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여동생님 1,2권 - 김월희: Pen의 성물(2) 감상-라이트노벨


*  본 리뷰는 Pen님의 대리로 쓰여진 리뷰이며 리뷰로 발생하는 모든 분쟁과 법적 책임 및 저작권은 Pen님에게 있음을 공지합니다.

0. 서론

한 위대한 작가의 처녀작을 읽는 것은 상당한 도박이다. '첫 작품'이란 말 그대로 한 작가의 모든 것을 쏟아내어 정교하게 빚어낸 걸작일 수도 있으며, 혹은 희대의 망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일련의 부조리극 <중2병 데이즈>를 쓴 김월희 작가의 처녀작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 책일까? 이에 대한 확답은 쉽게 내릴 수 없다. 이 소설 자체는 이미 김월희라는 한 인간의 특유의 세계가 어느 정도 완성된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그의 위대함, 즉 부조리의 씨앗이 발아될듯 말듯 숨겨져 있으며 우리 독자들은 그 씨앗이 그의 차기작에서 꽃을 피웠음을 안다.

이 1,2권에 대한 비평은 단순히 책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단 김월희의 세계에 대한 평이 될 것이다.


1. 김월희의 세계 - 폭력, 섹스, 그리고 비합리성

필자가 다시 한 번 짧은 머리로나마 생각해보면, <중2병 데이즈>는 일종의 정제된 세계다. 물론 그 정제된 세계에서조차 야성이 느껴지지만,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과 비유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김월희라는 한 작가의 이드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을 지배하는 것은 적나라한 폭력과 섹스, 그리고 비합리성이다.

이미 그 배경부터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은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한다. <벤더스내치>라는, 아마도 앨리스의 <재버워키>나 <스나크 사냥>에서 따왔을 이름의 세계 유일의 민간 초군사기업! 개인이 세계의 전쟁을 주도하는 전범이며 권력의 축 중 하나기에 그녀에게 어떠한 법의 심판도 무의미하다.

물론 상식적으로 이러한 세계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어차피 소설이므로 우선 우리는 그 난관을 헤쳐나가야한다. 마치 움베르토 에코가 독자들을 시험하기 위하여 모든 소설의 초반을 일부러 어렵게 쓴다고 밝혔듯, 김월희 작가는 긍지 높은 예술가로서, 이러한 미친 세계관과 혼란스러운 서술의 시작, 그리고 딥 프렌치 키스를 등장시켜 평범한 독자의 혼을 마비시킨다.

이미 이 폭력과 섹스가 난무한 상위 세계에서 모든 도덕은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도덕은 장식품에 불과하며, 김월희 작가의 정말로 대단한 점은, 아마도 현존하는 모든 도덕 철학의 일파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논쟁을 벌이는 이 모든 도덕 철학자들이 (아마 역사상 최초로) 모두 동일한 의견으로 일치하여 비판할만한 이 논란의 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의 기본은 유미주의다. 도덕은 그저 김월희 작가에게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아마도 그는 모든 도덕 철학자들과 맞서싸울 각오가 되있나 보다.

섹스에 관해서는 너무나도 많기에 일일히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다. 해독제가 여성의 애액이라든지, 어떠한 도덕적 의식도 없이 근친상간을 저지르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부도덕한 남매라든지, 이 끝없는 현대의 사드가 벌이는 육욕의 동산은 아무래도 초현실주의자들이 좋아할법한 세계다.

비합리성은 어쩌면 섹스와 폭력과 연관되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상'이어야할 주인공조차 뼛속까지 '아름다우면' 도덕이든, 죄든 용서된다는 유미주의자며, 평범한 고등학생이 서술하는 전문적인 용어들을 보면 참으로 비합리적이다.


2.  김월희와 도스토예프스키 - 블랙헤이젤과 까라마조프

분명 김월희 작가는 <중2병 데이즈>에서 전위적인 작가였다. 반면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은 이제껏 위대한 전위적 작가들이 그러하듯, 처녀작이기에 전위적인 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렇다면 그가 기초하고 있는 세계는 어디인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와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욕망과 증오의 까라마조프 제국으로 대변되는 까라마조프 가는 김월희 작가의 권력과 육욕의 화신 블랙헤이젤 가로 변모했다.

까라마조프적인 피를 이어받았기에 양심인인 알료샤조차 미래의 까라마조프가 될 것을 암시하듯, 블랙헤이젤의 피를 반을 이어받은 주인공조차 '정상'인이 결코 아니다.

욕망의 상징 드미뜨리나 극도의 이성의 상징 이반처럼, 블랙헤이젤의 사고방식 또한 욕망에 충실하며 극도의 비뚤어진 공리주의적 사고에 기반한다.

<오늘의 소녀는, 안전한 날이니까요.>라는 대사 등으로 근친을 이성적으로 합리화하는 비뚤어진 여동생의 욕망이나, 중요한 순간에서까지 호성드립을 치며 정신의 분열을 보여주는 주인공 등 블랙헤이젤 가의 악함은 그 극악무도의 끝을 달린다.

