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호랑이님 1권-5권 - 정점(카넬): Pen의 성물(5) 감상-라이트노벨

*  본 리뷰는 Pen님의 대리로 쓰여진 리뷰이며 리뷰로 발생하는 모든 분쟁과 법적 책임 및 저작권은 Pen님에게 있음을 공지합니다.

0. 서론

 정점이다. 여기 정점이 있다. 누군가 지드에게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는 누구냐, 고 물었을 때, 지드는 "안타깝지만, 빅토르 위고다," 란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한국 라노베의 가장 위대한 작가는 누구냐? 고 물었을 때, 안타깝지만, 정점이다, 란 말이 어울릴 것이다.

 분명 정점이 있으며 그는 권위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본디 반-권위적이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인간이므로 정점에 대한 비판을 아낌없이 줄 것이며, 이 잡다한 감상이 그런 한국 라노베의 정점을 향한 하나의 작음 울림이 되기를 기원한다. 필자는 1권부터 5권까지의 <나와 호랑이님>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비평을 할 예정이다.


1. <나와 호랑이님>, 신화 그리고 모더니스트들

 <나와 호랑이님>의 가장 주축이 되는 것은 여러 신화, 혹은 설화들이며, 그중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역시 단군 설화다. 특히 우리의 정점은 단군 설화에서도 약자, 혹은 조명되지 않는 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런 초점 방식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단은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높이 평가를 받을만할 것이다.

이렇게 '신화'에 대한 재조명, 혹은 신화와 현대와의 만남은 모더니스트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상당수 모더니스트들은 전통과 신화에서 그들의 작품의 요소를 활용하였으며, 덧붙이자면 필자는 매우매우 모더니즘이 낳은 작품들과 작가들을 좋아한다.

신화를 통한 일종의 역사에 대한 재해석은 에즈라 파운드의 <칸토스>와 오디세이아, 그리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연상시키며, 물론 이 연상시키는 작가와 작품엔 어떤 모더니스트와 그의 대표작을 넣어도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별 의미 없는 소리니까.

  신화의 재해석적인 측면에서 <나와 호랑이님>은 명백히 그 한계가 드러난다. 애초에 작가가 원하는 것은 '단군 신화'를 중심으로 한 여러 설화 및 신화의 융합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은혜 갚은 까치 설화에서부터 서양의 이솝우화까지 상당히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융합 자체가 완벽한 실패며 총체적인 난국이란 점이다. 애초에 제대로 융합되지 않았다. 그저 작가 본위대로 억지로 끼워맞춰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진행시킬 뿐이지, 독자로서는 굳이 이 설화들이 같이 등장해야하는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이런 신화의 융합의 가장 좋은 예는 역시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에 있을 것이다. 조이스는 '위스키'의 게일어 어원이 '생명'이란 점에서 착안하여, 위스키 냄새를 맡고 다시 살아난 피네간에 관한 민요에서, 예수의 부활을 연관시켰고, 작품을 이끄는데 독자에게 어느 정도 그 당위성을 납득시킨다.

 그렇지만 <나와 호랑이님>은 어떠한가? 이 세계에서 굳이 여러 설화들이 뭉쳐있을 필요는 없다. 그저 그때그때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기 위한 구실로, 어거지로 설화를 끼워맞추고, 다시 버린다.

물론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저 작가가 그때그때 책을 쓰기 위해서 끌어다쓰고 억지로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정점에 대한 모욕을 하진 않겠다. 필자는 정점을 믿는다.

 덧붙이자면, 재해석된 신화 자체도 그렇게 만족스럽다고 볼 수 없다. 와아 그렇게도 볼 수는 있겠구나, 그런데? 란 말이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지만 그냥 가만히 있자. 이미 부질없는 일이므로.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어찌되었든 단군 신화에 대한 어떤 해석이 아닌가? 비록 그 해석 자체도 별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냥 뽕빨을 위한 요소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시도하지 않았는가?

 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자. 그런 점에서 과연 정점이다.


2. 참을 수 없는 기승전결의 모호함

 필자는 현재 1,2,3,3.5, 4, 5 권 등 총 6권에 대한 총체적인 리뷰를 하고 있다. 이 6권, 정확하게는 단편집을 제외한 5권 중 어느 권도 기승전결이 제대로 된  책이 없다. 책이 지날수록, 작가가 글을 더 쓸 수록 일말의 발전의 기미가 보일텐데,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기승전결이 아예 없으면, 아아, 이 작가는 현대적인 문학을 원하는구나,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기-승-전-결, 이 4 단계와 분량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일단은 존재는 하는듯 진행하면 독자로서는 그저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제껏 읽은 상당수의 라노베들이 이러한 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5권 연속 이런 식이면 분노만이 하늘을 가로지를 뿐이다.

