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타워> 독서일기-소설


0. 타워

배명훈 작가의 <타워>는 '빈스토크'라는 가상의 탑, 정확하게는 건물 그 자체로 독립된 독립 국가를 중심으로 한 6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연작소설이다. '타워'는 말 그대로 거대한 상징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사는 독자라면, 대부분 이 '타워'가 직접적으로 풍자하는 대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언제나 같은 견해를 유지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풍자소설'의 카테고리 안에 어떤 소설을 넣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절대 옳은 해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작가의 의도라할지라도. 어떤 상징이든, 그것을 단순히 '직접적인 풍자'로 보는 것은 한 소설의 무한한 가능성을 줄이는 극악무도한 행위다.

다행스럽게도 '타워' 자체는 상당히 여러 방면으로 볼만한 상징이다. 현대의 국가, 혹은 어떤 비인간적인 단체, 혹은 바벨탑 등등 타워에 빗댈 수 있는 것은 많다. 분명한 것은 배명훈 작가는 '타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인간군상을 그린다. '타워'가 직접적인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언제나 이 소설을 지배하는 테마인 것은 분명하다.


1.동원 박사 세 사람

어떤 면에선 권력 그 자체에 대한 우스꽝스런 풍자다. 특히 '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개'다. 이 말은 이중적이다. 배명훈 작가는 실제 생물학적 의미의 '개'를 등장시킴으로서 웃음을 더한다. 물론 이런 풍자 자체의 의도는 부록에 수록된 사전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동원 박사 세 사람이란 제목답게, 소설 자체는 예수와 동방박사 세 사람의 크리스마스의 만남에 대한 음울한 비틀음이다. 예수의 탄생과 달리, 아기의 탄생은 저주받았으며 일종의 적그리스도의 강림과도 같다. 또한 오히려 예수의 탄생과 헤롯의 유아 학살을 뒤섞은듯한 악몽이다. 그 광경을 보는 동방 박사 세 사람은 축복은 커녕 도주를 한다. 타워 안에서 자기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산타클로스, 피 색깔 빨간 옷을 입은 거인에 대한 이중적인 상징의 마지막 잠깐 등장 또한 인상적이다.

2. 자연예찬

이 단편은 크게 두 축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작가와 사회 참여에 관한 갈등이다. 말 그대로 작가란 어느 위치에 있어야하는가? 그는 시궁창스런 현실에서 도피를 해야하는가, 비판을 하고 참여를 해야하는가?

저소공포증을 가져 타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작가, 원래는 사실주의적인 소설을 쓰지만, 어느 순간부터 본적도 없는 자연주의 소설을 쓰는 작가를 중심으로, 그의 청탁과 별장, 그리고 그를 방문하는 출판사 직원에 엃힌 이야기다.

이 갈등은 작중 "맞아, 자연이 뭐 어때서! 글만 좋으면 됐지." 란 대사로 적절하게 표현된다. 물론 배명훈 작가가 내리는 결론 자체는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굉장히 미묘한 사항이라 확답은 못 하겠다.

다만 배명훈 작가는 '타워'라는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끌어들여 적절하게 그 갈등 자체는 표현했다고 하고 싶다.

두번째 축은 별장의 로봇을 관리하는 로사란 여자와 작가의 정신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로봇을 통해서 잠깐 인사만 하는 그런 관계, 로봇의 눈을 통하여 자연을 보며, 로봇의 눈을 통하여 관찰하고, 서로 의사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지만, 정신적인 사랑이 느껴지는 그런 애틋한 관계.

물론 이 측면은 그렇게 잘 표현되진 않았다고 본다. 어떻게보면 살짝 곁다리적 측면도 강했으며, 작중 크게 발전될만한 요소는 사실 없었다.


3.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타워에 사는 이민자 은수, 은수의 옛 연인이자 타워로 오기 위하여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이 되었지만, 전쟁 중 사막에서 실종되는 민소, 그리고 빈스토크 타워 토박이이자, 은수와 민소의 편지와 관련되어 이 둘의 관계를 이어주는 병수, 세 사람의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사막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사랑 이야기다.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바벨탑'에 대한 상징 등 여러 점들이 얼핏 그 실체를 보여준다. 타워 내의 부조리라든가, 현재 빈스토크와 외부 코스모마피아가 벌이는 전쟁이라든가.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인 소설이었다.


