에 이르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제 릴케에게는 찬미할 신조차도 필요없다. 그는 예술가고, 조각가이며 시인이다. 그는 사물의 내면을 보는 것을 통해 자신을 신의 위치로 끌어올린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자신 뿐이다.

<프랑스어로 쓰인 시>는 릴케가 프랑스어로 쓴 시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실 프랑스어로 쓰였다는 것을 빼고는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알다시피 난 프랑스어도, 독일어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릴케의 아름다운 서정시들이다. (서정시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예술론에서 후술.)

 
<이 바람과 함께 운명이 온다: 오, 그것이/오게 하라, 그 힘으로 우리가 타오르게 될/ 모든 맹목적이고 밀려오는 것을> - 어느 봄바람, 완성시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아득한 밤바람이 단단한 나무 사이로 한번 더 휘날린다;/ 그렇지만 그 위로, 강렬하고 금강석같이/ 엄숙한 사이의 공간, 그 깊은 곳에/어느 봄밤의 커다란 별이 떠 있다.> - 춘분날 밤, 완성시


<아무것도 비교할 수 없다. 홀로 있는 것은/아무것도 없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기에;> - 밤의 걸음걸이, 완성시


<하지만 가끔씩 나는 성스러운 불꽃의 가상 속에서/친밀하게 내 내면의 가슴을 인식한다./ 한때 그토록 내면의 봄을 이끌었던 것./ 그것은 성스러운 불꽃이 삶의 지하실로 가지고 가는 듯했다.>

<새들이 그 사이로 몸을 던지는 그곳은/ 네게 형상을 높여주는, 익숙한 공간이 아니다.>


<세계는 연인의 얼굴 속에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세계는 쏟아져버렸다;>


<장미, 오 순수한 모순, 쾌락이여,/ 아주 많은 눈꺼풀 밑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존재여.>


<오늘 저녁 내 마음은 천사들을 시켜/ 노래하게 한다. 천사들은 기억하고 있다...../ 너무 많은 침묵에 유혹당한,/ 거의 내 목소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 하나,// 솟아오른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부드럽고 대담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무엇과 결합하려 하는 것일까?> - 1. 과수원


<내가 만일 빌려온 언어로 그대에게/ 편지를 쓸 용기를 낸다면,/ 그것은 아마도/ 과수원이라는 이 소박한 명사를 사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그 명사 하나에 사로잡혀 오래 전부터 고통스러워했다.> - 과수원, 과수원


<님프여, 언제나 그녀를 발가벗기는/ 사물로 옷을 해입고,/ 그대의 육체는/ 둥글고 거친 물결을 위해 흥분한다.// 쉬지도 않고 너는 옷을 갈아입는다,/ 머리카락마저도 늘 바뀐다;/ 그토록 쉴새없이 도망치면서도, 네 삶은/ 순수한 현존으로 남아 있다.> - 작은 폭포, 발레를 위한 사행시



<행복한 장미여,/ 네 신선함이 때로 우리를 그토록 놀라게 만드는 것은,/ 네가, 네 안에서, 꽃잎과 꽃잎들을 포개고,/ 거기 기대어 쉬고 있기 때문.// 너의 전체는 너무나 깨어 있지만, 너의 중심은/ 잠들어 있다. 수많은 꽃잎들이 극단의 입에 이르는/ 이 고요한 가슴의 부드러운 웃음들을/ 서로 만지는 동안.> - 1, 장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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