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멀리 가는 이야기> - 전환과 회귀의 신화 독서일기-소설



적어도 <멀리 가는 이야기>의 수록된 중단편들로 구성된 김보영이 그려낸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인식의 전환'이다. 그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인식하거나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점에 대한 역전을 그려내고, 그 역전 속에서 묘한 현실로의 회귀를 보여준다.

<촉각의 경험>은 자신의 클론과 뇌를 공유하여, 어떠한 감각이나 정보도 받지 못했던 클론의 꿈을 보려는 이야기다. 작가는 단순히 주-종관계로서가 아닌, 쌍둥이적 관계로 둘의 관계를 해석하고, 단순히 주인이 클론의 꿈을 보는 것이 아닌, 클론 또한 주인공의 꿈을 '느끼면서' 생기는 경험과 연결을 그려낸다. 어떤 면에선 마치 자궁 속 아이와 교감하는 어머니를 연상케한다. 

<다섯번째 감각>은 죽은 언니와 이 세계에서 금지된 '소리'에 관한 이야기다. 말 그대로 오감이란 단어에서, '청각'이 완벽하게 금지되었고, 그렇기에 음악은 정말 싸이월드 허세 속 유머 그대로 나라가 인정하지 못한 '마약'이 되어버렸다. 이런 평소 당연한 감각의 금지는 작품의 독특한 색채, 특히 작품 속 '사이비종교'와 맞물러, 를 풍기게 한다. 상당히 서정적이지만, 어떤 면에선 조금 늘어지는 감이 적잖아 있는 단편이다.

<우수한 유전자>는 어떤 면에선 과거, 특히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다. 그녀는 미래에서 과거의 모습을 그려낸다. 미개한 그들은 행복하고, 우수한 나는 그들을 결코 알 수 없다. 어떤 면에선 하나의 짧은 우화이기도 하다.

<종의 기원>에 관련된 단편 2개는 어떤 면에선 이어지면서도, 어떤면에선 서로 독립된 단편이다. 김보영 작가는 인간 대신 로봇이 차지한 역사를 그린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역사와 모든 작중 일어나는 것들은 결국 인간이 이루어낸 것으로 다시 회귀된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와 같은 음울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창조를 그리는 이 단편은 어떤 면에서는 창조 신화다. 물론 그 끝에는 창조주의 피조물들을 향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

<미래로 가는 사람들> 은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이자, 가장 장엄한 체계를 갖춘 일종의 형이상학적 우화다. 그 끝엔 사람과 우주의 종말만이 있을 뿐이다. 김보영 작가는 사실 우주의 경이라든가를 다루다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인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우주는 그저 하나의 도구이자 배경일 뿐이다. 연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진화신화>도 조만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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