4.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타워 내에서의 특수한 사상인 수직론자와 수평론자의 대립을 다룬 소설이자,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1인칭 회상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소설 자체는 공무원적 사회의 공무원과 그가 고시생 시절,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난방의 온기 때문에 얼어죽지 않을 수 있었던 인연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수직론자 카테고리 안에 드는 주인공과 수평론자 카테고리 안에 드는 여주인공의 복잡하면서 미묘한 관계, 그리고 두 사상의 대립 등을 전개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단순히 흑백논리적 사고를 전개시키지 않고, 서로 간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어느 정도 구현한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개인적으로 완벽하게 만족하진 않는다.


5. 광장의 아미타불

서간체로 이루어지며, 형부와 처제의 편지다.

경비대로 취직하여 코끼리를 조련하여 시위 진압을 하게 되는 형부와 처제의 편지들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점은 코끼리의 이름이 보살을 연상시키듯 '아비타브'인데, 실제 작중에서도 아미타불과 오버랩된다. 과연 동물은 해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가 소설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편지를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대조적인 태도 또한 중요한데, 형부는 현실도피적이며 처제는 현실적이고 냉혹하다. 과연 둘 중 누구가 진실인가? 단순히 형부는 미치광이 몽상가인가, 아니면 진실을 꿰뚫은 현자인가?

어느 쪽에 포인트를 맞추느냐에 따라 해석은 크게 갈리리라.


6. 샤리아에 부합하는

작중 드디어 빈스토크와 코스모마피아의 대립이 중심이 되는 단편이자 작중 말미를 장식하는 단편이다.

저소공포증을 가졌기에 빈스토크를 일종의 성지 메카처럼 여기며 빈스토크의 체제를 지키려는 최신학과 바벨탑 빈스토크를 무너뜨리려는 셰흐리반의 대립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아마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상징적인 단편이라 할 수 있다. ICBM 가방이라든지, 소돔과 고모라, 그리고 10 명의 의인, 이슬람, 성지, 7일, 바벨탑, 심판 등등 비평가라면 변태적으로 파고들 요소가 농후하다.

'바벨탑'은 무너져야하는가?, 혹은 잘못된 집단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정답인가?

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모호한 결론만이 나올 뿐이다.


7.

<타워> 자체는 그저 무대만 가상으로 옮긴 리얼리즘 소설이다. 물론 가장 직접적인 해석은 작중 타워가 풍자하는 의미들을 그대로 들어내는 것이겠지만, 나는 굳이 그런 쪽을 선택하진 않았다. 이유는 이미 말했듯이, 난 책의 한계를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나쁘진 않은 단편집이다.

오히려 때론 너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였기에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였으며, 몇몇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괜찮은 소설'이란 평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내 취향인진 모르겠다.

다만 아닌 것 같긴 하다.

배명훈 작가나 그의 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그의 작품들 몇 권 더 읽어보고 판단할 예정이다.


께속?

덧글

  • Stanislaw 2013/08/10 00:31 # 삭제 답글

    '타워'를 읽었을때 비록 흡족하진 않았더라도 전 괜찮은 작가를 하나 만났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안녕 인공존재'를 읽고, 또 여러 단편들을 읽으면서, 전 이 작가에 대한 기대를 접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타워'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몇몇 단편들은 특기할 만했죠. 전 첫 번째 단편이 제일 좋았고, 잘홉님이 별로라고 한 배달사고 이야기가 두 번째로 좋았습니다. 최악은 결말...
  • JHALOFF 2013/08/10 11:36 #

    뭐 저도 좀 더 읽어보고 작가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려볼 예정입니다.
  • ... 2013/08/10 01:52 # 삭제 답글

    사람마다 감상은 다른 법이니, 전 타워가 약간 평범한 연작이었고, [안녕, 인공존재]는 작가의 베스트 단편이라고 봄. 이를 스스로 뛰어넘을지 주목하고 있음
  • JHALOFF 2013/08/10 11:37 #

    흠 그렇군요, 어차피 다음에 읽은 것이 <안녕, 인공존재> 단편집이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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