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1권 - 이금영: Pen의 성물(8) 감상-라이트노벨

*  본 리뷰는 Pen님의 대리로 쓰여진 리뷰이며 리뷰로 발생하는 모든 분쟁과 법적 책임 및 저작권은 Pen님에게 있음을 공지합니다.

0. 죽음의 4단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을 잡을 수 없네,
단지 무질서만이 온 세상에 펼쳐진다.>
-예이츠, <재림>

이금영 작가의 <메이드 인 코리아> 1권은 여러모로 예이츠가 묘사하는 <재림> 속 암흑 세계를 연상케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무너지고, 혼돈만이 퍼져있으며, 가장 선한자들이 의욕이 없을 때, 가장 악한 자들만이 열정적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 어떤 면에서 이 책은 필자의 대-적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필자는 앞으로 어떤 책을 읽든, 이 책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책은 필자에게 많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피네간의 경야다.)

원래 필자의 계획은 현재 필자에게 배송된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를 다 읽고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평을 내리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 상상을 초월한 물건은 필자의 계획을 단번에 바꾸었다. 필자는 정성들여 평을 써야할 의무감까지 느끼고 있다.

필자는 지금 임종을 앞에 둔 환자의 심정이다. 환자는 4단계의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부정 - 분노- 공포- 수용.

4단계를 통한 필자의 정신 건강을 한 번 살펴보자.

1. 부정

<단지 메이드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메이드와 집사를 양성하는 전문 학교, 국립 메이트 고교에 진학한 소년 한지현.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현 메이트 고교의 교육 체계를 갈아 엎겠다는 야망을 품은 한지현은 자신의 뜻을 펼칠 기반으로 '메이트 혁신 연맹' 동아리를 창설한다. 하지만, 정식 특활부로의 승격요청은 학생회 부회장인 '얼음공주' 천은혜에 의해 단칼에 기각되고...
"후후후, 좋아. 그렇다면 이 몸께서 이 학교의 정상에 오르는 수밖에!"
학생회장이 되어 그 권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한지현,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지현은 교단에 서서 당당하게 자신의 야망을 외친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교내 메이드복 치마를 짧은 미니스커트로 바꾸겠습니다!!">

이는 1권 뒷장에 수록된 일종의 요약, 혹은 시놉시스다. 시놉시스다. 말 그대로 시놉시스다. 우리는 시놉시스를 보며 그 내용을 짐작한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 1권을 살펴보자. 

참을 수 없는 무의미함이 연속된다. 불연속도 아니고, 연속이다. 무의미함이 연속된다. 맹세코 말하건데, 저 시놉시스에 해당하는 내용이 대략 책의 3분의 2쯤이 훨씬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애초에 중심 사건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필자는 당황한다. 아니야, 분명 무엇인가가 잘못 되었다. 이는 책을 기증한 Pen의 함정이 분명하다. 원래 <메이드 인 코리아> 1권은 이 책이 아닐거다. 그저 커버만 바뀐거다.

2. 분노

문제는 이 책이 <메이드 인 코리아> 1권이 맞다는데에 있다. 부정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저 시놉시스, 작가 본인이 서술하든, 출판사가 대신 써주든, 책의 내용도 설명하지 못하는 시놉시스를 왜 책 뒷장에 써두는 것일까? 그들은 잉크가 넘쳐 낭비하고 싶은걸까? 아니면 혹시 '시놉시스'라 할 것이 없어서 억지로 짜낸 것일까?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보자.

맞다, 이 책은 시놉시스를 결코 만들 수 없다. 왜냐고? 내용이 없으니까. 소설인데 내용이 없다. 아 물론 내용은 있다.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요약할 필요도 없고, 요약되어서도 안 되고 요약을 할 수도 없다. 이딴게 어떻게 소설책이냐고 분노할 수도 있지만, 아직 분노하기에는 이르다.

다시 차분히 생각하고 진정하자.
베케트나 조이스나 '시놉시스'로 요약되기 어려운 소설을 쓰지 않았는가? 아니, 뿐만 아니라 '시놉시스' 자체가 현대로 올수록 무용지물이 되가는 중이 아닌가?

그럼 다시 차분히 책을 보자.

SIB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LLL-!!!


총체적인 난국이다. 차라리 평범한 문체의 글이었다면 봐줄만은 하겠지만,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 악의를 가지고 고통스럽게 그것을 쌔벼넣고, 독자들은 그것을 고통스럽게 읽는다.

문제는 아무 내용이 없다. 좃같은 문장에 좃같은 단어에 좃같은 내용.

작품 대부분은 무의미한 드립들로 점철된다. 물론 필자가 그것들을 전부 어떤 드립인지 알 지 못 한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떻게 그것들이 드립인줄 짐작하는가? 당연히 갑자기 생뚱맞게 드립치고, 뭔가가 깨져나가니까다.

이것이 도대체 한국 라노베의 단점인지, 아니면 시드노벨이라는 출판사의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자기가 웃기다고 재미도 없는 드립들을 뭐조리 처넣는 것일까? 쓰레기에 쓰레기를 더해봤자 더 큰 쓰레기가 나온다, 좋은 재료들 끼리 섞어도 좋은 요리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애초에 이 작품에서 제대로 된 것이 있기는 한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부터 배경이 되는 메이드 학교, 웃기지도 않은 제목, 뜬금없는 연극과 같은 사건들. 쓸데없이 두껍기만 한 분량.


3. 공포

이쯤되면 정말이지 공포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이 악의로 가득찬 책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캐릭터 중심이라고는 하나, 전혀 재미도 없고,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빨만한 가치도 없고, 심지어 묘사조차 없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왜 묘사가 없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전부 장님이라, 묘사를 넣어도 읽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도대체 인물들과 삽화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데, 삽화를 쑤셔넣으면 어쩌란 말인가? 이 끔찍한 글뭉치는 오히려 평범했을지도 모르는 삽화들을 더욱 끔찍하게 왜곡시킨다. 

도대체 이 작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출판사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들은 평범한 독자들을 괴롭히거나, 혹은 원격 암살도구를 제조하기 위해 이 책을 출판했을까?
아니면 나무들을 쓰레기로 연성하여 지구 종말을 앞당기려는 종말론자들일까?

필자는 정말이지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4. 수용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생각해보자.

쓰레기 같은 문장, 쓰레기 같은 드립들, 쓰레기 같은 묘사, 말 그대로 이 소설은 총체적인 난국이며 장작으로서 쓰이는 것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존재' 자체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기서 더 나빠질 일은 없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거다.

난 심연의 바닥을 보았다.

물론 이 생각은 2권에서 다시 바뀔 가능성도 이 작가의 끔찍할 정도로 엄청난 재능을 고려하면, 높다고 보지만, 적어도 지금은 가장 나쁜 상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왜 그렇게 심각하나? 

P.S. 찾아보니 죽음에 대한 5단계이며 '우울'이 껴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이미 읽는 내내 우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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