아니, 다르게 생각해보자. 정점이다. 모든 것에 정점에 있는 자에게 변화가 필요할까? 영원한 부동자에게 변화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래, 정점이다. 변하지 않는다. 그래.

2-1 단편집

단편은 모르겠다. 그저 심연 속 심연을 보았다. 단편을 잘 쓰는 작가가 있고, 장편을 잘 쓰는 작가가 있으며, 둘 다 못 쓰는 작가나 둘 다 잘 쓰는 작가가 있지만, 적어도 확실히 첫번째에 속하는 작가는 아니다. 물론 3번째에 속하는 작가라 말하고 싶지만, 어찌되었든 정점이니까.

3. <나와 호랑이님>과 <롤리타>

 어떤 면에서 이 소설과 가장 유사한 소설은 <롤리타>일 것이다. 둘 다 일단은 페도필리아와 님펫들에 관한 이야기니까. 물론 정점은 후기에서 스스로 로리콘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나보코프 또한 스스로 페도필리아는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나보코프가 실제로 페도필리아일 가능성은 적지만, 구제불능의 변태인 것은 사실이다. 억지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려 성인 여자들도 넣으려는 모습도 보이지만,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뿐이다. 이미 작가의 의중은 어느 한쪽으로 확실히 기운듯 하다. 억지로 무엇인가 필요도 없는 인물들을 더 집어넣는 것은 부자연스러움만 연출할 뿐이다.

어찌되었든 <롤리타>나 <나와 호랑이님> 모두 페도필리아에 관한 이야기지만, 차이점은 명확하다. 험버트 험버트는 구제불능의 악한이었지만, 적어도 지적이며 독자에게 많은 감동이나 증오를 준다면, <나와 호랑이님>의 이름조차 잘 기억 안 나는 이 페도필리아 친구는 그냥 생기가 없이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가 언제나 모든 여자들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의 존재감은 지극히 미약하다.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라는 정점의 배려인듯. 그런데 사실 대리만족을 느끼기엔 상황이나 인물들도 매력적이진 않다. 마네킹들에 둘러쌓여 욕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롤리타>가 페도필리아의 가면을 쓴  예술가와 예술, 그리고 작가의 지배에 관한 소설이라면, <나와 호랑이님>은 말 그대로 욕망의, 욕망에 의한, 욕망을 위한 소설이다. 물론 그 욕망은 페도필리아의 심연이며, 필자는 그 심연에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다.

 한 가지 생각해보면,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는데, 과연 청소년들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수밖에 없다.

 그냥 깔끔하게 저 악법 아청법을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악법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란 생각도 잠시 들었다. 악법도 법이다, 란 카더라가 있지 않은가. 책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행위는 필자도 싫어하지만, 적어도 환경파괴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4. 결론

 어찌되었든 정점이다. 이런 비판점들, 물론 권 당 비판도 가능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필자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총체적인 <나와 호랑이님>의 작품 세계에서 나타나는 무한한 비판점들에 대해 다루었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많이 읽으니까 정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평가들이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무한히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듯, 무한히 다른 방향에서 까일 거리를 주는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팔린다는 것은 정점의 신화일 것이며, 정점의 위대한 점 중 하나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팔리지 않는가? 
귀여니도 책은 많이 팔았지만.

후속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굳이 더 찾아서 읽어야할 이유가 있을까? 변하지 않는 정점을 이미 충분히 보았는데.

여담으로 5권까지의 두께를 보면, 책의 두께가 갈수록 조금씩 얇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분명 나무와 독자의 정신을 배려한 정점의 박애심일 것이며, 이에 필자는 정점을 찬양할 수밖에 없다.


덧글

  • 육오 2013/08/16 03:17 # 삭제 답글

    읽어보지 못해서 함부로 뭐라 할 수는 없는데... 역시 정점님의 글인가 보네요.
    매번 잘 보고 갑니다.
  • JHALOFF 2013/08/16 16:09 #

    ㅎㅎ 감사합니다.
  • 네리아리 2013/08/16 16:51 # 답글

    사실 8권에서 떡밥이 뭔지 알려주죠.
    그 전까지는 그저 지지부진.....인데, 결국 이 작품은 '히힉 페도!!!'
  • JHALOFF 2013/08/16 19:39 #

    안타깝게도 8권까진 없어서요. 그런데 8권까지 읽고 싶은 마음은 별로..
  • tana 2013/08/21 22:57 # 삭제 답글

    1권부터 쭉 읽어본 사람으로써 말하자면 글이 발전하는게 한눈에 보이는 작가였습니다.
    권이 지날때마다 발전하다가 6, 7권과 8권에서 나름 포텐을 터트리고, 장족의 발전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 JHALOFF 2013/08/22 07:33 #

    일단은 5권까지라 무어라 말할게 없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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