더군다나 2권 말미에 수록된 일련의 철학자들이 좋아할만한 도덕 실험,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천 명의 목숨이 사라지고, 그 대신 가족 한 명을 살리는 이 실험은 공리주의자들이 좋아할만한 실험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작품의 플롯 자체는 오늘날 막장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난잡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는가?

김월희 작가 또한 비록 작품의 난잡함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가 적어도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같이 비장한 육욕과 욕망의 드라마를 쓴 것은 사실일 것이다.


3. 결론

생각해보면 <세계제일의 여동생님>을 먼저 읽지 않은 것이 필자의 실수일지도 모르겠다. 이 위대한 세계의 시초작은 곧 김월희가 이제껏 썼고, 앞으로도 쓸 모든 작품들의 기반이 될만한 작품이다. 한 위대한 작가의 탄생을 처음부터 지켜보지 못한 점은 독자로서 크나큰 슬픔이다.

여담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인 토마스 핀천은 <49호 품목의 경매> 이후 약 7년간 침묵을 지키다, <중력의 무지개>라는 현대 문학의 괴물을 낳았다. 이처럼 김월희 작가 또한 장기간의 침묵을 통하여 우리 현대 문학에 축복을 가져올 괴물을 잉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장기간의 침묵 말이다.

기왕 침묵이 나왔으니 말인데, 필자가 조금 아쉬운 것은 처녀작이기에 김월희 작가가 '침묵'의 중요성을 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햄릿 기계> 등의 하이너 뮐러의 희곡에선 침묵이 중요시된다.

김월희 작가가 인용한 <멋진 삶을 살았노라 전해주시오>라 유언을 남긴 비트겐슈타인조차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해라>란 말을 남겼다.

말해질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한다. 김월희 작가는 아직 말해질 수 없는 것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침묵이 부족하다.

나는 그의 위대한 침묵을 기원하며 이 짧은 리뷰를 마친다.

덧글

  • 네리아리 2013/08/15 13:07 # 답글

    ...네링의 감상평에 비하면 님 리뷰는 ㅎㄷㄷ...굽신굽신
  • JHALOFF 2013/08/15 13:48 #

    에이 왜 그러십니까 전 김월희 작가님을 사랑합니다 독자로서
  • 네리아리 2013/08/15 13:51 #

    흥! 누가 김월희 작가님을 사...사...좋아한다는 겁니까??? 흥흥!
  • JHALOFF 2013/08/15 15:01 #

    흐흐흐 입으론 싫다고 말하지만, 몸은 아니군요? (응?!)
  • tana 2013/08/21 23:05 # 삭제 답글

    맛이간 주인공을 내새웠으면서, 작가는 이 주인공이 멀쩡하다고 착각하는듯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느낌
  • JHALOFF 2013/08/22 07:35 #

    주인공이 평범하다는 묘사만 뺐으면 한결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자체가 그냥 미친 세계라.
  • 요사리안 2013/09/16 11:20 # 삭제 답글

    미래의 까라마조프요?
  • JHALOFF 2013/09/25 06:26 #

    물논
  • 제목없음 2014/05/14 16:37 # 답글

    평범하게 사는 주인공이 실은 뭐 암흑가 내지는 사람잡는 업계의 핏줄이어서 그 뒤로 본가로 포장보내져서 어쩌고로 가면 이미 다른 장르에서 유구히 우려먹는 소재고, 하렘물 이전에 평범을 빌미로 놀고먹게 되는 주인공이 능력있는 이성들에게 가지고 놀아지는건 꼭 꽃남 TS를 연상하게 되더군요.(중략) 총체적으로 작품 자체가 완성도가 별로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판갤 문학이라서 싫다기 보다는 대사도 막나가고(표현에 비해 읽는 재미가 없다는 뜻), 말씀대로 중2병 데이즈가 "정제되었다"라고 하신 표현에 공감합니다만, 여기선 아예 불순물도 안 뺀 원석을 금은방에 내놓은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제가 되지 않아서 이 작품이나 1권을 칭찬하거나 속편이나 속권을 기대할 그런 작품은 아니라는걸 1권에서부터 깨달아버리고 말았습니다...1권은 솔직히 부록 달력 때문에 샀습니다. 그때는 소녀킬러는 XX을 좋아해!는 관심이 없어서 굳이 마트 서점 코너에 달력 부록 하나 남은걸 밥값 아껴 샀죠. 달력은 괜찮았고 한 동안 이걸 샀다는걸 잊고 살았습니다. 한 석 달 되었던가...이후 금방 다른 책을 꺼내 일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론 정소환 시절같은 "분노"조차 느끼기 힘든 작품이었다 봅니다. 예전에 언급한 "정소환 보다 돈아까운"작품 중 하나였죠.
  • JHALOFF 2014/05/17 06:21 #

    아무래도 어떤 면에선 정제되지 않아서 문제죠
  • 가나다라 2015/06/12 08:22 # 삭제 답글

    보다보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리뷰글 보러왔는데 엌ㅋㅋㅋㅋㅋ
    그냥... 보다보면 성욕풀이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1439
376
626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